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YOOYEON
강승윤은 새로운 언어로 말하려 한다. 유연하게.
“음악을 만드는 저와 분리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에요. 그런데 완전하게 독립된 두 자아가 될 순 없더라고요. 유연의 사진 작업을 통해 강승윤의 음악이 영향을 받기도 하거든요. 좋은 공생 관계라고 봐요.”
강승윤이 아닌 유연과의 인터뷰군요. 사진가 유연으로 데뷔한 지 3년쯤 됐나요?
맞아요. 제가 찍은 사진을 처음 전시한 것이 2020년 코리안아이 아트 페어였죠.
3월 23일에 전시를 열죠? 개인전이라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첫 개인전이라 그런지 이번 전시가 정식 데뷔 같아요. 2021년 런던 사치 갤러 리(Saatchi Gallery)에서 열린 스타트 아트 페어 (START Art Fair)도 귀한 경험이었어요. 당시 초청 받았을 때 틈틈이 찍어둔 사진이 꽤 있어서 다행히 출품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유연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어요.
유연은 ‘유연하게’에서 따온 건가요?
맞아요. 음악을 만드는 저(강승윤)와 분리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에요. 그런데 완전하게 독립된 두 자아가 될 순 없더라고요. 유연의 사진 작업을 통해 강승윤의 음악이 영향을 받기도 하거든요. 좋은 공생 관계라고 봐요.
긍정적인 부분이네요.
오랜 시간 음악을 하면서 마음이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치유받고, 깨닫는 것도 있었죠. 이번 개인전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쓰기도 했고요.
전시장에서 들을 수 있나요?
가능할 것 같아요. 사실 이인터뷰를 끝내고 녹음하러 가야 해요. 이번 전시 제목 ‘하늘 지붕’과 동명의 곡이에요. 전시 작품을 쭉 보면서 느낀 점을 풀어냈어요. 가사를 듣고 전시를 보면 또 다른 시선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전시명을 왜 ‘하늘 지붕’이라고 지었나요?
제가 찍은 사진을 모아놓고 보니 프레임 안에 대부분 하늘이나 지붕이 걸려 있더라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제 욕망 같았어요. 위를 향한 동경이라고 해야 할까. 계속 위로 향하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것도 같고요.
어디까지 도달하면 그 열망이 해소될까요?
안주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세상에 없던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러니하네요. 그 말을 들으니 유연이라는 이름과 사뭇 다르게 강직한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어감에서도 유연은 둥글둥글하고 욕망과는 거리가 먼 이름 같죠. 주위의 것을 유연하게 흡수하고 싶은 마음에 붙인 이름이에요. 제가 꿈을 실현하고 지금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유연한 자세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려 100점을 선보인다고 들었어요. 작품 수가 상당하네요.
그 정도 될 거예요. 작은 사이즈의 작품도 있고요. 최근에 찍은 사진 위주로 선보일 것 같고, 스타트 아트 페어에 출품한 작품도 있습니다.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이 꽤 많더군요.
부산은 제 고향이자 뿌리예요. 첫 개인전인 만큼 제 시작점이 되는 부산의 사진을 보여주면 의미있을 것 같았어요. 앨범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첫 정규 앨범에도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작품에 붙인 제목이 재미있어요. 빨랫줄에 빨래집게 2개가 걸린 사진에는 ‘더블데이트’, 가파른 오르막길에 모여 있는 집을 찍은 사진에는 ‘땀동네’라고 쓰여 있던데.
(웃음) 제가 가사를 쓰니 작품명을 짓는 것도 신중했어요. 관람객들은 제목보다는 사진을 먼저 보겠죠? 사진만 감상한다면 보이는 대로 느낄 거고, 제목에선 제 시선이 보일 거예요. 그 지점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하늘과 지붕을 찍은 사진 외에도 건축적 구조미가 느껴지는 작품을 포함해 피사체가 다양하던데,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요?
제게 메시지를 주는 피사체요.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피사체일 수 있지만, 제 경험이 녹아 있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장면을 보면 셔터를 눌러요. 전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여야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제 이야기를 담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요?
확성기와 CCTV가 한 프레임에 걸린 작품이 있어요. 확성기를 보면서 사람들의 입을 타고 말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연상됐어요. 보이는 대로 믿으면 되는데 말이죠. 이 사진의 제목은 ‘루머’예요.
아티스트이자 공인이라 보이는 거네요.
맞아요. 전 사진을 찍을 때 육안이 아니라 뷰파인더로 관찰하다 셔터를 눌러요. ‘루머’도 뷰파인더를 통해 하늘을 보며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포착한 거예요.
주로 흑백으로 찍나요?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사진은 흑백인 것 같아요. 하늘색, 바람의 방향, 공기 등 무채색 뒤에 숨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잖아요.
언제부터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나요?
사진이야 어릴 때부터 찍었죠. 휴대폰으로든 카메라로든. 위너로 활동할 때도 항상 카메라를 챙겨 다니며 멤버들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민호가 카메라를 추천하더라고요. 민호도 카메라를 수집하거든요. 그게 시작이었죠. 제가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지게 된 계기예요.
어떤 카메라를 추천받았나요?
롤라이 35(Rollei 35)라는 모델인데, 손바닥보다 작은 수동 필름 카메라예요. 필름 카메라에 관심 있는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죠. 그걸 사용하면서 사진 찍는 맛을 알게 됐어요. ‘찰칵’ 소리, 리와인딩 레버를 돌릴 때 느낌, 현상할 때까지 기다리는 설렘 같은.
때에 따라 사용하는 카메라도 다를 것 같은데요.
라이카 MP 에디션도 사용하는데, 사실 카메라에 대한 허영심이 가득할 때 산 거예요.(웃음) 에르메스와 컬래버레이션한 카메라고, 500대 한정 생산한 거죠. 보통 컬렉터들이 실사용보다는 수집 목적으로 구매하는 모델이에요. 저는 되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흑백사진은 대부분 이 카메라와 롤라이 35로 찍어요. 컬러 사진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카메라도 몇 개 있는데, 데일리로는 콘탁스 제품을 사용합니다. 오토 필름 카메라죠.
사진을 감상하는 취향도 궁금해요. 특별히 애정하는 사진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매우 유명한 분이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작가의 감성을 좋아해요. 그리고 스타트 아트 페어에 참여했을 때 실제로 작품을 보고 감탄한 작가가 있어요. 크리스 팔로스(Chris Fallows)인데,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분이죠. 거대한 상어 꼬리, 물위로 튀어오르는 상어처럼 동적이면서도 값지고 귀한 순간을 포착해요. 경외감이 들 정도죠.
창작 활동이란 게 비우고 채우는 일의 반복이잖아요. 음악과 사진, 각 작업을 통해 채워지는 것이 있다면.
음악은 가사를 통해 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고, 반대로 사진은 간접적으로 저를 드러내는 작업이죠. 그런데 공통점도 있어요. 특정 시간에 저 자신을 가둘 수 있다는 거죠. 음악을 하는 동안 음색도 계속 변해왔는데, 10년 전 목소리나 창법을 들으면 그때의 제가 자연스 럽게 떠올라요. 사진도 마찬가지예요.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의 저를 떠올릴 수 있어요. 당시의 공기나 기분 같은 것도 함께요.
올봄에 담고 싶은 이미지가 있나요?
꽃을 보러 가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요.
맞아요. 봄꽃은 금세 지죠.
시간 여유가 생겨 봄꽃을 볼수 있는 행운이 따라주면 좋겠네요. 그리고 사진가가 전업은 아니다 보니 지금까지는 다른 일정 속에서 틈틈이 촬영했어요. 가능하다면 올해는 오롯이 사진을 찍으러 어딘가로 떠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