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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그러나 멈추지 않는 배우 김무열

TO FEEL, TO THINK, TO ACT

안쪽으로 구부린 형태의 ‘역-R’ 힌지와 깔끔한 비율이 돋보이는 타원형 렌즈를 조합한 티타늄 프레임 S-145T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화이트 울 더블 턱시도 슈트와 브라운 페니 로퍼 모두 Canali, 화이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런트와 템플 사이 거리를 늘리는 부품을 접어 조립한 ‘역-R’ 힌지와 작고 균형 잡힌 타원형 티타늄 프레임 S-145T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화이트 울 더블 턱시도 재킷 Canali, 화이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터뷰를 위해 김무열이라는 사람을 조사하다 보니 더 아리송해졌어요. 왜죠? 

20년 치 인터뷰를 몰아 읽었거든요.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사람이 앉아 있던데요. 그래서 저에 대해 얼마 나 이해한 것 같아요? 

글쎄요,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감이 안 오네요. 어떡하죠? 그럼 소개팅처럼 MBTI부터 알려줄게요. 전 INFP예요. 

고맙습니다. 본인과 잘 맞는 유형 같나요? 보통 INFP하면 감성적 이미지가 강하죠. 연기에 접근하는 데 감성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 었어요. 그래서 슬픈 영화나 소설, 노래 같은 것을 주기적으로 찾아봤죠. 

지금은 그때와 좀 다른가 보네요. 언제부턴가 좀 더 이성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나만 잘 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는데, 어느 순간 책임감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사람 마 음이 참 신기한 게, 현장에서 말도 별로 안 섞은 스 태프인데도 자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어요. ‘왜 그럴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뭘까?’라 는 고민을 하다 ‘내가 잘해야 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결론에 다다 르곤 했죠. 

연기자인 동시에 관찰자이기도 하네요. 평소 습관처 럼 분석하고 관찰해요. ‘저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 을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어요. 연기에 필요할 때 꺼내 쓰죠. 

저는 관찰하다 더 아리송해졌는데, 배우는 역시 다르 네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나화진을 연기할 땐 무엇을 꺼내 썼습니까? 나화진은 현실적인 히어 로 성격이에요. 겉보기엔 강한 힘이 돋보이지만, 아주 섬세한 내면을 가졌고요. 나화진이 교육하는 대상이 학생이기에 옳고 그름에 관한 판단이 정확 해야 하고, 처벌 이유가 단순 응징이 아닌 이번 계 기를 통해 올바르게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내가 학생일 때 생각한 좋은 어 른은 어떤지 계속 떠올렸죠. 

유니크한 브로 바와 ‘역-R’ 힌지가 돋보이는 림리스 O-35T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브라운 스웨이드 레더 블루종 Canali 
미니멀한 디자인의 아세테이트 프레임과 티타늄 템플을 조합한 NPM-125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연기라는 행위는 고귀하지만, 저는 배우로서 

어디든 활용될 수 있다면 충분해요. 쉽게 말해 광대인 거죠. 

이런 맥락으로 받아들이니 마음도 훨씬 가벼워지고, 

더 자유로운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학생 김무열이 생각했던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요? 초면에 반말하지 않고 예의 차릴 줄 아는 사람 을 멋있게 느낀 것 같아요. 나이를 떠나 하나의 인 격체로 존중해주는 태도잖아요. 그런 어른은 배후 에 뭔가 있을 것 같고, 알고 보면 대단한 사람이 아 닐까 상상도 했죠.(웃음) 

어른이 된 지금은요? <참교육>을 찍으면서 든 생각 은 책임감이에요. 자기가 하는 행동과 말에 책임감 을 갖고 사는 사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웃으로 서, 아버지로서 다양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사는 어 른의 무게는 정말 무겁거든요. 나화진 역시 이성보 다 감정이 앞서려 할 때 책임감으로 자신을 다스려 요. ‘교권국 감독관으로서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혹은 ‘군인에서 교권국 감독을 하게 된 이 유는?’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확인하 는 거죠. 

김무열은 나화진의 어떤 모습을 보고 연기하기로 결심한 겁니까?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 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요. 가장 사랑하는 사 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라 여기지만, 극 후반에 자신의 연인을 죽음 으로 몬 가해자를 끝내 용서하는 마음이 저를 움직 였어요. 이건 자신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부 분을 스스로 들추는 용기거든요. 나화진을 연기하 면서 가장 잘 살리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학교 폭력 피해자를 지키려는 보호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겁에 질린 자신을 구원하는 행위처 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게 어른인 것 같아요. 힘들고, 막막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아도 내일을 피하지 않고 문밖으로 향하잖아요. 그것만 해도 정말 대단 한 거 아닌가? 그러니 우리 모두 자신을 아껴줄 필 요가 있어요. 

김무열이 두려워하는 것은 뭔가요? <크레이지 투어> 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번지점프를 하거나 2700m 상공에서 열기구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도 덤덤히 웃 길래 ‘진짜 광기를 가진 사람이구나’ 했거든요. 멈추 는 게 두려워요.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 있던 열정 이 사라지면 어떡할까. 제게 연기는 살아가는 원동 력이거든요. 예전만큼 다작을 하지는 않지만, 지치 지 않고 꾸준히 연기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경 계해요. 

그러고 보니 김무열의 커리어에는 비어 있는 해가 거 의 없네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약 25년간 쉬지 않 고 연기를 해왔습니다. 연기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재밌죠. 그래서 잘하고 싶고요. 목수의 목공 기술 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갈고닦아야 녹슬지 않죠. 하면 할수록 조금씩 느는 게 느껴지고요. 

힘든 적도 많았죠? 너무 많았는데, 다행히 잘 이겨 냈어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됐고 요. 언젠가 또 그런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고통스 럽겠지만 무섭진 않아요. 또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이 있거든요. 

버티는 것도 재능 아닐까요? 소속사 ‘프레인 TPC’의 TPC는 ‘Talented People Caring’의 준말로 알고 있어요. 김무열이 생각하는 재능은 뭐예요? 아이 교 육에 관심이 많은 시기라(웃음), 그런 주제와 관련 된 유튜브를 자주 보거든요. 그중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걸 계속 할 수 있는 힘’이라는 말이 인상 깊 었어요. 너무 맞는 말 같아요. 제가 기술적으로 완 벽한 배우는 아니지만, 연기를 열렬히 사랑하는 재 능은 타고났거든요. 

메탈·아세테이트를 조합한 솔텍스 프레임 M-43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화이트 셔츠와 울 플란넬 팬츠 모두 Canali. 

프렌치 스퀘어 아세테이트 프레임 AP-27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브라운 스웨이드 레더 블루종과 치노 팬츠, 
카프 레더 스웨이드 로퍼 모두 Canali

김무열은 배우로서 어떤 단계라고 생각해요? 예술가 로서 사명감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 시기를 넘어 ‘어떤 도구로도 기꺼이 쓰 이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연기라는 행위는 고귀하지만, 저는 배우로서 어디든 활용될 수 있다 면 충분해요. 쉽게 말해 광대인 거죠. 이런 맥락으 로 받아들이니 마음도 훨씬 가벼워지고, 더 자유로 운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 덕분일까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 일 주일 만에 45개국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마침내 김 무열의 시대가 열렸네요. <참교육>의 화력이 너무 세 서 일주일이나 정신을 못 차렸어요. 지인이 “지하 철의 모든 승객이 휴대폰으로 <참교육>을 보고 있 다”고 전해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으니까요. ‘달라진 건 없다. 늘 하던 대로 하자’를 외우면서 둥 둥 뜨려는 몸을 억지로 땅에 붙이고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해요.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인기를 체감하기 위해 몰래 지하철이라도 타보지 그랬어요. 제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이거든요. 촬영이 없으면 매일 강아지를 데리 고 산책하는데, 시간이나 코스가 같다 보니 동네 사 람들이 저를 잘 알아요. <참교육> 전에는 가끔 작품 잘 봤다는 인사를 건넸는데, 이번엔 동네 사람마다 저를 보며 너무 멋있다는 거예요. 이 동네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처음으로 그 말을 듣고 <참교육> 의 인기를 실감했죠. 

어떤 요인이 전 세계를 열광시킨 것 같아요? 국가를 막론하고 학창 시절과 교육에 관한 문제를 중요하 게 여기는 것 같아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거 치는 과정이니까요. 그렇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밖 에 없었던 것 같아요. 

홍종찬 감독님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더 늦기 전에, 우리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히 대중의 시선에 맞춰 작품을 바라 보고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라는 말. <참교육>이 끝 난 뒤에도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 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제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명쾌한 해결법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학교 폭력이라는 문제를 끊임없 이 인지하고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거든요. 


클리어 아세테이트 프레임 AP-31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화이트 셔츠 Canali.

유니크한 브로 바와 ‘역-R’ 힌지가 돋보이는 원 포인트 림리스 O-35T 안경 999.9 by Seeone Eyewear

중학교 3학년 때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청소년극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배우였던 것 같아요. 

유명한 작품에 출연해야만 배우가 아니라 

연기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배우인 거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어른의 사명감이니까요. 맞아요. 우리는 이 문제를 판타지적 요소를 곁들여 해결하지만, 폭력은 쉽게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 잖아요. 1화에서 나화진이 문제 학생의 따귀를 때리면서 등장하는데, 어떻게 하면 따귀 맞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통쾌함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작품이 끝날 때까지 항상 되새김질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김무열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을 참 열심히 했어요. 방학 때도 선배들 워크숍 하는 거 도와주러 학교에 갔고, 방과 후 항상 연습하거나 망치랑 톱질하면서 세트를 만들고 연극을 하는 게 행복했어요. 그때 전공 선생님이 대본을 공책 크기에 맞춰 잘라서 한 장씩 붙여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그때 제가 알아듣고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대본을 장면별로 잘라 공책에 하나하나 붙이는 행위가 큰 공부가 될 거라는 선생님 말씀이 항상 마음에 남았죠. 돌이켜보면 작품에 임하는 태도, 캐릭터를 찾기 위해 고민한 사소한 것이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배우를 시작할 무렵, 막연하게 그리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대학로에서 <지하철 1호선>이라는 작품을 하면서부터 배우라는 인식을 가졌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청소년극을 공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배우였던 것 같아요. 연기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면 배우인 거죠. 이순재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대본을 읽을 수 없어서 연기를 못 하게 되는 순간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배우 김무열도 그렇게 살 거예요.

에디터 허지은, 강승엽 사진 안상미 캐스팅 디렉터 최한나 헤어 임진옥 메이크업 안성희 스타일링 신지혜 세트 스타일링 황혜경 어시스턴트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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