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주의 REBOUND
‘파워 포워드’처럼 득점 찬스로 가득한 그에 관하여.
첫 단독 화보네요.
오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식단 관리도 하고. 단체 화보만 찍어봐서 ‘리즈를 한번 찍어보자!’ 마음먹고 왔어요.
식단 관리는 언제부터 했나요?
금방 빠지고 찌는 편이라 3일 전부터 관리했어요. 원래 먹는 데 일가견이 있는데,(웃음) 술도 잠시 끊
었죠.
관리한 효과가 있네요. 영화 <리바운드>가 개봉한 지 일주일 됐어요. 반응은 어떤가요?
좋아요. 개인적으로 연락도 많이 오고요. 첫 영화잖아요. 아직은 감이 안 오지만,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우리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구나. 진심이 담겼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좋은 반응이라면?
촬영하면서 다들 많이 고생했어요. 부상도 있었고, 땀도 많이 흘렸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고생 많았다 건주야”라고 말해줄 때 큰 힘이 되더라고요. 부상이 있었어요? 스포츠 영화다 보니 배우들 대부분 촬영하느라 몸에 피로가 쌓였죠.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안재홍 형이 소고기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진짜 코치처럼 잘해줬어요.
촬영이 끝날 무렵엔 배우들과 실제로 한 팀인 것처럼 희열과 감동이 있었다고요.
시나리오 마지막에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다들 진심으로 엉엉 울었어요. ‘진짜 우리가 팀이었구나’ 느끼는 순간이었죠. 안동, 부산에서 서너 달 합숙하며 촬영했으니까. 막상 끝나니 정말 아쉽더라고요.
작품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오래전부터 농구를 즐겨 해서 어디든 써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농구 관련 영화가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장항준 감독님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농구 영화를 만든다고 하시는 거예요.보자마자 소속사 본부장님에게 바로 전화했어요. 너무 하고 싶다고. 그래서 농구하는 영상을 감독님께 보냈어요. 감독님은 ‘배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는 감사하죠. 당장 만납시다’라고 회신을 주셨고, 만난 자리에서 긍정적 답변을 주셨어요. 그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제가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동호회 유니폼을 입고 갔거든요. 겨드랑이가 훤히 보이는 민소매 옷이었어요.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이 “다 끝나서 말하는 건데, 그때 좀 부담스러웠어” 하시더군요.(웃음) 저는 중요치 않다고, 열정만 보여드리면 됐다고 했어요.
능동적으로 역할을 따냈네요. 농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했다고 알고 있어요. 극 중 강호 역을 연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요?
농구는 친 형 따라 시작했어요. 어릴 때 길거리 농구 대회에 자주 나갔고, 지금도 동호회에서 계속 하고 있어요. 감독님이 캐스팅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싱크로율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키도 큰 편인데다 여러 가지 상황과 잘 맞아 캐스팅했는데, 우연찮게 강호처럼 저도 길거리 농구 대회 출신이었던 거죠. 처음부터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연기에 도움도 많이 됐고요. 농구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하나가 부족하면 어느 하나에 영향이 가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일단 농구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연기에만 신경 쓸 수 있어 좋았어요.(웃음)
강호라는 캐릭터도 본인과 성격이 닮았는지.
강호는 거친 면이 있는데, 사실 저도 그런 편이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 편했어요. 스크린 속 모습이 거의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권성휘, 김은희 작가가 각본을 썼어요.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니 부부와 함께한 셈인데, 어땠나요?
두 분의 케미는 방송에서 나오는 모습과 비슷해요. 김은희 작가님은 응원차 안동에도 종종 내려오시고 고기도 사주셨어요. 농구 하나만 보고 작품에 뛰어든 거라 처음엔 작가님이 누군지 몰랐는데, 김은희 작가님이란 사실을 알고 너무 기뻤죠.
이렇게 농구에 진심인데, 만약 실제로 농구를 업으로 삼았다면 어땠을까요?
함께 영화에 출연한 김택이라는 배우에게 자주 물어봤어요. 그 친구는 대학 다닐 때까지 농구를 했거든요. 들어보니 그 안에서 경쟁도 치열하고 쉽지 않겠더라고요. 제 성격상 이겨냈겠지만, 뛰는 과정에서 부상이나 슬럼프도 있고. 농구는 취미로 즐기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슬램덩크>는 당연히 봤죠?
그럼요. 초등학생 때 만화책으로 처음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감동받고 울었다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울진 않았지만, 감정이 복잡 미묘했어요. 농구 애호인으로서 섬세한 모션 하나하나가 인상 깊었죠.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영화를 촬영하며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작년 제 생일 때 감독님이 카드를 주셨어요.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으라고. “정말이요?” 몇 번을 여쭤보고, 촬영 후 배우들끼리 소고기 집에 가서 한우 30인분을 먹었어요. 150만 원 정도 나온 것 같아요. 등심이었나, 한 부위는 소진될 정도였어요. 그날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감독님께 영수증과 카드를 드리니 “건주야 맛있게 먹었네” 하시더군요. 또 막 달려가는 바닷가 신이 있었는데, 정말 예쁜 곳이었어요. 정진운 형이 매일 들고 다니는 필름 카메라로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사실 그땐 조금 귀찮았거든요. 촬영을 마치고 형이 고생했다며 그동안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줬는데, 보면서 너무 슬펐어요. 왜 슬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때가 소중했구나’, ‘형이 열심히 찍은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고마웠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니까요. 그래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이 남았네요. 처음 영화에 참여해본 소감은 어떤가요?
평소 영화 현장이 궁금했어요. 주변에 영화를 하는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곤 했죠. 큰 틀에서 보면 드라마와 차이가 없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배우로서 연기하기 참 편한 환경이란 걸 느꼈어요. 드라마도 매력이 있지만 영화는 한 신 한 신 같이 논의하고, 못 찍는 신은 다음에 찍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연기도 하면서 만들어가는 게 장점 같아요.
다시 영화를 한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나요?
누아르를 해보고 싶어요, 액션이나. 악역도 맡고 싶고요. 대부분의 배우가 같은 마음일거예요. 내가 가진 걸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와 작품을 하는 것. 저 역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기존 악역 중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송건희 배우가 맡은 ‘문자훈’ 역이요. 일진인데 겁이 많아 괜히 욕도 하고, 강한 척하는 캐릭터예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저도 문자훈처럼 연기해봤어요. 그런데 재밌더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런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곧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최근 종영한 <꽃선비 열애사>는 조선판 게스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현실에서 게스트하우스에 산다면 어떨까요?
현실 속 저라면 애초에 게스트하우스에 안 살 것 같아요. 저는 잘 때 소리에 예민해서 혼자 자야 해요. 그래야 수면의 질이 높거든요. 친구들이랑 여행할 때도 저는 따로 방을 잡아요.(웃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혼자만의 시간, 중요하죠. 식욕과 수면욕 중엔 뭐가 더 강한가요?
예를 들어, 밤을 새워 피곤한 상태인데 배가 고프면 저는 먹고 자요. 식욕이 좀 더 큰 것 같아요. 하지만 이틀쯤 밤새운다면 잠을 선택하겠죠. 비율로 따지면 식욕이 60, 수면욕이 40쯤.
데뷔작 <이런 꽃 같은 엔딩>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예요?
아무것도 모르던 공대생에게 현장의 생동감과 연기가 어떤 건지 알려준 작품이에요. 그전까지 TV나 스크린을 별생각 없이 봤다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고생한다는 걸 알게 됐죠. 요즘 무대 인사를 돌면서 감사하게도 팬분들에게 많은 편지를 받았어요. 대부분 <이런 꽃 같은 엔딩>부터 좋아해준 5~6년 된 팬이더라고요. 제게는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죠.
공대 다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당시 공대를 졸업한 선배들에게 들으니, 공부하던 전공으로는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쇼핑몰 모델도 해보고, 여러 가지 해봤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JYP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들어갔고, 광고를 하나 찍었는데 수입이 말도 안 되게 많은 거예요. 20대 초반이었으니까. 그때 연기 연습을 하다 웹 드라마 <이 런 꽃 같은 엔딩>에 캐스팅되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전공을 살리지 않은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습니다.(웃음) 사실 꿈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나름 공부를 잘했거든요. 공대에 간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였죠. 그런데 막상 공대에 가니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다른 쪽을 계속 경험해보려고 이것저것 해보다 기회를 얻어 여기까지 왔네요.
찾아가는 과정이 있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나 봐요.
맞아요.
요즘은 러닝을 즐긴다고요.
날도 풀렸고, 바람 쐬면서 슬슬 뛰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더라고요. 저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지는 스타일이에요. 헬스도 다시 시작했죠. 달리면서 대사를 외우기도 하는데, 좀 더 감정이 풍부해진달까요. 노래는 주로 힙합을 들어요. ‘내가 최고다’ 느낌의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능률이 올라 다섯 바퀴 뛸 것도 여섯, 일곱 바퀴는 뛰게 돼요. 뉴진스 노래도 자주 들어요.(웃음) 촬영 전 텐션을 올려야 할 때는 ‘Attention’을 듣습니다.
뉴진스는 누구나 좋아하죠.(웃음) 올해도 벌써 2분기에 접어들었어요. 곧 여름도 다가오는데, 개인적으로나 커리어적으로 계획이 있나요?
배우라는 직업이 일을 할 때가 있고 쉴 때가 있잖아요. 짧지만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욕심이나 걱정을 많이 내려놨어요. 일할 땐 감사함을 느끼고, 쉴 때는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물론 마음처럼 일이 안 풀려 힘든 순간도 있겠죠.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듯해요. 항상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곧 친구들과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나요. 가서 신나게 놀고, 가능하다면 하반기에 영화를 또 찍고 싶어요. 요즘 영화 산업이 쉽진 않지만, 제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