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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의 더 콰이엇

정규 10집 <LUXURY FLOW>로 돌아온 더 콰이엇. 여름 밤 속 그와 나눈 담백하고 깊숙한 대화.

캔버스 셔츠 재킷과 실크 스카프 칼라 셔츠 모두 Valentino,
이어링과 네크리스, 링 모두 아티스트 소장품.

(촬영에 앞서) 인터뷰를 먼저 진행하게 되었네요. 아마 모든 스케줄이 끝나면 자정에 가까울
거예요.

상관없어요. 요즘 앨범 작업 기간이다 보니 그 시간이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할 때예요. 괜찮습니다.

주로 밤에 음악 작업을 하는 편이죠?
아무래도 그렇죠. 가장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밤이 안겨주는 그런 묘한 지점이 있어요. 특히 이런 여름 밤은요.

오늘 촬영 콘셉트를 ‘여름 밤’으로 기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9집 <glow forever>의 ‘여름 밤’에는 ‘그 기록적인 빌어먹을 폭염과 내 작고 더운 방에 갇혀 밤새 녹음하던 나와 내 친구들 우리들의 꿈’이라는 가사가 나오죠.
맞아요. 돌이켜보면 가장 마음이 뜨거웠을 때의 추억은 주로 여름과 맞닿아 있거든요. 그래서 그리운 마음으로 ‘여름 밤’을 썼죠.

그 앨범이 발매된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어가더군요. 5집 <AMBITIQN>부터 9집 <glow forever>까지 1, 2년에 한 번꼴로 정규 앨범을 연달아 발매한 걸 생각해보면 꽤 긴 공백기예요.
길었죠. 지난 6년간 레이블을 운영하며 신경 쓸 일이 많았거든요. 최근 6년 사이 앰비션 뮤직,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수가 많아졌어요. 2018년 기준 3~4명에 불과하던 아티스트가 지금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늘어났죠. 두 레이블을 합치면 아마 못해도 20명은 넘을 거예요. 그만큼 케어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에 바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니까요. 과거에는 앰비션 뮤직 하면 ‘소수 정예’로 간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늘어난 레
이블 식구 수를 보고 놀랐어요.

(소속 아티스트의) 크레디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의 작품과 결정에 활발히 동참하는 편이에요. 그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어린 뮤지션들이라 더 왕성하게 작업하고 활동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이번 공백기는 그 행보에 동참하는 6년이었다고 봐야죠.

CEO의 책임감을 생각해보면 수긍이 갑니다. 이번에는 정규 앨범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긴 공백기 끝에 발매하는 10집 <LF>에서는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나요?
뭔가 딱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앨범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그중에서도 중심으로 다뤄보고 싶은 건
‘변화’였어요. 지난 6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죠. 넓게는 세상이 변했고, 좁게는 그 세상 속 저도 변했으니까요. ‘LF’, 그러니까 ‘Luxury Flow’는 그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앨범이에요. 거기에 조금 더 덧붙이면, 이 앨범 안에는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던 어떠한 세상이 있어요. 저는 일종의 ‘도시’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늘 음악을 만들거든요. ‘LF’로 만들어지는 건 결국 소리 형태겠지만, 그 속에는 나만이 꿈꾸는 그런 도시가 있어요.

‘도시를 짓는다’는 개념이 신선하게 와닿네요. 이런 질문도 해보고 싶었어요. 정규 앨범 자체가 귀해진 시대에 꾸준히 선보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거든요.(웃음) 물론 가끔 싱글 앨범을 내긴 하지만, 아마 그건 제 커리어를 통틀어 드문 일일 거예요. 저는 항상 정규 앨범으로 말해왔고, 증명해 왔어요. 그게 정규 앨범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유죠.

축구 선수로 비유하면 ‘리그 경기’에 해당하는 셈이네요.
좋은 비유네요. 맞습니다. 이게 아니면 딱히 저라는 뮤지션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QM과 릴러말즈가 의 피처링진에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번 앨범에도 주로 제 주변의 뮤지션들이 참여 할 예정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피처링 아티스트와 저 사이의 균형감이죠. 조금 포괄적인 이야기지만, 지난번 앨범에서는 피처링 아티스트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역할을 부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리스너 입장에서는 오히려 제가 그들의 곡에 피처링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이번 앨범의 경우 그 부분이 조금 달라요. 제가 확실한 메인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게 느껴질 거예요.

릴러말즈, 폴 블랑코 등 <glow forever>의 피처링 아티스트 대부분이 신인이었잖아요. 대부분의 트랙에 신인을 기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당시에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목적 의식이 컸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힙합이 격변하던 때였기도 하고요. 새로운 친구들과 뉴웨이브를 다뤄보고 싶었어요. 사실 요즘은 더 이상 힙합에서 그런 격변을 찾아보기 어려우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힙합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지막 혁명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는 어쨌든 그 혁명에 동참한 거죠. 누구보다 먼저, 가장 크게 일으키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요. ‘어차피 이제 곧 이들의 시대가 올 텐데, 내가 직접 그 시대를 앞당겨봐야겠다’, 이 정도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더 콰이엇을 논할 때 힙합 팬들은 시대적 흐름을 읽는 그런 모습을 가장 높게 평하더군요. 트렌드를 읽는 본 인만의 비결 같은 게 있다면요?
글쎄요. 제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부분이에요. 패션으로 비유하자면, 요즘 사람들의 패션을 유심히 봐야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잖아요. 같은 걸 보더라도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알아채기 힘든 반면, 유심히 보는 사람들은 트렌드를 깊이 파악할 수 있죠. 이를테면 번화가를 오가면서 ‘바지통이 커졌네’, ‘티셔츠 길이 가 짧아졌네’ 하고 느끼는 것처럼. 어쨌든 결국은 유심히 보는 데서 발견이 일어난다고 믿어요. 그런 부분에서 제게는 패션도, 음악도 똑같은 것 같아요. 아마 저는 음악을 꽤 유심히 듣는 편인가봐요. 그런 미세한 차이, 시도, 그것을 아우르는 흐름이 잘 들리는 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소울 컴퍼니에서 탈퇴 직후 일리네어 레코즈를 결성 했고, 약 10년간 여정 끝에 해체 후 데이토나 엔터테 인먼트를 설립했어요. 선택에 후회한 적은 없나요?
물론 전혀 없어요. 저는 변화하기 때문에 계속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요즘은 ‘만약 힙합이 변화 속도가 느리거나 혁신이 중요하지 않은 장르였다면, 내가 과연 이걸 계속 재밌게 이어 왔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이건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 깊숙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도 사는 게 재미없을 때가 많거든요. 다들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끼잖아요. 그렇기에 늘 재밌는 것, 새로운 것을 계속 찾는 거죠. 그게 제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예요.

음악 안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 방법처럼 보여요. 한 자동차 모델을 오래 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죠.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정말 신기하게도 자동차나 오디오는 잘 안 바꾸게 되더라고요. 저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무지 싫어하거든요. 집도 같은 곳에서 10년째 살고 있어요. 하지만 음악 안에서는 달라요. 새로운 걸 추구하는 데 쓰는 시간, 비용에 거리낌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참 신기하죠.

인간관계는 어떤 편인가요?
되게 (인간관계가) 좁은 편이에요. 이것도 방금 말한 모순의 연장선이죠. 사람들과 연락하고 관계를 새롭게 쌓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랩하우스(RAP HOUSE)>라는 공연을 주최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여러 명의 래퍼를 초대하는데, 안면도 없는 래퍼에게 매번 새롭게 연락하는 일이 제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요.

좁은 인간관계라면 충분히 스트레스받을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제 성격에 맞는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일을 통해 억지로라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니, 결과를 놓고 보면 사회적으로 건강한 행위가 맞는 것 같아요.

인트레차토 디테일 스웨이드 레더 셔츠와 팬츠 모두 Bottega Veneta, 이어링 본인 소장품.

언제나 좀 더 큰 틀 안에서 보려고 노력해요.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화하니까요.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따라잡고, 여전히 내가 잡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언제나 유의미하기를 바라거든요.

동년배 래퍼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건·사고나 디스 공방 없이 잔잔했죠. 인간관계나 인맥 관리에 신경 쓰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전혀요. 저는 사실 그 부분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잔잔하게 살아왔을 수도 있고요. 저는 일단 ‘쓸데없는 말을 가급적이면 하지 말자’ 주의예요. 애초에 사람 만날 일 자체를 잘 안 만들려 하고, 어린 친구들과 있을 때도 웬만하면 말을 놓지 않아요. 그냥 저 자체가 남에게 그다지 살가운 사람이 아닌 거죠. 최소한의 관계가 있어야 잡음도 오가는 거잖아요.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평하기엔 힙합 신에서 미담이 많던데요. 꽤 오래전이지만, 이센스에게 믹스 테이프 앨범 발매 비용 일부를 계좌로 송금한 미담은 유명하죠. 이센스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벌써 15년은 됐겠네요. 물론 잘될 거라는 가능성은 보였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당시 이센스는 신인 래퍼라 어떤 방식으로든 그를 응원하고 싶었던 거죠. 이런 일은 (이센스 말고도) 꽤 여러 번 있었어요. 그땐 이 바닥에 돈을 버는 래퍼가 정말 몇 없었거든요. 연락이 오면 대부분 그냥 도와줬어요.

‘이 사람이 아티스트로서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곧바로 느껴지는 건가요?
네. 물론 매번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 번 걸어보는 거죠. 그 마음은 지금도 같아요. 예를 들어 젊은 친구들이 녹음할 장소가 없는 것처럼 어떠한 ‘결핍’이 있잖아요. 만약 그 친구가 정말 잘하고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도 기꺼이 도와줄 거 예요. 어느 정도는 제 것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제게 많은 기회나 리소스가 집중되어왔으니, 그것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까요.

결국 그런 마인드셋을 통해 힙합 신의 좋은 CEO, 선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CEO 자리에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나요?
부담감보다는 성취감이 큰 편이에요. 아티스트와 CEO, 그 두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지만, (병행했을 때) 이상한 보람을 느끼곤 하거든요. ‘이 어려운 걸 내가 결국 해내네’ 같은 성취감이랄까. 그게 지금의 저를 이끌어온 것 같아요. 커리어 초창기부 터 이런 흐름으로 쭉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고생을 사서 한 거죠.

레이블에서 이룬 성취를 뒤로하고 거점을 옮길 때 아쉬움은 없었는지.
당연히 있었죠. 일리네어 레코즈, 소울 컴퍼니 때 모두요. 우리가 직접 쌓아 올린 공든 탑이었으니까. 음악도 음악이지만, 소속된 집단을 위해 부단히 공들이잖아요. 하지만 언제나 좀 더 큰 틀에서 보려고 노력해요.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화하니까.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돼요. 최소한 저한테는 그래요. 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따라잡고, 여전히 내가 잡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언제나 유의미하기를 바라거든요. 그게 음악이든 사업이든. 일리네어 레코즈의 경우 확장성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기에 지속할 수 없었어요. 레이블은 결국 하나의 기획사로서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세상에 소개하는 그런 특성이 중요하거든요. 늘 회전하고 쇄신해야하는 거죠. 우리가 아는 많은 기획사는 때에 맞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공개하잖아요. 설립한 지 9년 정도 된 시점에서도 그런 변화가 없었어요. 아쉽지만 각자에게 족쇄가 됐으면 됐지, 더 이상 플러스가 될 수는 없었죠.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는 ‘확장성’이라는 특성에 걸맞은 레이블처럼 보여요. 특히 레이블과 연계한 레코드 숍을 창립한 부분이 신선했어요.
어떤 음악이든 그것을 둘러싼 문화가 있잖아요. 힙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 염따, 팔로알토, 이렇게 우리 세대가 힙합 문화로 꿈꾼 어떠한 동경과 향수가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거예요. 레코드 숍은 기본적으로 과거를 회상할 만한 힘이 있으니까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여러 힙합 레이블이 해체되었잖아요. 그 와중에 앰비션 뮤직과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가 존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19 한복판에서 탄생한 레이블이다 보니 ‘그래도 운이 좋 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웃음) 앰비션 뮤직 같은 경우는 좀 달라요. 몇 년 전쯤 어느 정도 미래를 예상하고 전략을 새롭게 짠 부분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제 예상이 완전히 맞아떨어져 순항하고 있네요. 앞서 말했듯, 음악은 언제나 변화하잖아요. 특히 이런 힙합 장르라면 더더욱 흐름의 변화에 민감하죠. 다행히 팬데믹 이전에 느낀 제 판단이 지금의 좋은 결과물을 안겨준 것 같아요.

최근 힙합 신에서 빈지노, 이센스 등 이른바 ‘거물 래퍼’들이 저력을 발휘하는 상황인데, 상대적으로 어린 뮤지션은 제작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겠다 싶었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결국은 그들과 저의 숙제인 것 같아요. ‘이 차가운 관문을 어떻 게 통과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남아 있죠. ‘아들의 시험공부를 도와주는 아빠’ 같은 마음이 랄까.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검증된 뮤지션’에 게는 긴 세월이 만들어낸 포트폴리오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20년간 경쟁에서 이기고 또 이기고, 살아남으면서 만들어낸 포트폴리오. 그들 나름대로 ‘챔피언’인 셈이에요. 아마도 다음 세대는 우리가 거친 경쟁 과정을 계속 겪어야 하겠죠. 여기서 긴 세월 경쟁과 변화를 딛고 일어서면 비로소 ‘검증된 뮤지션’이 될 수 있을 거고요. 물론 일반 대중은 냉정하니까 쉽지는 않을 거예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콰이엇이라는 뮤지션이 보여줄 이번 포트폴리오가 궁금해집니다. ‘검증된 뮤지션’으로서 부담감은 없나요?
전혀요. <LF>는 그 자체로 좋은 동기부여가 될 앨범이에요. 앨범을 제작할 때는 부담감이든 안정감이든 아무 의미가 없어지죠. 그런 새롭고 순수한 영역인 거예요, 이번 앨범은.

이 앨범 안에는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던 어떠한 세상이 있어요.

저는 일종의 ‘도시’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늘 음악을 만들거든요.

에디터 박찬 사진 신선혜 헤어 & 메이크업 이담은 스타일링 안준용 어시스턴트 한예린 차량 협찬 애스턴마틴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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