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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진영

‘왜’로부터 피어난 박진영의 말들.

캔버스 로브 재킷과 와이드 핏 팬츠 모두 Valentino,
레이스 글러브 Valentino Garavani.

화보 촬영이 금세 끝났네요. 이렇게 몸을 잘 쓸 줄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건가요?(웃음)

그럼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귀가하나요? 저녁에 시간이 좀 생겨서 방금 미팅 일정을 잡았어요.

부지런하네요. 얼마 전 채널A <마녀>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죠. 다음 달엔 <미지의 서울> 공개도 앞두고 있고요. 전역 후 쉬지 않고 달리는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바쁘지만 뿌듯해요. 연달아서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부분에 큰 감사함도 느끼고요. 방영 시기가 비슷하긴 했지만, 두 작품의 촬영 시기는 완전히 달랐어요. 입대 전에 이미 <마녀>를 촬영했고, 전역 후 <미지의 서울> 촬영에 합류했으니까요.

이번 <미지의 서울> 속 ‘이호수’는 외적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내면의 갈등을 겪는 남자라고 들었어요. 인물 소개만 보면 <마녀> 속 ‘이동진’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여요. 저도 사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땐 잔잔해 보인다는 점 하나 때문에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러다 대본을 꼼꼼히 읽다 보니 전혀 상반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진은 극 중 말보다는 표정과 숨소리,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이 많았죠. 그만큼 감정의 여백이 잘 드러나야 하는 캐릭터구나 싶었어요. 맞아요. 배역 자체에 복잡 미묘한 부분이 많은 만큼 자칫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더라고요. 감독님과 제가 동진에게 바란 건 무해함과 투명함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매번 약속했죠. 위험해 보이지 말자고, 강해 보이지 말자고요.

그러던 동진이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에 흔들리잖아요.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다고 느끼는지. 동진이 ‘미정’에 대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자각하는 순간이 있어요. 본인이 다치는 상황을 겪으면서 그게 무너지기 시작하거든요. 아, 이건 사랑이구나. 그때부터 거의 끝에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처럼 감정이 한 번에 내려앉아요. 겉으로는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로는 계속 고민했을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럴까, 엄마의 서사 때문만은 아닐 텐데, 지금 계속 이러고 있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을 곱씹으면서요. 그 시점 이후로는 감정적으로 계속 밀려요. 붙잡고 싶고, 멀어지면 아프고. 그게 결국엔 무너지는 계기가 됐을 거예요.

호수가 동진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면? ‘진심’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늘 진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거든요. 호수는 마음이 닿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고, 닿는 순간엔 말이나 행동이 다소 과해 보여도 그만큼 진심이죠. 동진도 감정 표현엔 서툴지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숨기지 못하고요. 그래서인지 두 사람 모두 진심을 전할 때 더 조심스럽고 깊이 고민하는 점이 닮은 듯해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뭘 싫어하는 사람인지. 뚜렷한 답은 못 찾았는데, 오히려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 자체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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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네크리스 SSIL, 더비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설명을 듣고 나니 <미지의 서울>이 담고 있는 감정선이 더 궁금해졌어요. 이 작품에 끌린 결정적 이유는? 관계성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호수라는 인물 자체도 끌렸지만, 그보다는 이 인물이 맺고 있는 여러 관계가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미지’와의 관계도 그렇고, 엄마와의 관계, 동료나 선배들과 의 관계까지.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직결되는 이야기 같거든요. 꼭 이성 간 사랑만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 친구에 대한 믿음, 상대에 대한 존중 같은 것들이요. 감독님과 처음 미팅할 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그려내고 싶은 감정선, 그리고 그 안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숨 쉬어야 하는지 듣다 보니 ‘아, 이건 잔잔하지만 분명 힘이 있는 이야기겠구나’ 싶더라고요. 동진과는 결이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니 군 전역 이후 처음 선보이는 박진영의 연기인 셈이네요. 대중 입장에서는 달라진 부분을 볼 수 있겠어요. 그러면 좋겠어요. 예전엔 감정을 다룰 때 조금 더 날것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더 천천히, 깊게 스며드는 방식처럼요. 캐릭터를 대하는 마음, 감정을 끌어내는 방식 같은 것들. 그런 질감이 조금은 더 단단하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사람으로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도 있나요? 음, 무덤덤해졌다고 해야할까요. 예전에는 뭐 하나 힘든 일이 생기면 그게 저를 막 휘감는 기분이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생각은 계속 겉돌고. 근데 지금은 여전히 힘들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이 좀 달라졌어요. 군대 가기 전엔 많이 흔들렸던 것 같고요. 이제는 같은 상황이 와도 ‘어떻게 해결하지?’를 먼저 떠올리게 돼요.

그런 변화를 처음 자각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번 <미지의 서울>을 준비할 때였어요. 마음의 벽 같은 게 하나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혼자 속으로 막 유난을 떨었을 거예요. ‘왜 안 되지?’, ‘왜 이렇게 어렵지?’ 이런 식으로요. 근데 이번에는 그냥 받아들였어요. 어차피 어려운 건 변하지 않으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렇게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그 순간에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 인간적인 큰 변화를 맞이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잘 아시겠지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은 숫자로만 보면 꽤 짧아 보이잖아요. 근데 그 안에 머무는 감정은 꽤 길고 깊게 느껴져요. 저는 아마 군대 안에서 처음으로 사춘기 같은 걸 겪은 것 같아요.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좀 이상했거든요. 외롭기도 하고, 막연하기도 하고. 근데 그런 시간을 처음 가져본 거라… 뭐랄까, 그때만큼은 정말 저한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계속 새로운 걸 찾게 돼요. 새로운 인물, 감정, 그리고 이야기. 진심이라는 것도 결국은 나한테서 뭔가 계속 흘러나와야 가능한 거니까요.

그 시기 가장 몰두했던 고민이 있다면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뭘 싫어하는 사람인지. 뚜렷한 답은 못 찾았는데, 오히려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 자체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만약 인생에서 ‘골든타임’을 꼽아야 한다면 전 주저 없이 군 복무 시기를 넣을 거예요.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그 시간 자체가 저한텐 너무 소중하거든요.

군대에서 찾지 못한 그 답, 지금은 조금 감이 오나요? 박진영이라는 사람은 왜 배우로, 또 가수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정말 단순한 것 같아요. 이게 답이라고 단정할 순 없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질문을 하면서 살겠지만 굳이 지금 마음을 말하면 그냥 ‘이 일이 좋아서’예요. 처음 연예인이 될 준비를 할 때도 ‘어떤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좋아서 시작했거든요. 춤을 추는 것도, 무대에 서는 것도. 물론 남자로서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보려 했는데, 다 흐려지더군요. 결국 불순물 이후 남은 건 ‘좋아서 한다’는 마음밖에 없어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 없이는 오래 못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늘 한결같을 수는 없을 텐데요. 그럼요. 때때로 괴롭죠. 이번 <미지의 서울>을 촬영하면서도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는 순간도 있었고요. 근데 매 작품이 다 그래요. 그건 참 신기한 일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다 미화 돼요. 누군가에게 어떤 캐릭터로 기억에 남게 된다면, 그때부턴 다 괜찮았던 것처럼 느껴져요.

좋은 기억법이네요. 시간이 많이 흘러도 다시 꺼내 보는 작품이 있나요? 사실 잘 안 꺼내 보는 편이에요. 방영할 때나 한두 번 보는 정도고요. 지금 함께 촬영하는 박신우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목표치를 두고 임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지금 당장 내가 느끼는 만큼 연기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의미예요. 그 말에 공감해요. 예전에 연기한 스스로의 모습을 자꾸 보면 다음에도 비슷하게 (연기)하게 될 것 같아서요. 아직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보다는 당연히 촬영 경험이 부족하지만, 스스로 자기 복제가 무서운 거죠. 아, 가끔 술 한잔할 때 친구들한테 “야 이거 괜찮았지?” 하면서 장난처럼 보여주기도 해요. 근데 막상 친구들은 별 관심이 없어요.(웃음)

그래도 누군가에게 은연중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스스로도 연기를 꽤 뿌듯한 행위로 여긴다는 뜻일 거예요. 그럼요. 단 1%라도 자기만족이 없으면 이 일을 못 할 것 같아요. 결국 보여지는 직업이니까요. 스스로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 말을 듣고 나니 언젠가 진영 씨가 했던 인터뷰 답변이 떠올라요. “갓세븐 데뷔 초 앨범 소개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아무런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했다”라고. 그 인터뷰를 보고 ‘주체성’이 깊은 사람이구나 싶었거든요. 오래전이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잘한 행동 같아요. 그때의 저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 들어가 있었어요. 누군가 만들어놓은 음악을 받고, 연습하고, 녹음하고, 뮤직비디오 찍고. 그런 식이었어요. 근데 그게 내 것인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목소리는 나인데, 그 안에 내 의도나 감정은 빠져 있으니까요. 앨범 소개를 하라고 했는데, 정말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군요. 어린 나이에는 그게 참 답답했어요.

어쩌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맞아요. 나이 들수록 그 동기부여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왜 지금 이걸 선택했는지 모르면 시작하기 힘들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어떤 일을 하게 되면, 확실한 이유를 찾아요. 그래야 움직일 수 있어요. 어릴 때는 그 동기부여를 고집하다가 많이 혼났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 잘못은 아니었어요. 저는 저대로 뭔가를 찾고 있었고, 담당자들은 또 자기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니까. 그냥 제가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그때 불편했던 분들께 꼭 사과드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어린 나이였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면서 그 주체성은 더 커졌을 것 같아요. 네, 정말 그랬어요. 가수와 연기자라는 두 역할은 겉으론 같은 예술 안에 있지만, 표현 방식이 전혀 다르잖아요. 어떤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지, 이 감정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까요. 재미있는 점은, 연기를 하다 보면 어떤 날은 ‘왜 이렇게 안 되지?’ 싶어 스스로에게 실망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반대로 무대에 오르면 기분이 또 달라지죠. 거기서만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근데 그게요, 저는 어느 쪽에서도 완전히 기대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쪽이 안 풀려도 다른 쪽으로 도망치지 않고, 그냥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다 잘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든 부분은 없나요?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굉장히 피곤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멘털은 더 단단해졌어요. 계속 ‘나’에게 물어보는 시간이었거든요. 지금 이 선택이 내 것인지, 이 감정이 진짜 내 안에서 나온 건지. 그런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게 결국은 동력처럼 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얼마 전 갓세븐(GOT7)이 새 미니 앨범으로 컴백했죠. 5월 초에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고요. 다시금 타오르는 순간이 되었겠어요. 그럼요.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어요. 사실 군대에서 들리는 함성은 ‘전방에 힘찬 함성 5초간 발사’가 전부잖아요.(웃음) 그런데 팬들 함성을 다시 들으니 ‘아, 맞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이거였지’ 하는 감정을 자각한 것 같아요.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잘하는 분도 너무 많고, 멤버들도 많이 성장했고요. 결국엔 또 나에게 집중하게 돼요.

대중이 보기엔 진영 씨가 아주 어린 나이에 데뷔했고, 갓세븐으로 이름을 알린 뒤 연기자로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왔어요. 그런 잇따른 열망과 성공이 매너리즘으로 작용한 적은 없었나요? 아직은 없었어요.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지금까지는 늘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겉으론 비슷해 보일 수 있어도, 각 인물이 지닌 결이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역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지루하거나 익숙해졌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매 순간 그 인물 하나에만 집중하자 다짐해요.

트윌 보머 재킷과 와이드 핏 팬츠 모두 Bottega Veneta.

새롭게 추구하는 가치관 같은 게 있다면요. 음, 좋은 답변이 될지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1년 반 동안 인풋(input)만 있었거든요.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주어진 일을 하면서 지내니까요. 그런데 그 시간이 끝나니 쌓아둔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요즘은 계속 새로운 걸 찾게 돼요. 새로운 인물, 감정, 그리고 이야기. 진심이라는 것도 결국은 나한테서 뭔가 계속 흘러나와야 가능한 거니까요. 진심을 유지하려면 계속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하더라고요.

새로운 연기가 또 필요한 시점이네요. 요즘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알 파치노 주연의 <뜨거운 오후>라는 영화가 있어요. 거기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인상 깊었어요. 허술한 은행 강도인데, 되게 인간적인 사람이거든요. 위협적인 인물 같지만 직원이 “화장실 좀 가고 싶어요” 하면 보내주고, “머리 아파요” 하면 약도 챙겨줘요.(웃음) 저는 그게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지금까지는 감정이 꽉 차 있고, 뭔가 안에 (감정이) 눌러 담은 인물을 많이 연기해왔거든요. 그런 캐릭터도 좋지만 언젠가는 조금 느슨한, 흐트러진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정돈되지 않은 사람, 빈틈이 많은 사람. 그런 역할이 주는 에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은 ‘박진영’ 하면 어딘가 진지하고 잔잔한 느낌을 떠올리거든요. 글쎄요. 사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MBTI는 ISFJ인데, 보통 I는 집에만 있고 조용할 것 같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돌아다니는 것도,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요. 낯을 좀 가리는 편이긴 해요. 처음엔 조용한데, 친해지고 나면 오히려 많이 떠드는 쪽이에요. 사실 일하면서 그런 걸 배운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먼저 벽을 치면 그게 나한테도 안 좋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그런 부분을 극복하게 됐어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별로 안 좋아했어요. 비행기 타는 일은 늘 해외 공연이랑 연결돼 있었고, 20대 내내 그게 당연했거든요. 어디론가 이동한다는 게 ‘쉼’이라기보다 ‘일’의 연장이었달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너무 많고 일이 몰릴 때, 조용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대가 되어서야 여행의 즐거움을 깨달은 거네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이탈리아요. 그중에서도 남부 바다.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요. 한 번쯤은 그냥 멍하니 앉아 하루를 보내고 싶고요. 이번에도 계속 검색하고 친구와 약속도 잡았는데, 또 일정이 틀어졌어요. 서로 “미안, 다음 주는 어때?” 하면서 미루는 중이에요.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겠죠?

에디터 박찬 사진 김신애 헤어 장해인 메이크업 최수일 스타일링 황금남, 구민아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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