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뚱치땅치의 최종 목표는?
‘요즘 클래식’을 대표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뚱치땅치와의 인터뷰.
뚱치땅치
활동명 ‘뚱치땅치’에 담긴 일화가 궁금하다. 처음엔 단순히 ‘기타를 뚱 치고 땅 친다’는 의미로 지었다. 그런데 가수 카더가든처럼 다양한 네 글자 별명이 생기기도 하고, 어르신들은 대체로 이름을 잘 기억 못 하시더라. 뚱치땅치는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다. 활동명을 특이하게 짓는 기타리스트가 드문데, 이후 더 잘된 것 같아 내겐 고마운 이름이다.
클래식 기타 외 다른 기타나 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시작처럼 잘 나아가고 있나? 예중, 예고, 한예종까지 오랜 시간 클래식만 해왔다. 사실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컸다. 채널을 만든 뒤에는 대중가요도 연주하고, 합주를 포함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서 즐겁다. 클래식 기타라고 하면 무겁게 느낄 수 있는데, 활동명처럼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점도 좋다. ‘사람 뚱치땅치’도 보여주고자 연애 상담 같은 예능 콘텐츠도 종종 진행한다.
얼마 전 구독자 20만 명을 달성했다. 소감이 어떤지? 무척 기뻤다. 지금껏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해 보상받은 느낌이다. 방송은 최근에 시작했지만 유튜브는 벌써 5년 정도 됐다. 직접 편집한 게 많고 연주 영상은 더 신경 써서 하는 편이라 뿌듯하다. 지금의 뚱치땅치를 있게 한 영상이 있다면? ‘황혼’ 기타 강좌 영상이 아닐까. 내겐 한 줄기 빛과 같다. 이전에 더 어려운 곡도 많이 찍어 올렸지만 대중성이 없어서인지 큰 반응이 없었다. ‘황혼’이 기타 입문곡으로 유명해서 처음엔 나도 한번 쳐볼 겸 강좌를 만들었다. 그걸 보고 실제로 칠 수 있게 된 사람이 정말 많다고 하더라. 알고리즘을 타서 ‘황혼’ 관련 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 회를 넘는다.
크리에이터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먼저 팬들과 소통을 중요시하고, 한 명 한 명 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 방송에는 음악이든 상담이든 지친 하루 끝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스트리밍할 때 같이 이야기하고, 신청곡 받으면 연주해주니까.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어 감사하고, 되레 내가 힘을 얻을 때도 많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도 있나? 택시에서 연주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음악은 물론 클래식을 너무 좋아하는 분이었다. 신기하게 콕 집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언급하셨다. 흔치 않은 경험이었기에 바로 카메라를 꺼내 영상으로 담았다. 진심으로 기뻐하시고 구독자들도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해 줘서 뿌듯했다.
본인의 활동이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때 특히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 음악 프리랜서는 일할 때를 제외하면 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유튜브를 하면 할 일이 많아 심심할 겨를이 없다. 주변에서 “음악만 해라. 신비감을 지켜라”는 소리도 들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박신혜 배우의 기타 연주 장면 전체 대역을 맡기도 했다. 처음 제의 받았을 때와 그 과정은 어땠나? 드라마 음악 지도하시는 분의 추천으로 하게 된 작업이다. 제목이 제목인 만큼 기타 연주 장면이 나오고, 앞으로 이렇게 기타 연주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도 없을 것 같아서 주저 없이 섭외에 응했다. 박신혜 배우가 운지를 잘 익혀서 합을 맞추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촬영을 병행해 세트장이 멀거나 새벽 촬영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뜻깊은 추억이다.
뚱치땅치가 생각하는 기타의 매력이란? 나는 서로의 언어를 몰라도 전 세계 모두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음악을 사랑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타는 심장에 가장 가까운 악기다.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은 기타를 거쳐 뿜어져 나가고, 그럴 때마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 연주할 때 실제로 몸 전체가 울린다.
클래식 기타는 앙헬 베니토 아구아도, 통기타는 콜링 스의 OM2H G, 일렉은 PRS 실버스카이를 주로 쓰고 있다. 해당 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앙헬 베 니토 아구아도는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악기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찍을 때도 사용했다. 쓸 때 좋은 일도 많았고, 내게 소중해서 계속 쓰고 있다. 콜링스 OM2H G는 고음이 잘 나고 통기타여도 클래식 요소가 많았으면 하는데, 그 부분을 충족해준다. PRS 실버스카이 일렉 기타는 좋아하는 아티스트 존 메이어의 시그너처 기타라서 샀다. 일단 예쁘다.(웃음) 다른 악기도 있지만 앞서 말한 이 유로 세 가지를 가장 많이 쓰는 편이다.
존 메이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천재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다. 콘서트 영상을 보면 솔로 구간에서 즉흥적으로 치는 연주들이 있는데 들을 때마다 황홀하다. 그 외에 클래식 기타를 맛깔나게 치는 개성 있는 아티스트 줄리안 브림도 좋아하고 톰 미쉬 노래도 즐겨 듣는다.
새로운 계획이나 공개 예정인 프로젝트가 있나? 석사 졸업 연주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하루에 6시간씩 연습한다. ‘아랑훼즈 콘체르토’, ‘숲속의 꿈’, 스칼라티의 ‘소나타’ 두 곡과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까지 총 다섯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혼’ 기타 강좌 영상이 잘돼서 기타 교본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2025년에는 나만의 팁을 더한, 취미로 시작하기 좋은 기타 교본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틈틈이 작곡도 하고 있어 추후에는 음원도 내보려고 한다.
기타 연주가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온라인에서는 지금처럼 친근하고 예능감 있는 캐릭터를 유지하고 싶다. 요즘 기타를 전공하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기타가 좀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 매력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예중과 예고에 출강을 나가고, 후배 양성도 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연주가로서의 삶을 병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