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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 ATTRACTION

배우 이제훈은 맑다. 그 안에 머금은 수많은 빛이 대체 불가한 빛이길 원한다.

<모범택시>의 김도기만큼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배우가 대입이 잘 안 돼요.

<모범택시 2>의 인기가 상당해요. 매회 1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데요.

시즌 2가 나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방영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촬영하는 동안 고생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김도기의 첫 등장부터 강렬했어요.

작가님이 대본 첫 줄에 ‘감옥에서 운동하고 있는 도기’라고 써놓았더라고요. 충실히 임해야죠.(웃음). ‘내 인생 마지막 상의 탈의다’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오늘 화보 촬영에서 조금 남아 있는 근육을 불태웠네요.(웃음)

김도기는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매번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역할이죠. 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데, 배우에게는 욕심이 나면서도 부담되지 않나요?

굉장히 즐기면서 행복하게 작업했어요. 부캐들의 간극이 커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걱정은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지 고민도 했고요. 제 연기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많았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봐주셔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시즌 2에서는 더 화끈하게 한번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에서 배우 이동휘 씨에게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을 털어놨어요. 이번에 원 없이 했겠어요.

전 주변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는 없어요. 그래서 코믹 연기를 하는 제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죠. 이번 작품은 함께하는 배우들과 앙상블이 좋은 데다 대본도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도전이었군요.

사실 제가 애드리브에 능한 배우는 아니죠. 예전에는 주어진대로만 연기하는 배우였다면, 이번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했어요. 대사와 지문 사이에 뭔가를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보이면 의견도 내고, 대본도 써보면서 채워나가는 연기를 했어요.

배우로서 큰 변화였겠네요.

솔직히 대사를 숙지하고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이제는 이야기의 화자로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또 촬영 현장은 시간과의 싸움이잖아요. ‘아, 그때 이걸 왜 안 했지’, ‘왜 이걸 놓쳤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주어진 시간 안에서 모든 걸 쏟아내려 해요.

그 열정이 오늘 화보 촬영에서도 충분히 느껴졌어요. 소리 없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했거든요.

화보 촬영도 연기할 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멋지고 화려한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이런 또 다른 제 모습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작품에서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쌓이는 경험을 통해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4화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시골 청년 이제훈의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것도 마찬가지예요. 분명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어설퍼 보일 거예요. 그래도 시도했다는 것 자체를 애정으로 봐주시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로서 또는 인간 이제훈으로서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생긴 셈이죠. 충청도에 가게 되면 한번 써보기도 할 테고요.(웃음)

김도기가 인생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럴 수도 있겠죠. 이렇게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게 참 매력적이에요. 연기를 하다 보면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모범택시>의 김도기만큼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배우가 대입이 잘 안 돼요. 물론 더 좋은 배우야 있겠죠. 하지만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애정이 가고 소중한 캐릭터예요.

김도기가 보여준 부캐 중 평소 이제훈과 흡사한 모습을 찾는다면?

사실 모두 제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이지적인 모습, 유머러스한 모습 등 제 안의 작은 면을 굉장히 극대화해 보여준 것 같아요.

극 중 빌런을 응징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했던 순간이 있나요?

어떤 장면이나 액션보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통쾌했던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인가요?

후반부에 나오는 대사라 지금 언급할 순 없지만, 영어로 표현하면 ‘memory’, ‘remember’ 정도가 되겠네요. 시즌 2를 관통하는 키워드죠. 결국은 ‘기억하라’는 거예요.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범죄나 부조리한 현실. <모범택시>의 근간이 되는 메시지이기도 하죠.

<모범택시>를 포함해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흥행을 하거나 상을 안겨준 작품이 꽤 많아요. 작품 복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작품을 보는 안목이 좋은 걸까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 나름의 기준이 있긴 해요.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작품을 하고 싶거든요. 보고 휘발되는 작품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남아도 좋지만, 각자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죠. 제가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예요. 저 또한 작품을 통해 영향을 받거든요.

구교환 배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탈주>도 개봉을 앞두고 있죠.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구교환 배우와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는데 이루어졌네요. 당시 발언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 걸까요?

저도 궁금해서 제작진에 물어봤어요. 영향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성공한 덕후죠.(웃음)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요?

작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구교환 배우와 함께해서 더 빛을 발했죠. 작품에서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번 깨달았어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감정이나 대사를 주고받는 게 편안한 파트너가 있어요. 구교환 배우를 사석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도 물 흐르듯 호흡을 맞춰나간 것 같아요.

배우를 꿈꾸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스물다섯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죠. 그 전에도 극단에서 연기한 걸로 아는데, 다시 학교에 들어간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연기를 해보겠다고 대학로를 어슬렁거리던게 스물한 살, 스물두 살 그 무렵이에요. 1~2년 정도만 연기를 경험하면 판단이 설 줄 알았어요. 이 길을 가도 될 만큼 재능이나 애정이 있는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두 가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제 꿈을 끝까지 이루기 위해 완주할 어떤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한 분들은 배우 이제훈에 대한 확신이 있던데요.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 작업 당시를 떠올리면서 타고난 배우라고 평했고, 배우 박정민도 페이소스·에너지 등 내면의 힘이 엄청난 배우라고 했어요. 신인 시절부터 그런 평을 들은 걸 보면 천생 배우 아닌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저를 발견하고 제 안의 뭔가를 끄집어내줬으니 그런 말도 들을 수 있다고 봐요.감독과 작가가 저를 캐스팅하고, 촬영감독이 저라는 피사체를 담아줘야 가능하죠. 조명감독의 빛이 있어야 제 모습이 드러날 수 있고요. 제아무리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해도 이런 분들이 없다면 배우로서 빛을 낼 수 없을 거예요.

단편 <진실 리트머스>로 데뷔한 지 17년쯤 됐어요. 지금 모습이 <건축학개론> 속 승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경력이 그 정도 됐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와, 벌써 그렇게 됐네요. 그러고 보니 <진실 리트머스>를 함께한 분들과 제작사도 차렸네요.(웃음)

2년 전이죠? 양경모 감독, 김유경 프로듀서와 함께 제작사 ‘하드컷’을 만든 게.

맞아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기를 못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혹은 하고 싶을까. 그런데 선택지가 별로 없더라고요. 연기를 하지 못하더라도 그 현장에 속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아이디어를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조명 반사판을 비추는 막내가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하드컷’을 만들었는데, 새롭게 깨달은 것이 많아요. 내가 얼마만큼 영화를 사랑하는지,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면 어떤 자리에서 무엇이라도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요.

왼쪽 귀와 재킷 칼라를 장식한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 골드 싱글 클립 어어링, 콰트로 더블 화이트 싱글 클립 이어링, 16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와 세라믹을 장식한 콰트로 더블 화이트 라지 펜던트 네크리스, 겹쳐 착용한 콰트로 더블 화이트 스몰 타이 네크리스 모두 Boucheron.
블랙 피크트라펠 재킷과 팬츠 모두 Ferragamo.

17년 차 배우는 어떤 고민이 있을지 궁금해요.

고민하기보다는 부단히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도 부족한 것도 많고,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10년 후 이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 그때도 이런 대답을 하면 좋겠네요.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는 배우이고 싶거든요.

영예로운 순간도 있었나요?

명절 때?(웃음). 공휴일이 되면 특선 영화를 방영하잖아요. 거기에 제 작품이 나올 때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흥행 작품일 수도, 메시지가 좋은 작품일 수도 있고, 어떤 이유로든 의미 있는 작품인 거잖아요.

배우 이제훈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나요?

대체 불가한 배우. 그야말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요.

에디터 정유민, 이도연 사진 최나랑 헤어 이에녹 메이크업 이솔 스타일링 신지혜(Intrend) 어시스턴트 임인선(Intrend), 이호진,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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