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TERPIECE
정우성, 명작을 향해 나아가다.
- 2005년 출시 이후 론진의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타임피스로 알려진 마스터 컬렉션. L888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정우성이 착용한 시계는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브라운 앨리게이터 스트랩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Longines.
- 컷아웃 디테일의 핑크 스웨터 Neil Barrett.
오늘 론진 화보 촬영을 했다. 남자 정우성이 시계를 고르는 안목은 어떤지 궁금하다.
남자들은 이런 로망이 있을 거다. 내가 차던 시계를 아들에게 물려주거나, 아버지에게 그런 시계 하나쯤 물려받는. 시계에서 낭만적 판타지를 찾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흘러도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이지만, 역사나 스토리에 우아함이 깃든 시계면 좋겠다. 시계 브랜드가 지닌 전통성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손목에 찼을 때 자신감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앰배서더로서 론진과 꽤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이정재 씨와도 그렇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한결같이 오래도록 유지하는 힘이 있는 걸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러다 보면 나와 다른 장점이 보인다. 함께한 시간이 주는 익숙한 편안함도 좋다. 그런데 또 너무 익숙해도 안 좋다. 서로가 긴장을 줄 수 있는 관계여야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왼쪽_
- 18K 옐로 골드 케이스에 그레이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매치한 론진 마스터 컬렉션 190주년 에디션. Longines.
- 핑크 셔츠와 와이드 팬츠 모두 Dries Van Noten, 화이트 로퍼 Christian Louboutin.
오른쪽_
-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와 스틸 브레이슬릿의 조화가 세련된 론진 마스터 컬렉션. Longines.
- 립 조직 카디건 Jacquemus by 10 Corso Como Seoul, 화이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선호하는 편인가?
그렇지도 않다. 나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계속 새로운 걸 도전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일에서만큼은 나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
맞다. 그간 해온 작품을 보면 누아르부터 멜로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비트>, <태양은 없다> 등 강렬한 남성상을 연기하다 트레이닝복 차 림의 백수를 연기한 <똥개>를 선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비트>를 끝내고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을 때 절대 거기에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비트>의 이민 같은 역할만 평생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민이를 청춘의 아이콘 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측은하고 사랑받지 못한 청춘이었다. 그런 민이를 잘 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당시 나 스스로도 어떤 길을 찾아가는 게 좋을까 고민 했다. 평가나 정의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난 다음 스텝을 찾으려고 한다. 평가에 머물기 시작하면 창살 안에 갇힌 새나 다름없다.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고 꾸준히 영화를 해온 걸 보면 정우성의 배우 인생에는 큰 굴곡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스스로는 굉장히 굴곡이 많았다. 주위에서 말리는 작품도 끊임없이 선택했다. 외면받는 작품도 있었고, 흥행으로 이어져 대중에게 위안받기도 했다. 또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보낸 시간도 길었고, 그것들이 성과를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 길어진 공백만큼 빨리 국내 관객을 만나야 겠다는 조급함도 있었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주변에서 말린 작품은 무엇인가?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그랬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반대가 많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당시 나쁜 남자 신드롬이 일어나 주위 사람들이 좋은 놈 역할에 매력을 못 느낀 것 같다. 송강호와 이병헌, 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먼저 캐스팅된 것도 말린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난 지문 한 줄 한 줄에서 내가 보여줄 게 확실히 있었기에 밀어붙였다. 다양성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다.
왼쪽_
- 브랜드 설립 190주년을 기념해 골드 버전의 마스터 컬렉션을 완성했다. 독특한 질감의 다이얼에 섬세하게 각인한 아라비아숫자가 클래식한 매력을 더한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갖춘 자체 제작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며, 투명한 백케이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18K 옐로 케이스와 그레이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조합한 론진 마스터 컬렉션 190주년 에디션. Longines.
- 파우더리한 핑크 셔츠 Dries Van Noten.
오른쪽_
-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와 블랙 다이얼의 모던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론진 마스터 컬렉션. Longines.
- 모헤어 니트 스웨터 Acne Studios by 10 Corso Como Seoul, 브라운 와이드 팬츠 Le17Septembre Homme, 스니커즈 Ermenegildo Zegna.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해석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일 뿐 캐릭터가 새로운 건 없는 것 같다. 배우라는 건 선택받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제한된 상황에서 다른 관점으로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최근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헌트>의 북미 개봉을 앞두고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까지 기대하는 관객이 많더라.
이미 충분히 사랑받았다.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고 상을 받는 건 부가적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봐주는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르면 좋겠지만, 그보다 응원의 목소리가 더 감사하다.
배우 이정재와 함께 작업하면서 새롭게 본 부분도 있나?
새로운 걸 발견했다기보다는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봤다. 어느 날 갑자기 함께하게 된 작품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발전시키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본 동료로서 ‘잘해낼 수 있을까’보다는 이 친구가 맡은 책임
과 자리의 무게를 잘 이겨내고 지치지 않기를 응원한 것 같다.
이제 본인이 연출한 작품 <보호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출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증인>이 끝나고 배우로서 액션 장르의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감시자들>을 함께한 PD가 작품을 제안했는데, 너무 뻔한 스토리지만 액션 신에서 새로운 앵글을 찾아 보여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작품을 맡고 있던 감독이 갑자기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내가 연출까지 맡게 됐다.
김남길, 김준한, 박성웅 배우가 출연하는데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캐스팅이 가장 어렵다. 관계로 특혜를 받고 싶지 않았다. 김남길 배우는 예전에 작품을 함께할 뻔했는데, 무산됐다. 그래서인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김준한 배우는 <박열>에서 눈이 갔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잠깐 나오는 역할이지만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준한 씨 역할은 김준한 배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캐스팅했다. 이엘리야 배우는 <보좌관>에서 성숙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있더라. <보호자>에서는 잠깐 나오지만 중요한 역할이라잘 소화해줄 것 같아 제안했다. 박성웅 배우는 사실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역할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사적 감정으로 응할까 봐 제작자가 제안했다. 어렵게 부탁했는데, 결국 사적인 마음으로 수락한 것 같더라.(웃음) “정우성이 감독해? 그럼 해줘야지.”
왼쪽_
- 지름 40m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와 그레이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매치한 론진 마스터 컬렉션 190주년 에디션. Longines.
- 블랙 재킷 Recto, 터틀넥 스웨터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_
- 지름 40mm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론진 마스터 컬렉션. 72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6시 방향에 문페이즈가 자리한다. Longines.
- 그린 레더 재킷 Paul Smith, 아이보리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인은 연출과 주연을 병행했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체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본인이 연기하고 본인이 오케이를 내릴 수 있어?”라는 질문을 받는데, 사실 감독으로서 모든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감정선을 치밀하게 계산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작품 준비 시간 밀도가
높다. 그래서 오히려 연기하는 게 더 수월했다.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나?
박성웅 배우는 힘들었을 거다. 대사는 적지만 존재감은 있어야 하니. 충분한 대화를 하고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
고, 현장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계속 요구했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박성웅 배우의 사지를 다 묶어놓고 연기시켰다”라고 했다.(웃음)
같은 배우로서 디렉션을 주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
단어 선택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배우 입장에서는 오히려 디렉션이 명
확하고 추상적인 단어가 없어 좋았다더라. 감독으로서 힘든 점은 없었나? 적성에 잘 맞는다. 사실 배우가 더 어렵고, 내 촬영분이 없는 날 디렉터 체어에 앉아 있을 때 가장 즐거웠다.(웃음)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인데, 스스로 만족하는지.
적은 예산과 짧은 촬영기간에 이만큼 해냈다는 건 스스로 만족한다. 어떻게 보면 촬영 현장을 운영하는 스킬 측면에서 만족인 거고,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이 뻔한 액션물 스토리에 색다르게 접근한 점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다. 연출자로서 고집 부린 부분도 있고, 내 고집이 맞나 싶은 우려도 있었는데, 그걸 꺾고 싶진 않았다. 이제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관객 입장에서 ‘그런 고민은 필요 없는 작품이었어’라든지, ‘뻔한 액션 영화를 바랐는데 왜 그런 고민을 했나’라고 할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색다르다.’ ‘키치한 캐릭터 설정이 좋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연출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인다.
영화계에 몸담으며 이런 류(액션물)의 영화가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잘 아니까, 지금까지에서 한 발 벗어난 연출을 하고 싶었다.
-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론진 마스터 컬렉션. Longines.
- 모헤어 스웨터 Acne Studios by 10 Corso Como Seoul.
나이가 들수록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도 많은데, 정우성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전의 나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내가 더 여유롭지 않나. 뭔가를 더 유연하게 잘할 수 있는 나이라 지금의 도전이 더 좋다.
영화 이야기만 했는데,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취미가 없는 게 지금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취미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요즘 다들 열광하는 골프도 젊었을 때 배우고 클럽을 놓은 지 너무 오래됐다. 일에 과몰입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다. 다시 골프도 치고, 악기도 배
워볼까 한다. 기타는 이제 너무 늦은 것 같고. 드럼이나 배워볼까 싶다. 취미가 없으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스트레스가 없다. 굳이 푼다면 요새는 옛날 영화 보는 거다.(웃음)
영화 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왔다. 최근에 본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옛날 영화를 복원해 올리는데, 한 편 한 편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어제 본 거는 <반도의 봄>이라는, 1941년 이병일 감독의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때 만든 흑백영화다. 당시 영화판 이야기를 해주는데, 흥미롭더라. 이만희 감독 작품도 있고, 신상옥 감독 작품도 있다.
오늘 화보 콘셉트가 ‘마스터피스’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명작’의 기준은 뭔가?
명작이라.
본인의 얼굴?
(웃음) 그렇게 얘기해주니 감사하다. 영화로 따지면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게 없으면 명작인 것 같다. 영화는 미술, 음악, 캐릭터, 목소리, 의상, 편집, 조명 등 모든 예술이 녹아 있어 종합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그 모든 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흥행 여부를 떠나 명작인 것 같다. 시의성이 맞지 않아 당시엔 외면당할 수 있지만 언젠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품은 작품이다.
명작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나?
감독으로서는 확실히 있다. 배우는 한 부분을 책임지는 거고 감독은 전체를 아울러 책임져야 하는데, 내겐 그 도전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