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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더 완벽한 술 4

잎을 떨구는 나무를 보며 가을빛을 삼킨다.

낮과 밤, 따뜻함과 서늘함, 생명과 소멸 그리고
만물이 균형을 이루는 가을.
이 계절만큼 완벽한 술친구를 골랐다.
튀지도, 소극적이지도 않은 둥글둥글한 녀석이다.
니트, 칵테일 모두 포용하는 유연함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총천연색이 군침 돌게 한다.

The Balvenie Double Wood 12 Y

황금빛 은행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추면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린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보틀을 볼 때도 그렇다. 영롱한 꿀 색과 시각적으로도 느껴지는 실키한 질감이 침샘을 자극한다.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의 부드러운 버번 향, 셰리 오크 캐스크에서 오는 과일과 허브 향의 우아한 교차는 마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처럼 조화롭다.

클래식 칵테일 롭로이에 베르무트 대신 프랑스 주정 강화 와인 피노 데 샤랑트를 곁들인 화이트 롭로이. 신선한 과일 풍미에 강렬한 터치를 더해 식전주로 즐기기 좋다.

The Glenlivet 15Y

애주가들 사이에 ‘잘빠진’ 위스키로 통한다. 밸런스가 좋다는 뜻이다. 한 모금 삼키면 가을 아침 고요한 숲속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신비로운 풍미를 빚어내는 건 리무쟁 오크 캐스크로, 여기서 마지막 3년의 시간을 보낸다. 리무쟁 오크 캐스크는 프랑스 리무쟁 숲의 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바닐린과 타닌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또 나뭇결이 넓고 다공성이 높아 원주에 더 많은 오크 향취를 불어넣는다.

사과와 청포도 착즙을 더해 글렌리벳의 달콤한 과일 풍미를 살린 애플 머스켓 쿨러. 달큼함 뒤에 전해지는 리무쟁 오크의 스파이시함이 다음 한 모금을 부른다.

Russell’s Reserve Single Barrel · Maker’s Mark Cellar Aged

가을에 버번을 마시는 건 본능이다. 붉게 물든 단풍과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선선한 공기. 버번을 재촉하는 정취가 지천에 깔려 있으니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러셀 리저브 싱글 배럴은 혀를 때리는 강렬한 첫맛이 입안에서 서서히 풀어지며 풍요로운 풍미를 드러내는데, 가을바람을 타고 오는 과일 향, 메이플 시럽과 바닐라의
녹진한 단맛이 넘실거린다. 그 뒤에는 자작나무 연기 향을 잔뜩 뿜어내 긴 여운을 남긴다. 고숙성 메이커스 마크 셀러 에이지드는 6년 숙성된 캐스크 스트렝스를 석회 저장고에서 5~6년 더 숙성해 기존 메이커스 마크보다 진득하고 정중하다. 57도를 웃도는 높은 도수임에도 목을 타고 내려가는 감촉은 벨벳처럼 부드럽다.

맨해튼의 기주를 라이 대신 버번을 사용해 강렬함을 배가한 부즈 파이터 맨해튼. 달콤함을 느끼려는 찰나 날아드는 버번의 펀치가 중독적이다. 잠들기 전, 딱 한 잔이면 그날은 숙면이다.

Père Magloire X.O.

벨벳 같은 질감이 느껴지는 마호가니 색은 우아하고 중후한 풍미를 온몸으로 웅변한다. 페르 마그루아는 1821년에 설립한 칼바도스 생산자로, 칼바도스를 10년 이상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시켜 진득한 사과 풍미를 전한다. 흙, 낙엽, 축축한 나무 냄새로 둘러싸인 모닥불 앞에서 갓 구운 애플파이를 한 입 베어 문 느낌이랄까.
그것도 시나몬 파우더까지 솔솔 뿌린.

칼바도스에 더치 커피를 가미한 리틀 블랙 재킷. 칼 라거펠트의 책 <더 리틀 블랙 재킷>의 시크한 표지처럼
달콤 쌉싸래한 맛이 우아하다. 찬 공기가 감도는 깊은 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술친구다. 코냑을 베이스로 사용해도 좋다.

에디터 이도연 사진 김흥수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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