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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년 제냐의 여정을 찾아서

두바이에서 펼쳐진 제냐의 115년 여정.

제냐의 2026 여름 패션쇼가 펼쳐진 오아시스 정원.

지난 6월 두바이에서 특별한 초청장이 날아왔다. 1910년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창립한 제냐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빌라 제냐(Villa Zegna)’가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두바이 오페라하우스에서 문을 연다는 소식과 함께 매년 밀라노 남성 패션 위크의 피날레를 장식하던 제냐의 2026 S/S 런웨이가 두바이에서 펼쳐진다는 것이었다.

빌라 제냐는 지난 2024년부터 전 세계의 예상치 못한 장소에 문을 열며 제냐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립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유산을 구현하는 곳이지만, 단순한 설치물을 넘어 자연과 서사, 문화를 어우르며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집’과 같은 공간인 셈이다. 상하이와 뉴욕을 거쳐 두바이에서 열린 이번 행사가 특별했던 건 빌라 제냐가 초청받은 인원만 방문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럽으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문화적 모임과 프라이빗한 런치, 익스클루시브 디너,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프로그램으로 한층 다채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빌라 제냐, 제냐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빌라 제냐의 시작은 이탈리아의 트리베로(Trivero)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이 어우러진 영상으로 시작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척박한 트리베로 지역에서 제냐의 비전을 떠올리며 빌리지를 발전시킨 것처럼, 황폐한 사막이 수령 100년 이상 된 나무와 120종의 새들에게 둘러싸인 울창한 버즈 밸리(Birds`s Valley)로 변해가는 과정이 제냐의 아카이브 이미지와 일러스트, 추상적 움직임,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가 어우러져 여정으로 안내한다. 게이트를 지나면 방문객은 메인 룸으로 들어선다. ‘오아시스의 비전’을 품은 이곳은 오아시스를 형상화한 정원으로 모래와 나무, 빛과 고요함으로 구성했으며, 제냐의 2026년 여름 컬렉션 패션쇼가 공개된 장소이기도 하다. 무대 중심에는 아랍에미리트 국목인 가프(ghaf) 숲이 자리하는데, 쇼가 끝난 뒤 원래 자리에 다시 심었다고 한다. 제냐의 역사가 척박했던 남성복 원단과 패션을, 황폐했던 트리베로의 자연과 인프라를 풍성하게 발전시킨 데 의미가 있다면, 그 과정을 사막에 세워진 도시 두바이에서 재현한 것은 그야말로 특별한 이벤트였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집무실을 정교하게 재현한 공간.

빌라 제냐의 하이라이트는 숲과 오아시스를 지나 당도하는 정문에서 시작된다. 초인종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면 정교하게 재현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집무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전 에르메네질도의 스케치와 손 글씨 메모, 기술 도면, 그리고 개인 소지품이 전시돼 있는데, 몇 분 전까지 그가 앉아 브랜드의 비전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생생하다. 이어 만난 향수 룸은 제냐의 향을 통해 새로운 장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마스터 퍼퓨머 파브리스 펠레그린이 빌라 제냐를 위해 제작한 리미티드 제품 ‘일 콘테(Il Conte)’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가죽 어코드와 바닐라 타히텐시스 인퓨전, 벤조인 레지노이드가 조화로운 이 향은 창립자의 책상과 도구, 그리고 그가 생존했던 고요한 일상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향기는 바로 스타일과 이어진다. 창립자의 워드로브는 실제 그의 옷장에서 영감받은 의류와 원단, 디테일로 채워진 전환의 공간이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곳으로, 각 의상은 실제로 입었던 듯한 생동감을 지니며 에레메네질도 제냐가 지향한 세련되면서 현대적인, 우수한 품질의 남성복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창립자의 워드로브를 지나면 사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완벽한 고요와 절제된 품격이 공존하는 이곳은 빌라 제냐만을 위해 제작한 특별한 의상으로 채워졌다. 제냐의 스타일 코드를 발전시켜온 아카이브 오브제와 도구가 함께 전시되었으며, 초청받은 프라이빗 멤버들은 그들만을 위해 제작한 컬렉션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제공된다.

창립자의 실제 옷장에서 영감받은 의류와 디테일로 채운 워드로브.

확장된 제냐의 세계, 2026 S/S 컬렉션

제냐의 두바이 여정은 컬렉션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쇼와 컬렉션은 창립자의 트리베로 저택과 사막의 모래가 하나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무대에서 펼쳐졌다. 제임스 블레이크가 큐레이션하고 라이브로 연주한 음악과 함께 성별과 세대, 그리고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착용하는 의상에 아름다운 흔적과 여전히 또렷한 자취를 드러내며 패션과 삶, 그리고 서로 다른 세계를 하나로 잇는 포괄적 사고방식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제냐의 뿌리인 원단 제작에 충실하면서도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의복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기존 패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재현했다. 강도 높은 워싱과 크링클(crinkling) 가공을 거쳐 몸에 자연스럽게 피트되는 실루엣을 형성하고, 두바이의 뜨거운 태양과 열기가 남긴 듯한 흔적의 색감이 은은하게 바래졌다. 허리에 무심히 묶은 재킷이나 슬리퍼처럼 신은 로퍼는 모두 일상의 거칠지만 아름다운 동시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방식을 암시한다. 여기에 모카신과 슬리퍼, 랩어라운드 선글라스, 넉넉한 사이즈의 가방 등이 어우러지며 내추럴하면서 고급스럽고, 심플하면서 현대적인 제냐의 룩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원단에 주름을 넣는 크링클 가공으로 자연스러운 슈트 실루엣을 강조했다.

제냐의 아이코닉한 일 콘테는 박시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건 클럽 체크를 다양하게 접목한 테일러드 재킷과 쇼츠 룩.

강도 높은 워싱 처리로 자연스럽고 우아한 컬러를 완성했다.

에디터 조재국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