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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GREAT STORYTELLER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 4인.
음악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하영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


  1. 그린하우스 선생님은 방학 때마다 미국 웰플리트에 있는 자택으로 나를 불러 첼로를 가르쳐주셨다. 레슨 때는 물론 식사나 산책을 할 때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잘스 선생님과 그린하우스 선생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내 가슴속에서 여전히 함께 숨 쉬며 연주를 한다.
  2. 현재 지도 교수인 이반 모니게티는 음악 선생님이자내 인생의 멘토다. 레슨실 밖에서도 그의 가르침은 계속 이어진다. 마드리드 시내를 산책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러 작곡가와 음악·문학·예술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걸 즐긴다. 또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칙과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3. 첼로를 손에 쥔 이후 많은 분을 만났다. 첼로의 시작점에는 장형원 선생님과 정명화 선생님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내게 가르침을 준 분이고, 지금도 여전히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스승이다.
  4. 2008년 독일의 크론베르크 마스터클래스에서 파블로 카잘스의 제자였던 버나드 그린하우스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그 후 때로는 말씀으로, 때로는 자신의 삶으로 아티스트의 길을 알려주셨다.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 나이가 90세, 나는 열 살이었다. 큰 나이 차이임에도 선생님은 나를 ‘음악적 딸’이라고 불렀다.
  5.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다. 1년에 한 번 쉬프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슈베르트·하이든·베토벤을 함께 연주하고 토론하면서 프레이징, 음악적 아티큘레이션, 음색 등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갔다.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을 이끈 세 가지

끈기 있는 훈련, 감당 못 할 호기심, 끊임없는 탐색과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뇌

새로운 곡에 도전할 때면 이따금 힘에 부치기도 한다.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때도 있고, 낯선 문화도 새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땐 악보만 보는 게 아니라 작곡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바로크시대부터 현재까지 그림과 건축에 대해 살펴보고, 문학 작품도 즐겨 읽는다. 파고들수록 끝이 없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연주를 위한 자극

숲과 나무, 푸른빛 하늘과 호수는 안정감과 새로운 영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틈틈이 산책을 즐긴다. 옛 음반도 자주 듣는다. 좋은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꼭 클래식 연주만 듣는 건 아니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실황 무대를 통해 받는 감동은 어마어마하다.

무대에 오르는 마음가짐

처음 보는 분에게 말을 건넨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곡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을 소개한다는 마음이 크다. 나의 세계로 초대받은 청중은 눈빛과 박수로 반응한다. 그래서
난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여기며, 연주는 청중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처음 연습한 곡어린 시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음반으로 많이 들었다. 선생님이 악보를 건네기 전 내가 직접 악보를 꺼내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음악에 대한 도전과 성취감

새 악보를 볼 때마다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악보를 받으면 행복했다. 지금도 도전은 즐겁다. 현대 곡이나 덜 알려진 곡을 좋아하는 것도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체질이라 그런 것 같다. 물론 널리 알려진 음악을 새롭게 소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은 고전과 현대 곡을 섞은 특별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첼로만의 가치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다. 표현할 수 있는 대역이 넓고, 주법도 다양하다. 요즘 연주하는 현대 곡 중에는 첼로가 타악기로 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악보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

이 프레이즈가 말하는 프레이즈인지, 노래하는 프레이즈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작곡가의 의도를 찾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길은 하나가 아니고 꼭 정해진 것도 아니니까. 악보를 보며 마음속으로 연습하기도 하는데, 그때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영속하는 클래식 음악의 가치

클래식 음악은 긴 호흡과 자기만의 문법으로 자연과 인간을 노래한다. 그 속에 사랑과 슬픔이 있고, 혁명의 환희와 희생자에 대한 애도 등 다양한 세계가 들어 있다. 오랜 시간 부침을 겪은 파도에서 살아남은 곡을 듣는 것은 수백 년 된 책을 읽고, 오래된 명화를 보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다.

박재홍 2021년 제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1. 2023년 2월 일본 산토리 홀에서 진행한 공연 직후 만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그는 “모든 연주자는 생긴 대로 연주한다”라고 조언해줬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좋은 모습을 유지해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2.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묘비. 장미꽃 한 송이를 놓은 뒤 한 시간 정도 베토벤의 음악을 듣는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자 절대적 멘토다. 또 피아노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자주 읽는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굴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에너지가 샘솟는다. 이를 접하며 또 다른 삶의 용기를 얻는다.
  3. 2022년 8월 이탈리아 볼차노의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마주한 그리고리 소콜로프. 급한 일정에 50만 원이 넘는 택시비를 지불했지만, 그의 연주를 듣는 순간 감정의 깊은 파도를 느꼈다.
  4. 오케스트라 공연 리허설을 준비하는 김대진 교수. 멘토라는 말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11년 동안 피아노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의 “Stay Happy and Breathe(숨 쉬듯 행복하게 자신을 돌아보라)”라는 조언은 지금까지 내 음악 인생의 큰 버팀목이 되었다.
  5.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제29번 ‘함머클라비어’ 악보. 대위, 화성, 구조 모두 완벽한 대서사시에 가까운 곡이다. 이 곡을 통해 제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4개의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지금도 전체 피아노 문헌 중 하나만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정도로 애틋한 곡이다.

2021년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달라진 부분

성취감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하나의 성장점을 마주했다. ‘음악은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어떠한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해서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구간에서 음악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는 것을 깨달았다.

무대 위에서 몰입하기 위한 노력

클래식 음악가는 때론 무대에서 ‘영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연주가로서 선지자의 음악을 계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악보 자체는 종이 위 잉크에 불과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면 또 다른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뇌

연주하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은 작곡가 대부분 이 세상에 없다는 거다. 악보에는 어떠한 색깔도 칠해져 있지
않으니 매우 주관적으로 소화할 수밖에 없다. 이건 클래식 음악가로서 고충이자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고 아득하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나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노력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이 많지만, 연주 습관을 닮을까 봐 경계한다.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해야 하니까. 그래서 참 어렵다. 순례자의 길처럼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고 음악으로서 재정의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아노만의 차별화된 가치 표현할 수 있는 색채가 무척 방대하고, 많은 성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주와 멜로디를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처음 애정을 담아 연습한 곡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7번 1악장 ‘Presto’. 초등
학교 2학년 때 2년 동안 이 곡을 연습해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 들어갔다.

영속하는 클래식 음악의 가치

세월이 지나도 창작자의 메시지가 살아 숨 쉰다는 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처럼. 클래식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김유빈 2022년 제71회 뮌헨 ARD 국제 콩쿠르 플루트 부문 우승

  1. 2017년 백스테이지에서 함께 촬영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동료들. 2016년부터 함께한 극단 동료들은 클래식이라는 교집합 아래 음악적 성취감을 새롭게 이룩했고, 그 성취감은 음악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되었다.
  2. 제71회 ARD 국제 음악 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둔 순간. 대회 결선에서 프랑스 현대음악 작곡가 마르크 앙드레 달바비의 ‘플루트 협주곡’에 도전해 우승했다. 이 콩쿠르를 통해 안주하지 않고 영감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적 표현 방법과 동기부여를 얻었다.
  3. 스승인 필립 베르놀드와 함께. 프랑스 리옹 국립고등음악원 유학 당시 처음 사제 관계를 맺은 그는 플루트의 경지를 깨닫게 해준 멘토다. 2015년에는 대구에서 열린 ‘한여름밤의 플루트 페스티벌’에 함께 참여했다.
  4. 이반 피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전 상임 지휘자 때부터 인연을 맺은 이반 피셔는 내 음악 인생의 귀중한 멘토다. 입단 초기 얼어붙어 있던 내게 “너를 보여줘야 한다”, “너 자신의 음악을 하라”라는 인간적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5. 나를 가장 지지해주는 부모님. 아버지는 공주시 충남교향악단 단원이자 콘트라베이시스트이고, 어머니는 내게 플루트를 배워보라고 처음 권한 분이다.

2022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우승한 요인

라운드마다 그 무대와 연주를 즐기려고 노력했는데, 그 부분을 인정받은 것 같다. 심사평 중 오롯이 내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펜을 잠시 내려놓았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가슴에 오래 남을 심사평이다.

무대 앞의 가장 커다란 난관

콩쿠르마다 정해진 위촉 곡이 있다.2022년에는 작곡가 베아트 푸러의 곡이 플루트 부문 위촉 곡으로 선정됐는데, 많은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어느 콩쿠르든 가장 큰 난관은 위촉 곡이지만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요소이기도 하다. 아직 그 누구의 해석도 닿지않은 작품인 만큼 수행하는 데 훨씬 자유롭고, 그만큼 책임감도 따른다.

성공과 수상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

음악가에게는 항상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노력에는 끝이 없다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느끼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안주할 수 없는, 안주해서는 안 되는 세계이지 않을까. 어떠한 해답도 정해지지 않은 영역인 만큼
더 어렵다. 그래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자 노력한다. 음악적 원동력 또한 나 자신의 영감과 태도에서 가꿔나가는 편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뇌

곡을 해석할 때가 가장 고뇌하는 시간이다. 이미 연주해본 곡이라도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터득하는 경우도 많다. 해석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매체・사람・공연 등 다양한 지점에서 영감과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고유의 특성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곳 주로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면서 얻는다. ‘연주 여행’ 이라는 뜻밖의 여정에서 실력 있는 음악가들과 협업할 때 새로운 자극이 생기고 영감이 피어난다.

플루트만의 가치

플루트는 처음부터 소리를 내기 꽤 어려운 악기다. 하지만 난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이상적인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전에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배워봤지만, 플루트만큼 자유로운 악기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처음 애정을 담아 연습한 곡

헨델의 ‘플루트 소나타’. 플루트 레퍼토리에서 가장 처음으로 접한 곡이다. 입문자들의 곡으로도 유명하지만, 제대로 공부해서 연주하면 더 깊이 있는 곡이 된다.

악보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

음표보다는 쉼표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숨을 가다듬으라는 의미,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한 의미 등 쉼표에 담긴 의도와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연주하면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이 쉼표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영속하는 클래식 음악의 가치

음악의 본질을 오랜 시간 지켜왔다는 것. 유행과 변화 속에 자리하는 유한한 것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시대나 유행에 따라 연주 스타일이 다르지만, 클래식 음악의 뿌리는 어떠한 세대와 세월 속에서도 고고히 흘러갈 것임을 굳게 믿는다.

신창용 2018년 지나 바카우어 국제 아티스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1. 2년 만에 진행하는 단독 피아노 리사이틀. ‘판타지’를 주제로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리스트의 곡을 하나의 연결된 스토리로 담았다.
  2. 2020년, 인간적·음악적으로 인생 멘토인 백혜선 선생님의 KBS교향악단 협연이 끝난 후. 현재 보스턴에 거주하며더 가까이서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있는 선생님에게 인생과 음악에 대해 배우고 있다.
  3. 천재 피아니스트 이야기라 흥미를 갖고 봤지만 인종 차별을 다루는 내용에 더욱 와닿은 영화 <그린북>. 영화를 볼 당시 미국 유학 7년 차였는데, 외로운 음악가로 살면서 인종 차별까지 당하는 주인공을 보며 감정 이입했던 기억이 있다.
  4. 예원학교 재학 시절, 권마리 선생님은 내게 단단한 기초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르쳐 주었다. 여전히 나의 연주회를 찾아주며 응원해 주는 고마운 분이다.
  5.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변화경 선생님과 공부하며 음악적 요소는 물론 음악가가 지녀야 할 덕목과 마음가짐을 배운다. 선생님이 걸어온 길을 보며 나 역시 음악가로서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한다.
  6.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경험한 카네기홀 독주회. 머레이 페라이어의 공연을 보며 잠시 그의 인생에 들어가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음악가의 길이 고되고 힘들지언정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다.
  7. 로버트 맥도널드 선생님은 2011년에 처음 만나 9년간 커티스 음악원,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 학사, 석사, 최고 연주자 과정을 함께했다. “음과 음 사이를 들으며 연결하고 손 끝을 통해 말하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음과 음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의미와 나만의 소리를 찾았다.
  8. 음악이 가진 호소력을 알려준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강충모 선생님.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끝으로 온전히 나의 음악을 표현할 때, 비로소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가닿을 수 있는 음악적 본질에 대해 배웠다.

2018년 지나 바카우어 국제 아티스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2022년 제1회 대한민국예술원 젊은 예술가상 음악 부문 수상 소감

과분한 상에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더 좋은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연주를 전하라는 뜻으로 감사히 상을 받았다. 내게 콩쿠르는 여전히 ‘성장의 동력’이다. 나갈 수 있는 시기가 한정적인 데다 준비하는 동안 비약적 성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예술원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을 때는 한국 예술계를 이끈 분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영광스러웠다.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뇌

새로운 곡에 도전할 땐 언제나 어려움이 있다. 인지도 있는 작곡가라면 그들의 출신, 배경을 알기에 곡의 대략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작곡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주를 통해 나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곡을 해석하고, 연구하고, 넓혀가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축복이자 현재 음악가들이 이어가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영감을 발현하는 곳

피아노 음반이나 연주를 듣고 감명받을 때도 많지만, 우연히 접한 소리도 영감을 준다. 예를 들어 현악기의 울림이나 성악가들이 부르는 가곡을 들으면 구조상 음 사이를 연결할 수 없는 피아노 악기에서 비슷한 소리를 찾고 싶어진다.

5월에 열리는 독주회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

평소 많이 연주하지 않던 모차르트와 그를 존경한 슈베르트 가곡, 두 음악가의 작품을 편곡한 리스트의 곡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2년 만의 독주회인 만큼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무대에 오르는 마음가짐

무대만큼 솔직해지는 곳은 없다. 단지 보여주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한다. 처음으로 애정을 다해 연습한 곡 ‘모차르트 론도 라장조 K.485’. 여덟 살 때 처음 콩쿠르에서 선보이기 위해 연습한 곡이다. 키가 크지 않아 반은 서서 치던 기억이 난다.

연주할 때 가장 즐거운 순간

단연코 무대 위다. 준비 과정은 지난하지만, 혼신을 다해 연주를 끝낸 순간의 감정과 희열은 연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악보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첫 음. 연주자들이 가장 긴장하고 심호흡하며 치는 음이자, 청중들이 가장 기대하고 귀 기울이는 음이라 생각한다.

음악가로서 지켜가고 싶은 가치관

내가 지금 만드는 음악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거라는 믿음.

영속하는 클래식 음악의 가치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많은 음악가가 그 가치를 대변해준다.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세월을 초월해 많은 이의 가슴에 남아 있는 음악이 클래식 아닐까.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도요(D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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