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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과 HYT의 시간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이창섭과 HYT가 써 내려가는 감정의 기록.

시곗바늘 대신 유리 모세관을 채우는 푸른 유체의 흐름으로 시간을 표시한다. 퀵체인지 시스템을 적용해 스트랩 교체가 간편한 S1 티타늄 DLC 블루 HYT.

네이비 재킷 Heonkim.

미래적 디자인의 HYT 시계를 모티브로 새로운 모습을 그려봤어요. 시계 애호가라고 들었는데, 평소 HYT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요? HYT는 왠지 그 시계를 꿈꾸는 사람만이 갖는 것 같아요. 디자인이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취향이나 감각이 뚜렷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시계라고 할까요. 기능이 아니라 감정이나 철학을 담는 물건처럼 여겨지고요.

브랜드 슬로건이 ‘시간은 흐른다’예요. 이 문장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요즘 저와 잘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은 없는데,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느낌은 있거든요. 시간이 흐른 뒤 제 안에 남은 것을 찾는 재미도 있고요. 닳지만 진해지는 것처럼요.

마치 ‘에이징’되는 개념과 맞닿아 보이네요. 맞아요. 저는 시계를 구입하면 보호 필름을 안 붙여요. 흠집이 나거나 까지는 그런 게 좋더라고요. 새것처럼 반짝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는지에 대한 나만의 표식 같은 거죠. 그래서 묵혀둘수록 더 가치 있어 보여요.

시계에 그런 감정을 담는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음악에도 비슷한 감각이 있나요? 있죠. 시간이 지나면 같은 곡도 전혀 다르게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경험이 쌓이면서 표현의 결도 달라지고, 곡에 담을 수 있는 감정의 농도도 바뀌어요. 처음엔 몰랐던 가사 하나가 어느 날 문득 마음을 파고들 때도 있고요.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곡에도 배어들더라고요.

블랙 티타늄 케이스에 그린 알칸타라 스트랩을 매치한 해스트로이드 그린 네뷸라. 분침과 초침은 물론 파워리저브를 표시하는 작은 바늘까지 화이트 슈퍼루미노바 처리해 가독성을 높였다. HYT.

블랙 스웨터와 크로스 칼라 셔츠, 브라운 팬츠 모두 NEU_IN, 스퀘어 토 레이스업 슈즈 Andersson Bell.

감정의 변화가 곡을 고르거나 노래를 부르는 데 영향을 미치나요? 지난 2월 ‘Feel The Groove’, 5월 ‘꽃이 되어줄게’, 그리고 곧 발매될 여름 싱글 앨범 <부릉부릉>까지. 최근에는 특히 다양한 색의 음악을 들려줬어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고 계획할 때도 있고, 좋은 곡이 들어와 공개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행인 건 매 순간 제가 원했던 흐름으로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최대한 다양한 무대와 장르 위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그 부분에서 어제 있었던 워터밤 무대도 인상 깊었어요. 비투비 멤버들과 함께한 적은 있지만, 솔로 무대는 처음이었잖아요. 맞아요. 사실 저조차 워터밤이라는 무대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퍼포먼스보다는 차분한 발라드 위주의 음악을 다루니까요. 근데 제가(주최 측에) 직접 먼저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고, 그 제안이 흔쾌히 받아들여져 올라가게 됐어요. 준비할 때도 고민이 많았죠. 이 분위기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줘야 나답다고 느껴질까. 결국 정통 발라드를 불렀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어요. 이 무드에서 이 장르라니, 나만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었고요.(웃음)

같은 무대지만 지난번 워터밤 때와는 또 다른 소회였겠네요. 그러고 보니 뮤지컬 <멤피스>도 재연이었죠. 다시 같은 작품을 한다는 건 어떤 감정인가요? 첫 재연 작품이었기에 더욱 특별했어요. 같은 대본인데도 감정선이 다르게 느껴지고, 예전엔 놓쳤던 디테일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늘 뭔가 남아요. 그게 참 좋아요. 무대에서 캐릭터로 살아보는 그 경험들이 저를 자라게 하거든요.

T1 티타늄 슬레이트는 투르비용의 마스터로 불리는 시계 장인 에릭 쿠드레이와 공동 개발한 501-CM 기계식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지원하며, 50m 방수 기능을 갖췄다. HYT.

블랙 타이 셔츠 NEU_IN, 하운즈투스 체크 팬츠 Zagae, 블랙 선글라스 Nopublic.

아이돌에서 솔로 가수, 뮤지컬 배우까지. 지나온 무대를 돌이켜보면 시간이 흐른다는 걸 자주 체감할 것 같은데, 스스로 변했다고 느끼는 지점도 있을까요? 가장 먼저 체력적으로 달라졌죠.(웃음) 예전엔 몰랐는데,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체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예전처럼 마구 달릴 수는 없다는 걸 느끼면서, 이제는 하루하루를 좀 더 조심스럽게 관리하게 돼요. 예전에는 ‘내일 아파도 뭐’ 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내일 건강하려면 오늘 잘하자’로 바뀌었어요. 그 덕분에 몸과 삶을 더 아끼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변화가 직업적 책임감과도 연결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책임감이 생겼어요. 예를 들면 화보 촬영이 잡혔는데, 술을 마시거나 컨디션 조절을 못 해 부은 얼굴로 나타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를 소개해주는 많은 사람에 대한 예의니까요.

책임감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도 많을 것 같아요. 작년엔 그런 마음을 글로 정리한 첫 책 <적당한 사람>도 출간했죠. 어떤 계기로 쓰게 됐나요? 음, 일단 굉장히 힘들었어요.(웃음) 처음에는 집필 제의를 거절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나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남길 기회가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해보기로 했고, 오랜 시간 인터뷰하면서 정리했어요. 책이라는 게 노래보다 더 적나라하잖아요. 특히 가수나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 이창섭’으로서 이야기할 때는 낯설고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지금도 누가 책 얘 기하면 뿌듯하면서도 동시에 좀 민망해요.

파라오 시대의 물시계 원리에서 착안한 T1 티타늄 실버. 일종의 피스톤 장치인 벨로즈에 담긴 액체가 기계식 무브먼트의 압력에 따라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한다. HYT.

그레이 슈트와 타이 모두 Heonkim, 스트라이프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명 책 판매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만큼 화제였죠. 저도 예상을 못 했어요. 나중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는 말을 듣고 좀 얼떨떨했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에 담긴 내용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감정과 생각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수나 연예인이 아닌, 그냥 사람 이창섭의 고민이었거든요. 처음엔 부끄럽기만 했는데, 그 솔직함이 힘이 되었다는 반응을 들을 때마다 감사했어요. 결국 제가 살아온 시간이 조금씩 쌓여 그 시점에 운 좋게 맞물렸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음악과 글, 두 방식은 감정에 접근하는 태도도 많이 다르던가요? 결국 마음을 기록하는 기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책이 2주짜리라면, 노래는 4분짜리 이야기죠.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을 설득하려면 그만큼 압축적이고 정제돼야 하니까요. 그래서 노래가 더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마음이 흔들릴 때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 있나요?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한 브랜드 CEO의 철학으로 알려진 문장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다가오더라고요. 예전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구분해서 생각했지만, 연륜이 쌓이면서 그 경계가 점점 흐려졌어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다 보니 하기 싫다고 느낀 순간조차 결국은 좋아하는 일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그 모든 경험이 이어져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문 러너 슈퍼루미노바 블루는 다이얼 중앙에 반구형 3D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추가해 천체의 리듬을 손목 위에 구현했다. 블랙 브라스 다이얼과 알칸타라 블루 러버 스트랩이 조화를 이룬다. HYT.

스트라이프 유틸리티 베스트 Zagae, 화이트 셔츠 Lemeteque, 블랙 레더 팬츠와 더비 슈즈, 레더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앞서 말한 ‘사람 이창섭’과 ‘가수 이창섭’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요즘 스스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무대는 어떤 건가요? 가장 나다운 무대는 단연 솔로 콘서트예요. 전부 제 이야기로만 채워진 시간이니까요. 어떤 감정도 숨기지 않고, 또 숨길 필요도 없는 자리. 책임감도 크지만, 끝나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무대가 되는 것 같아요. 그 성취감이 쌓이면서 ‘사람 이창섭’으로 설 수 있는 용기도 조금씩 생긴 것 같고요.

2012년 비투비 싱글 1집 <비밀(Insane)> 이후 올해 데뷔 13주년을 맞이했어요. 그럼에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여전히 떨리나요? 그럼요. 지금도 첫 무대에 서려고 하면 꼭 위경련이 와요.(웃음) 몸이 아픈 상태로 무대에 선 적도 많아요. 하지만 한번 넘기고 나면 신기하게도 괜찮아져요. 첫 단추를 끼우면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평온해지더라고요.

보통 ‘연예인’ 하면 어떤 환경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스스로 그런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있나요? 정말 많죠.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여전히 해요. 그리고 그런 고민 끝에는 ‘나는 연예인이기 전에 가수다’라는 결론에 다다르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예요. 앞으로도 그 본질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실버 & 블랙 컬러를 코팅한 비드 블라스트 티타늄 케이스가 미래적 외관을
완성한다. 강렬한 레드 액체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S1 비드 블라스트 티타늄 레드 HYT.


레더 블루종 Heonkim, 블랙 와이드 팬츠 Noice, 화이트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을 이해하는 깊이도 점차 달라질 것 같은데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엔 곡의 멜로디만 따라갔다면, 지금은 가사의 숨결이 깊이 느껴지거든요. 어떤 노래는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어요. 김광석 선생님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같은 곡이 특히 그래요. 지금의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노래 안에 담긴 삶의 깊이나 정서를 완전히 표현하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음악은 결국 시간이 만들어가는 예술이 아닐까 싶어요. 살아온 만큼 노래도 더 진해지는 것 같고요.

더 나이 들면 어떤 음악을 다뤄보고 싶은지? 마흔 살쯤 되면 더 클래시컬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김광석 선생님의 곡처럼, 전자음 없이 순수하게 울리는 1980~1990년대풍 아날로그 음악요. 지금은 아직 멀었죠. 연륜이 더 쌓여야 가능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이창섭이라는 이름 앞에 수식어가 많아졌어요. 아이돌, MC, 뮤지컬 배우, 작가. ‘욕심 있는 아티스트’로 느낄 수 있겠어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을 할 뿐이죠. 그 두 부분이 겹친다는 점에서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껏 가장 운이 좋았다고 느낀 순간도 있나요? 고등학생 때 우연히 연습하러 간 학원에서 오디션을 보던 순간이요. 그날따라 오디션이 있었고, 그게 인연이 돼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또 비투비라는 팀을 만난 것도, 지금 소속사를 옮기면서 다시 달릴 수 있었던 것도 운이 따랐다고 생각해요. 아, 웹 예능 프로그램 <전과자>를 만난 것도 그렇고요. 다 우연 같지만, 그 우연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됐어요.

이제는 그 우연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예전엔 흘러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뭔가를 증명해야 할 것 같았고요. 근데 지금은 그 흐름 안에서 제 속도를 찾은 느낌이에요. 서두르지 않고, 멈추지도 않으면서요. 그렇게 지나온 순간이 언젠가 제 목소리와 노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해요.

에디터 박찬, 허지은 사진 기원영 헤어 도건(미장원by태현) 메이크업 김하나(미장원by태현) 스타일링 이다경 어시스턴트 박수빈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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