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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예술 여정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연주하는 삶과 여행.

뉴잉글랜드 음악원 조던 홀에서 공연 중인 대니 구.

대학 시절을 보낸 보스턴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자 여행지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추억이 깃든 곳인 데다 뉴잉글랜드 음악원 근처는 문화 예술이 풍부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매일 악보를 보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예술적 자극이 필요할 때면 곧장 보스턴 미술관으로 향했다. 매달 한 번씩 가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곳을 찾고자 했다. 역사적 미술 작품부터 레비 웰스 프렌티스 작가의 ‘Apples in a Tin Pail’, (1892) 처럼 유명한 그림, 여러 초상화와 인상파 명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했다. 그러다 어느 날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전 세계 1100여 개 악기를 보관한 악기 컬렉션을 발견했다. 북미 원주민 악기나 중남미 악기처럼 생소한 악기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중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바이올린은 종종 생각나는 악기다. ‘이건 전시 말고 연주를 해야 하는 악기인데’ 하는 아쉬운 마음에 미술관을 들를 때마다 습관처럼 그 바이올린을 보고 왔다. 스트라디바리우스처럼 자주 보러 간 작품은 모네의 ‘Impression’(1872)이다. 한창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배울 당시 그 작품을 마주했다. 그림을 보면 고통의 시기에 곡을 만들던 드뷔시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굉장한 규모와 폭넓은 작품을 자랑하는 보스턴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외부 전경.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를 배울 때 도움을 받았던 모네의 작품 ‘Impression’(1872).
볼 때마다 연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이올린, ‘Walter Solon Goss’, (1853~1925년경) 1908.

이따금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도 갔다. 다른 명소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보스턴의 숨은 보물 같은 곳이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가 사업가였던 남편 잭 가드너와 함께 유럽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예술 소장품을 가지고 1903년 문을 열었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궁전을 본떠 만든 공간이 이국적인 이곳은 유리 천장 아래 둘러싼 건물 중간의 정원이 매우 아름답다. 렘브란트와 티치아노 베첼리오, 얀 페르 메이르 같은 저명한 화가들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전시보다는 주로 연주를 감상하러 갔다. 칼더우드 홀은 360도에 정육면체로 좌석을 설계해 음악가들의 연주를 깊은 울림으로 전달하며, 대부분 관객이 맨 앞줄에 앉은 것처럼 공연에 온전히 몰입하기 좋다. 음악을 하다 고민이 될 때면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열정적 연주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주말에 진행하는 일요일 오후 콘서트 시리즈에서는 클레어몬트 트리오나 브루클린 라이더처럼 뜻밖의 다채로운 공연을 만나기도 했다.

이국적인 정원이 인상적인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렘브란트 자화상과 그의 걸작이 모여 있는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의 더치룸. ©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독특한 형태가 특징인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의 공연장 칼더우드 홀. ©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음악 작업이나 바이올린 연습은 계획적으로 하지만, 여행은 즉흥적으로 떠나는 편이다. 미술관이나 식당처럼 정말 가고 싶은 굵직한 장소 하나만 정한 뒤 주변을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특히 보스턴은 프리덤 트레일, 보스턴 커먼 등 걷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일상처럼 자주 간 장소는 보스턴 커먼 공원에서 쭉 이어지는 뉴버리 스트리트. 매년 여름 일요일이면 차량운행을 통제하는 ‘오픈 뉴버리 스트리트’ 기간에는 친구들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곤 했 다. 트라이던트 서점 & 카페는 내게 필수 코스였다. 오늘의 머핀이나 크레페, 파스타 스페셜 등 그날그날 바뀌는 메뉴를 맛 보는 묘미가 있었다. 커피와 브런치를 즐긴 뒤에는 꼭 만화책 코너로 가서 좋아하던 <배트맨>을 읽었다.

트라이던트 서점 & 카페에서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는 모습.
@tridentbooks

늦은 시간 연습을 마치면 한 번씩 크리스천 사이언스 플라자로 향했다. 보스턴 랜드마크이기도 한 이곳에는 굉장히 큰 풀이 있다. 바람을 쐬면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보면 근심이나 피로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앞서 꼽은 장소 외에도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보스턴의 찰스강, 자유와 낭만이 넘쳐 흐르는 퍼네일 홀 마켓플레이스와 퀸시 마켓, 메이저리그의 오랜 역사를 지닌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 파크가 있다. 어쩌면 여행지처럼 아름다웠던 곳곳의 풍경과 계획적이어야만 했던 나의 전공 사이 간극이 여행하듯 삶을 살게 해주었는지 모른다.

대니 구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양한 장르와 협업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으며, MBC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3월 노래 음반 발매에 이어 3월부터 5월까지 월 1회 주제별 마티네 콘서트를 개최한다.

에디터 김지수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