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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의 시선

김예림과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기 위한 림킴의 이야기.

오프숄더 드레스 Modeny, 블랙 플랫폼 부츠 Rick Owens.

출근길에 ‘여우야’를 들었어요. 이 곡이 나온 지도 벌써 12년이 지났네요.
아, 정말요? 시간 참 빠르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투개월 시절 곡 중 ‘여우야’를 좋아해주는 팬이 유독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김예림의 목소리가 가장 잘 표현된 곡이라고 생각해요.
고마워요.(웃음) 그런 말을 접할 때마다 아직도 많은 분이 과거 내 모습을 좋아해준다는 걸 느끼곤 해요.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곡을 들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정말 어린 나이에 데뷔했어요.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나요?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저마다 품는 꿈이 있잖아요. 명확한 계획 없이 그저 추상적으로 꿔도 행복한 목표요. 제게는 그 꿈이 무대 위 가수였어요. 가까워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20대가 되기도 전에 꿈을 이룬 셈이네요.
맞아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꿈을 이룰 줄은 몰랐어요. 불과 몇 개월 사이 많은 것이 바뀐 채 활동을 시작했죠. 문제는 시작을 하긴 했는데, 내가 정확하게 무엇을 추구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랐다는 거예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절실했어요.


그렇게 4년의 공백기를 가졌죠.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자신을 발견했나요?
불순물 없이 순수한 내 모습이요. 본질적으로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고, 어떤 가치를 내걸어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찰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오롯이 그 목표 하나에만 매달렸어요. 그토록 열심히 지낸 건 난생처음이었죠.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고시생이 시험공부에 매진하듯이 저 또한 음악 작업에 몰두했어요.(웃음)

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나 스스로 표현하는 주체가 되어야 했죠.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야 했기에 ‘0’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꽤 긴 시간이잖아요.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없었나요?
그때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를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일종의 의무감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음악에 대한 열망이 확 식어버린 적은 없었나요?
전혀요.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거든요. 내 안의 ‘0’으로 회귀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니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0으로 회귀한다라,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간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이전까지 행보를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그때도 나름의 좋은 ‘가수’가 되려고 노력했죠. 다양한 곡을 받았지만, 누군가가 표현한 것을 목소리로 전달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나 스스로 표현하는 주체가 되어야 했죠.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야 했기에 ‘0’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그런 고찰이 ‘SAL- KI ’에서 고스란히 보였어요. 발매될 당시 김예림의 음악이라는 걸 아무도 믿지 못했죠. 리스너의 반응을 보고 느낀 건 없었어요?
신기했어요. 생각보다 응원해주는 분이 많은 거예요. 곡 무드가 워낙 극단적으로 바뀐 만큼 거부감이 들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새로운 색깔을 받아들여주신 부분에 감사한 마음이 크죠.

불현듯 ‘김예림’에서 ‘림킴’으로 이름을 바꾸고 발매한 이유는 뭐예요?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웃음) 김예림과 ‘SAL- KI’라는 곡명이 잘 안 붙더라고요.

‘예림’이라는 이름의 어감이 어딘가 귀엽게 느껴지긴 해요.
그러니까요. 뭘 써야 하지 고민하다 제 영어 이름인 ‘림킴’을 쓰게 됐어요. 림킴도 본명이니까 부담이 적었죠.

그 이름 덕에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갓 데뷔한 아티스트로 접하는 리스너도 많았으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 자아를 조금 더 넓게 표현할 수 있는 이름 같아서요.

시퀸 소재 실버 톱 Labeless, 레더 스커트 Bonbom,
화이트 탱크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AL- KI ’ 가사를 읽다 보면 흡사 투쟁 연설문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옐로 피버(Yellow Fever)’는 사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 같은 개념이었잖아요. 사회적 편견을 다룬다는 점에 조심스러운 부분은 없었나요?
물론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이긴 하지만, 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저 또한 동양 여성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해외에 나간 경험이 있다 보니 마음 한편에 추려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내 음악은 내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었어요.

음원 아래 이런 댓글이 있더군요. ‘대중가요 신에서 흑인들은 억압받은 권리를 얘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지만, 정작 그런 흑인들도 차별하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노래는 몇 없다. 림킴이 그 목소리를 이끌어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결국 아티스트가 원했던 방향을 대중이 이해해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죠.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흑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대부분 문화권 사람들이 음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세상이잖아요. 타 문화권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고요. 이 시점에 왜 ‘동양 여성’을 다루는 음악은 없을까 궁금했죠. 그저 엔터테이닝한 영역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장르로 풀어냈다는 점에 만족해요.

이후 발매한 ‘YELLOW ’도 그 흐름의 연장선이었죠. 리스너들이 저마다 방식으로 가사를 해석하기 시작했어요. 댓글에 따르면 ‘Yellow’라는 가사를 ‘Yell out(소리치다)’이라고 들리게 만들었다던데요.
오, 흥미로운 발상이지만 그건 의도한 부분이 아니에요. 물론 곡을 만드는 과정 또한 즐겁지만, 이렇듯 다채로운 해석을 접하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소중하죠. 특히 ‘ YELLOW ’는 각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곡이기에 다양한 반응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틴 드레스 Prada.

최근에는 Mnet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2>에서 원밀리언이 ‘YELLOW ’를 재해석해 역주행 중이에요. 그 음악을 만든 사람으로서 무대는 어땠나요?
사실 몇 년 동안 곡을 만들면서 상상했던 비주얼 요소가 있었거든요. 그 요소를 한데 모아 무대 위에 빚어낸 느낌이었어요. 언젠가 내 무대에서도 퍼포먼스로 활용하면 이상적이겠다 싶었고요. 저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곡을 해석해준 것 같아 뿌듯했죠.

그들이 이 곡을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마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보통의 곡은 한 가지 주제, 한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곡이
많잖아요. 근데 ‘YELLOW ’를 비롯한 제 곡은 한 곡 안에 다양한 감정과 메시지가 섞여 있거든요. 구간마다 멜로디가 정반대로 바뀌고, 비트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뉘니 댄서들이 소화하기 한결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요.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웃음) 아직 직접 물어보진 못했어요.

1월에 새로운 음원을 준비한다고 들었어요. 그 곡에 대한 힌트도 줄 수 있어요?
음, 뭐가 있으려나. 아, ‘YELLOW ’를 만든 친구인 노아이덴티티와 오랜만에 함께한 곡이에요. 당시 제작한 데모 중 한 음원이거든요. 그래서 그 가사 속 메시지와 무드를 좋아했던 분들은 이번에도 만족해하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물론 품어내는 방식은 또 다르겠지만요.

가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깊은 고민을 쓰는 타입과 본능에 따르는 타입으로 나눈다면 스스로 어떤 쪽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전자에 가까운 것 같아요. 평소에 영감받을 만한 글, 영상을 접한 뒤 메모장
에 적어두곤 해요.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그 문장이나 단어를 다시 꺼내 보면 또 다른 마음이 들거든요. 거기에 살을 붙여 곡을 만드는 경우가 많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리고 추려 발전시키는 게 편하기도 하고요.

막상 지나고 보니 좀 아쉬운 가사도 있나요?
아직 그런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곡을 만든 시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는 그 나름의 긴 고민 끝에 최선의 선택을 했을 테니까요. 가사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지만, 음악을 하면서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건 있어요.

이를테면?
음악 산업, 특히 K- 팝 시장이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바뀌었잖아요.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당시 상상도 할 수 없던 것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어요. 이런 구조적 변화를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 스스로에 대한 ‘포텐셜’을 조금 더 다양하게 가져봐도 됐구나 싶고요.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또 완전히 달라지겠죠. 이전보다는 미래를 준비하기 수월하겠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대비한다고 해서 완벽할 수 없는 게 미래니까요.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세상이 변하겠죠.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건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에요. 이제 내 안의 한계선을 표시하는게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렇다면 30대의 림킴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강렬한 색을 띠고 있을까요? 김예림의 부드러운 음악을 그리워하는 팬도 많잖아요.
좋은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이전의 색, 지금의 색 모두 제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SAL- KI ’, ‘ YELLOW’ 같은 음악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연한 사람이기 때문이었거든요. 언제든지 새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물론 음악의 한 수단으로 강렬한 메시지와 무드를 활용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컷아웃 디테일 톱 Push Button,
플리츠 팬츠 Melitta Baumeister by Empty.

제가 채워나가고 싶은 색깔이라면
과거처럼 부드럽든,
지금보다 더 강렬해지든 주저 없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게 또 저만의 매력이자 강점 같아요.

그간의 음원 때문에 ‘림킴=사회적 음악만을 보여주는 가수’로 오해하는 이도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뭔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대의를 내걸고 곡을 만든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진지하게 사회적인 내용을 질문해주는 분들 앞에서는 조금 민망할 때가 있어요. 특히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물론 그 안의 이야기는 내 것이 맞지만, 충분히 엔터테이닝한 수단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리스너에게 재밌는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이전의 색깔은 ‘림킴’이라는 넓은 스펙트럼 속 한 장르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런 의미죠?
그렇죠. 제가 채워나가고 싶은 색깔이라면 과거처럼 부드럽든,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렬해지든 주저 없이 도
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게 또 저만의 매력이자 강점 같아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언제든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용기가 있거든요. 다시 비운 뒤 채워나갈 수 있는 용기.

비웠던 0을 채워가나 했는데, 이제 또다시 비워낼 일만 남았네요. 이후의 걱정은 없어요?
네, 자신 있어요. 그저 ‘재밌는 거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돼요. 두려울 틈이 없어요. 그때 몰입해야 되는 건
나의 내면이니까요.

에디터 박찬 사진 최나랑 헤어 문민경 메이크업 이솔 스타일링 이우민 디지털 에디터 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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