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108회 피티 우오모
전통과 혁신이 만난 108회 피티 우오모. 영감과 창조의 열기가 가득한 그곳에서 남성 패션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마주했다.

콘텐츠로 진화하는 피티 우오모
지난 6월 17일부터 20일까지 피렌체 포르테자 다 바쏘(Fortezza da Basso)에서 열린 피티 우오모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2026 S/S 시즌을 위해 전세계 740개 브랜드가 참여한 가운데 100여 개국 이상에서 약 1만1400명의 바이어와 1만5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현장을 찾았다. 남성복 시장에 대한 침체 우려에도 피티 우오모가 여전히 글로벌 남성 패션의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임을 느낄 수 있었다.
피렌체 도시 곳곳에서 마주하는 캠페인에서 발견할 수 있었듯, 2026 S/S 피티 우오모의 주제는 ‘Pitti Bikes’다. 2개의 바퀴가 일궈내는 하나의 열정을 그리며 스포츠와 이동 수단이라는 개념을 넘어선 자전거의 지속가능성과 다면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장했다. 기술성과 수동성, 경쟁성과 우호성 등 자전거의 메커니즘과 사회적 측면의 상반된 속성에서 비롯한 이중성을 비추며, 도시와 자연 속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현대 남성의 역동성을 그렸다. 이번 시즌 피티 우오모를 관통하는 자전거라는 메타포는 패션의 다양한 카테고리를 가로지르며 포멀웨어와 스트리트웨어, 아웃도어 기어, 테크니컬웨어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발길 닿는 곳이 전부 그림 같은 피렌체의 풍경 속, 첨예한 패션 경향과 근사한 옷차림의 사람,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피티 우오모는 예의 보수적인 박람회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이곳은 문화적 담론과 사회적 흐름, 기술적 실험이 동시다발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의 용광로이자 콘텐츠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능성과 영감의 교차
이탈리아의 문화적 풍요 속 클래식과 테크놀로지, 전통과 미래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피티 우오모.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혁신적이고 창의적 컬렉션은 피티 우오모의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Homme Plissé Issey Miyake ‘게스트 오브 아너’로서 초청된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피렌체의 초여름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빌라 메디체아 델라 페트라이아에서 고유의 플리츠 가공 기술과 진화를 조명한 입체적 콘텐츠를 선보였다. 내부에서는 브랜드 창작 과정과 아카이브를 조명하는 전시가 펼쳐졌고, 석양이 물든 정원에서는 인상적인 쇼가 진행되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성과 일상 속 예술로서 옷을 오브제화하며 고유의 기술성과 예술성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PAF(Post Archive Faction)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은 피티 이마지네와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컬렉션을 진행했다. 비대칭적 커팅과 스포츠웨어에서 착안한 디테일을 융합해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독자적 언어를 구축한 글로벌 브랜드로서 비전을 내비쳤다.

Children of the Discordance 2017년 도쿄 패션 어워드를 수상하며 피티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칠드런 오브 더 디스코던스. 5년 만에 피티 우오모에 복귀해 새로운 컬렉션을 펼쳤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카마 히데아키는 전통적 남성복의 문법을 해체하고 유년 시절을 보낸 요코하마에 관한 개인적 서사를 담아 다층적 정체성과 문화의 콜라주를 표현했다.

Niccolò Pasqualetti 니콜로 파스쿠알레티는 창의성과 과감한 실험성, 젠더의 경계를 허문 테일러링으로 첫 남성 컬렉션을 완성했다. 2024년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남긴 그는 신진 디자이너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Code Korea 8개의 한국 브랜드가 참여해 K-패션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다채로운 소재의 믹스 매치와 레이어드 룩을 완성한 아조바이아조, 자연 염색과 수공예 기법을 강조한 자고류, 스트리트 컬처와 클래식 테일러링을 결합한 만지스튜디오 등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