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회우’ 발리와 정윤기의 협업
‘BALLY BY YK JEONG’ 캡슐 컬렉션. 헤리티지가 동시대를 관통하는 영민한 방식.
“요즘 발리 예쁘더라.” 올 초부터 업계 지인과 만날 때면 입을 모아 나눈 이야기다. 1851년 설립한 발리의 아카이브를 간결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시킨 주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모네 벨로티. 그는 내로라하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를 거친 베테랑이다. 옷장 안에서 살아남는 진정한 스타일은 무엇일까 자문하게 되는 요즘, 클래식과 헤리티지를 다루는 발리의 가볍고 세련된 방식이 눈에 띈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BALLY BY YK JEONG’ 캡슐 컬렉션은 최신 발리의 집약체이자 브랜드에 대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의 애정과 헌사가 담겼다. 분투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력이 닮은 두 베테랑의 만남! 한국뿐 아니라 밀라노, 도쿄의 발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INTERVIEW WITH YK JEONG
발리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요. 변화한 모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캡슐 컬렉션입니다.
지난해 시모네 벨로티의 첫 발리 컬렉션을 목도했어요. 소재와 만듦새, 범용성, 동시대성까지 매우 인상적인 변화였죠. 사람들에게 발리의 과거가 얼마나 빛났는지, 여전히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루빨리 전하고 싶을 만큼요! 이후 협업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고, 지난해 6월부터 1년 3개월간 준비해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협업의 긴 여정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발리의 아카이브에서 착안한 시모네 벨로티의 디자인에 색에 관한 제 소신을 담았어요. 스위스 루가노 호수 풍경에서 영감받은 그린·블루·화이트 컬러 그리고 발리의 헤리티지 심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밝고 선명한 색을 고집했을 때 시모네 벨로티를 포함해 관계자들이 당황하던 기억이 나네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며 브랜드의 역사가 이어지지만,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위해선 도전적 시도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생각이 맞닿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한 결과물이기에 더 감회가 새롭죠.
후디 스웨트셔츠와 블루 셔츠, 볼캡 등 평소 즐겨 입는 것과 뒤섞여 입기 좋은 물건으로 가득해요. 실용성과 클래식한 매력을 겸비한 가방은 유독 눈에 띄었고요.
옷장에 고이 넣어두는 물건은 좋아하지 않아요. 언제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채우고 싶었죠. 먹음직스러운 빵처럼 포근한 매력의 YK 메신저백은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에요. 성별과 옷차림에 국한되지 않는 단정한 형태인 데다 툭 걸쳤을 때 더욱 멋스럽죠. 저는 반다나를 슬쩍 묶거나 백참을 장
식해 개성을 부여합니다.
발리의 변화를 누구보다 밀도 있게 느꼈을 것 같아요. 협업 후 발리와 더욱 사랑에 빠지게 됐나요? 1994년 11월 패션업계에 입문했어요. 스위스 국기를 본뜬 발리의 레드 & 화이트 줄무늬 장식은 가방과 신발을 누비며 큰 인기를 누렸어요. 당시 스물한 살이던 저 역시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발리의 덱 슈즈를 샀죠. 좋은 날에만 꺼낼 만큼 아껴 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이 됐어요. 이런 특별한 시기에 함께한 우리라니! 젊음과 럭셔리를 대하는 시모네 벨로티의 쿨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을 존중해요. 30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캡슐 컬렉션을 통해 다시금 발리를 많은 이에게 친근하게 전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