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두 체급 통합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의 맨주먹을 마주하다
UFC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을 모두 석권한 알렉스 페레이라가 서울을 찾았다.
가장 본연의 실루엣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종합격투기 체육관의 문이 열렸다. UFC 더블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193cm의 신장과 몸무게가 93kg에 육박하는 거구는 일순 체육관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는 본인보다 더 거대한 경호원과 코치를 대동한 채 반가움을 전했다. “샤마!”(Chama, 포르투갈어로 ‘불꽃’이라는 의미이며, ‘Let’s Go’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브라질 국적의 그가 자주 외치는 속어다. 페레이라는 빈손으로 체육관을 방문하고 싶지 않았는지, 양손에 든 치킨 봉투를 관원들에게 건넸다.
양쪽 팔근육에는 그를 상징하는 각각의 챔피언 벨트 문신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브라질 빈민가 ‘파벨라’ 출신인 그를 현재 자리로 이끈 UFC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 벨트다. 페레이라는 2023년 11월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 된 후 2024년 4·6·10월 타이틀 1~3차 방어를 해냈다. 앞서 2022년에는 제12대 UFC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두 체급 석권은 UFC 31년 역사에서 오직 아홉 명만 이룬 업적이다.
빛나는 그의 업적 때문일까. 이날 킥복싱 연습 상대를 자처하는 이들은 다양했다. UFC 종합격투기 선수 박준용과 정다운부터 헤비급 파이터 기대주 이승준까지. 얼마나 많은 선수가 그와 대결하고 싶어 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페레이라는 곧 웃음기를 거두고 연습 경기에 돌입했다. 촬영을 시작할 즈음엔 경기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었다. 페레이라의 가장 야성적이고 본연적인 얼굴을 담아내고자 적지 않은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포토그래퍼는 페레이라가 휘두른 주먹이 얼굴을 스칠 뻔했다).
휴식 중 잠시나마 여유가 생겼다. 준비한 질문은 많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를 알아가야 했다. 바닥에 앉아 쉬고 있던 페레이라는 의외로 맑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경계심 없이 선해 보였지만 동시에 황량하면서 위력적이었고, 뜨거우면서도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
무뚝뚝할 것만 같던 페레이라는 첫 한국 방문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팬들의 환호가 엄청났어요. ‘이곳에 잘 왔구나’ 생각했죠. SNS로 응원하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요. 행사에서 그 응원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내한 전부터 “한국에 가면 오리지널 코리안 바비큐를 맛보고 싶다”고 고백한 그인 만큼 다 함께 빙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 문화가 가장 신선했다고 덧붙였다.
페레이라는 팬 미팅 디너쇼를 비롯한 한국에서의 주요 행사를 끝마친 후에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 기간에도 훈련에 열중하겠지만, 굳이 UFC 경기를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또렷한 목소리로 “그래도 경기 상대가 정해지면 분석을 위해 (영상에) 집중해서 봐요”라고 강조했다. 평소 그가 상대방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만큼 피니시를 준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격투기 팬이 그의 강점을
비현실적인 레프트훅과 레그킥이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강인한 정신력과 이러한 맞춤형 전략을 꼽는다.
이후 연습 경기 시작을 알리는 타임 벨이 울리자 다급한 마음에 “다음 목표가 무엇이냐”는 평범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지금 당장 꼭 이뤄야 할 것은 타이틀 방어밖에 없어요. 아, 우선은 좀 쉬고요(웃음)”라고 담백하면서도 힘 있게 답했다. 페레이라는 분명 흔하지 않은 예에 속하는 이다. 누구보다 야수 같던 옥타곤에서와 달리 밝고 소탈한 모습은 유쾌한 반전이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그는 현장에 모인 이들을 모두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다. 아마도 한 분야의 챔피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마력과 성정 덕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