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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 남성 서머 24 ‘딜루셔널 데이드림’

2000년대 초 뉴욕 현대 예술을 향한 에디 슬리먼의 끊임없는 애정과 헌사. 딜루셔널 데이드림(Delusional Daydream).

전례 없는 쇼


2023년 7월, 셀린느는 파리의 시위와 폭동으로 인해 예정됐던 24 남성 여름 쇼를 취소했다. 대신 에디 슬리먼은 이 컬렉션을 필름 형태로 전환해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딜루셔널 데이드림(Delusional Daydream)이라 명명한 이 컬렉션은 2000년대 초반 뉴욕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에디 슬리먼의 경의가 담겨 있다. 그는 파리와 모나코를 오가며 촬영을 시작했다. 쇼가 열릴 예정이던 파리 복합 문화 공간 라 게테 리릭(La Gaîté Lyrique)은 금빛 섬광을 내뿜는 런웨이로, 도시의 랜드마크 르 그랑 렉스(Le Grand Rex)는 하우스의 정신을 은유한다. 에디 슬리먼은 이번 컬렉션 역시 LCD 사운드 시스템 음악 을 OST로 구성했다. 10여 분간 이어진 ‘Losing my edge’의 펑키한 비트는 중성적이면서도 반항적 정서가 담긴 룩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몬테카를로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포착한 고전발레 무용가 라우리드스 자이델의 고전적 아름다움은 런웨이 영상과 교차되며 이어지는데, OST와 대비되고 충돌하며 감각적인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유기적 관계를 맺어온 에디 슬리먼은 사진가로 활동하며 뉴욕 언더그라운드 예술과 음악 신을 기록한 바 있다. 댄 콜런(DanColen)과 테렌스 고(Terence Koh), 대쉬 스노우(Dash Snow) 등과의 작업은 2007년 7월 베를린 아른트 & 파트너(Arndt & Parter) 갤러리에서 열린 전 큐레이션을 맡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해 말에는 암스테르담 사진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을 통해 흑백 초상화를 내걸어 동시대 아티스트에게 찬사를 표했다. 그즈음 출발한 뉴욕 미술계와의 단단한 연결 고리는 이번 시즌 대쉬 스노우의 프로젝트와 협업으로 이어진다. 그의 아카이브에서 선별한 작품을 이번 딜루셔널 데이드림 컬렉션에 녹여낸 것이다.

역사적 우아함과 현대적 감각의 융합 삐딱한 태도와 첨예한 실루엣의 블랙 슈트는 여전히 셀린느 남성 컬렉션의 주요한 룩으로 등장하고, 셔츠와 스키니 타이 역시 에디 슬리먼 디자인 코드에 힘을 싣는다. 새틴 리본과 커머번드를 조합한 홀터넥 톱, 가죽 뷔스티에 등 중성적 뉘앙스는 17세기 프랑스 궁정과 예식에 쓰인 피에르 미냐르(Pierre Mignard) 왕실 초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반항적 태도와 고전적 우아함, 현대적 감각과 쿠튀르적 터치라는 서로 다름의 융합. 그리고 다름이 대비되며 충돌하는 시너지! 결국 예술에 관한 정신과 신비를 포착하는 데 열정적인 에디 슬리먼의 컬렉션을 늘 우리가 고대하는 이유일 테다.

에디터 정유민 디지털 에디터 정관우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