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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S/S 여름 컬렉션은 총 15명의 디자이너가 데뷔 무대를 펼쳤다. 럭셔리 하우스를 이끄는 새로운 손길에 대하여 짚어본다.
GUCCI

실루엣과 컬러, 패턴, 태도까지 하나의 캐릭터를 구찌로 완성하는 ‘All or Nothing’ 미학은 뎀나 바잘리아식으로 화려함과 절제 사이의 양극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첫선을 보인 라 파밀리아 컬렉션은 GG 모노그램을 아이웨어부터 로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1947년 뱀부 핸드백과 1953년 홀스빗 로퍼 등 브랜드의 상징을 새로운 비율과 디테일로 재해석했다. 매끈한 레더로 만들어 단정하던 홀스빗 로퍼는 가벼운 캔버스 소재로 변모해 수작업으로 빈티지한 질감을 구현했고, 단단하고 구조적이던 재키 백은 의도적으로 남긴 스크래치를 통해 자연스러워졌다. 구찌는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접근 방식으로 뎀나 시대의 서막을 장식했다. 거친 질감의 재키 백과 홀스빗 로퍼 모두 Gucci.
DIOR




로에베의 풍선 모양으로 장식한 힐, JW 앤더슨의 모자 모양 백처럼 익숙한 것을 참신한 방법으로 재가공해온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에서도 특유의 창의적 미학을 발휘했다. 그는 디올 2026 서머 맨즈 컬렉션 쇼에서 하우스의 유산을 재료 삼아 브랜드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아이디어의 경계를 흐리면서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무슈 디올이 사랑한 점성학과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는 가방과 신발, 주얼리에 적용했고, 로고는 1946년에 쓰던 소문자 타이포그래피를 되살려 브랜드의 기원을 환기했다. 북 토트백은 한 권의 책으로 거듭났다. 캔버스 조직 위에 고전문학의 서사를 담아내며 문화적 아이콘의 반열에 올랐다. 그린 집업 스웨트셔츠와 네잎클로버 자수 스니커즈, 네잎클로버 브로치, 트루먼 카포트의 초판 커버를 그려낸 북 토트백, 브램 스토커TM의 <드라큘라> 초판본 표지를 담은 여권 커버 모두 Dior.
CELINE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는 뎀나 바잘리아의 구찌나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변형보다는 연속을, 새로움보다는 연결을 택하며 그간 셀린느를 빛낸 전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뭔가를 지우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그는 브랜드가 지닌 본래 구조와 균형을 깊이 들여다봤다. 셀린느 2026 봄 컬렉션은 에디 슬리먼 특유의 슬림한 실루엣이 떠오르는 룩 위로, 모델의 손에는 피비 파일로의 흔적이 들려 있었다. 2010년,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러기지 팬텀 백을 재해석한 ‘뉴 러기지’다.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실루엣은 유지하되 한층 부드럽고 가벼운 가죽과 오버사이즈 디자인, 스마일 모양 지퍼 장식으로 새로운 감각을 전한다.
브라운 러기지 백과 볼드한 체인 브레이슬릿, 그린 스트라이프 참, 퍼플 스트라이프 참, 멀티컬러 실크 스카프 모두 Celine.
BOTTEGA VENETA

2026 여름 컬렉션 쇼 오프닝을 장식한 인트레치아토 칼라 코트는 보테가 베네타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루이스 트로터의 선언이다. 하우스가 지닌 예술성과 유구한 유산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 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 트로터가 아티스틱 디렉터로 부임한 2025년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인트레치아토가 탄생 50주년을 맞은 해다. 칼라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적용하고, 토글 단추는 놋(knot) 장식을 더했으며, 허리끈은 땋은 머리처럼 묶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가죽을 엮은 디테일은 장인정신을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아한 변주이자 루이스 트로터 체제의 시작을 긍정적으로 예고한다. 울 모헤어 더블 코트 Bottega Ven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