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아의 별명은 ‘짱수아’와 ‘쾌녀’
팬들은 그에게 왜 이런 별명을 붙여줬을까?
데뷔작인 영화 <런 보이 런>에서는 조연이지만 존재감 있는 ‘연옥’으로, 첫 주연을 맡은 웹 드라마 <잘 하고 싶어>에서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말괄량이 ‘반아인’으로, 최근 <나를 쏘다>에서는 욕심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쳤 지만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 쓰이는 ‘이다운’으로 분한 한수아. 잘하는 건 잘한다고 인정하고, 부족한 건 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 거라고 당차게 말하는 그이기에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몸이 얼어붙 을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스태프분들과 대화하면서 긴장이 풀렸어요.(웃음) 덕분에 갈수록 편안하게 찍을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피팅 모델을 해서 그때 분위기도 생각났고요.
생소했을 텐데, 스타일링이나 포즈 모두 열성껏 해줬어 요. 말하는 것마다 찰떡같이 알아듣고 해내는 걸 보니 흡수력도 좋은 것 같고요. 연기할 때도 그런가요?
저는 오히려 돌려서 말하면 잘 못 알아들어요.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 “방금 이랬지만, 난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면 “네!” 하고 바로 해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듣는 게 더 도움이 되죠.
직설적이라 상처를 받을지언정.
상처를 잘 안 받아요. 일하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하는 말씀이니 까. 만약 이해되지 않으면 물어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상처받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MBTI가 뭐예요? T죠?
어떻게 아셨어요?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지만, 멘탈도 강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요동하지 않는 듯해서요.
맞아요. INTJ예요. 근데 때로는 감정적인 친구들이 더 멋있어 보여요. 저는 단단한 돌처럼 상처가 안 나는 대신 결정적일 때부러지거든요. 언젠가 힘들 때 크게 무너질 것같아서 차라리 그때그때 상처받고 털어내는 사람이 더 좋지 않나 싶어요.
독자에게 자기소개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한수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제 별명이긴 한데, ‘짱수아’요. 팬들이 저를 그렇게 불러요. 아니면 ‘쾌녀’라고. 저도 좋아하는 별명이라 그게 생각나네요.
왜 짱수아고, 쾌녀예요?
짱수아는 애칭이에요. ‘수아 짱’이 아니라 ‘짱수아’라고 팬들이 불러주는 거죠. 사랑이 묻어 있는 애칭 같기도 하고, 들을 때마다 “수아 짱이야” 해주는 느낌이라 좋아요.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팬들과 대화를 나누거든요. 스무 명부터 시작해 지금 2년 가까이, 거의 500명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소통했어요. 팬들이 제 친구들보다 저에 대해 잘 알 수도 있어요. 고민 상담을 할 때는 “수아 쾌녀다” 하는 말을 많이 들어요. 예를 들어 방금 기자님이 저보고 T냐고 물어보신 것처럼, 고등학생 팬이 중간고사 시즌인데 어떡하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공부해야지 뭘 어떡해”라고 했어요. 이 외에도 여러 고민에 냉철한 답을 내놓다 보니 쾌녀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생긴 듯해요.
평소엔 어떻게 시간을 보내요?
집순이에요. 주로 엄마랑 함께 밥 먹고 새로 나온 OTT 작품을 봐요. 아, 야구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구 보러 가요.
어느 팀을 응원해요?
LG트윈스요.
저도 LG트윈스 팬이에요. 팬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가족이 응원하는 팀이라 가끔 보는 정도지만요. 잘하다가 잠시 주춤하고 있죠? 그런데 저는 이번 시즌 1위 할 것 같아요.(웃음)
1위 해야죠. 저는 주로 직관해요. 혼자도 가고, LG트윈스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 다른 팀 경기도 보거든요. 아빠는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세요.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요?
너무 어렵다. 매일 바뀌어요. 유니폼 마킹은 홍창기 선수로 했는데, 올해 응원하는 선수는 투수 중 박명근 선수라고 있어요. 지금 스무 살 고졸 루키예요. 공을 뚝심 있게 잘 던지더라고요. 김진성 선수도 좋아해요. 베테랑인 데다 꿋꿋하게 공을 던져서 멋있어요.
가을까지 야구는 꾸준히 보겠네요.
겨울에 새로운 취미 활동을 찾아요.
연기는 어머니 추천으로 예고에 들어간 후, 본인도 흥미를 느껴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거죠? 연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던가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연기예요. 한 문장을 가지고 다양한 버전의 연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게 재밌어요.
그런 점이 어려울 때도 있지 않나요?
맞아요.
답을 찾아야 하는데 잘 찾아지지 않을 땐 어떻게 해요?
찾을 때까지 해야죠. 제 직업이니까. 그래도 안 되면 주변에 물어보는 편이에요. 감독님이든 작가님이든, 동료 배우든. 어떻게든 제 힘으로 해보는 데까진 해봐요. 아니면 제가 맡은 캐릭터랑 비슷한 연기를 했던 선배들 영상을 다 봐요.
원래 노력파예요?
열심히 해요. 어떤 작품에 들어가면 미리 비슷한 작품이나 레퍼런스를 찾아봐요. 최근에는 사격 드라마를 찍어서 실제 사격 선수 들이 하는 대회 경기 영상을 엄청 찾아봤어요. 정보 모으는 걸 좋아해요.
저 방금 ‘쾌녀’ 모멘트를 발견했어요. 칭찬이나 보통 사람들은 민망해할 수있는 질문도 시원하게 수긍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잘하는 걸 아는 데다 인정 하는 모습이 쿨해 보여요.
장점, 단점 모두 인정을 잘한다는 거예요. 말씀 해주신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거든요. 평소 욕심이 별로 없어요.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겠지 하죠. 고민이 많은 친구에 비하면 성장 가능성이 낮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 방식이 따로 있으니까.
영화 <런 보이 런>이 데뷔작이에요.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처음 한 작품. 뭐든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오히려 항상 마지막에 연기한 캐릭터가 가장 마음이 가요. <런 보이 런>에서는 분명 연옥이가 애틋했거든요. 그다음 웹 드라마 <잘 하고 싶어>에서는 아인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더라고요. <파트타임 멜로>에선 ‘부슬미’가 잘됐으면 했어요. 마음이 마지막 캐릭터로 계속 업데이트돼요. <런 보이 런>은 딱 첫 작품.
지금 가장 애틋한 건 마지막 드라마 <나를 쏘다>의 ‘이다운’이겠네요.
그렇죠.
좀 아픈 손가락 같은 캐릭터이기도 하잖아요.
팬들한테도 얘기했어요. 처음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얼굴을 쓴 것 같아요. 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친구들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상처받고 깨지고 좌절하는 친구를 처음 만났어요. 열등감을 연기하는 게 신선했고, 자극도 됐어요.
평소 살아가는 방식과 반대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걸 느꼈나요?
진짜 반대예요. 그래서 저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나를 쏘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어요?
오디션을 봤어요. 두 번째 오디션 볼 때까지도 캐릭터를 고정하지 않고 봤는데, ‘박규정’과 이다운 중 어떤 친구가 더 끌리냐고 하셔서 다운이가 하고 싶다고 했죠. 뭔가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노력 하나로 계속 밀고 가는 게 멋있잖아요.(웃음) 모든 사람에게 다른 태도로 대하는 점도 입체적으로 다가왔어요.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나요?
사실 없어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은 정말 많지만, 롤모델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왜일까요?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롤모델, 버킷 리스트 등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 과거나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죠.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블로그 프로필에 있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라는 글이 떠오르네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매일 성실하게 살면 인생도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지 않을까요.
맞아요. 계획을 세워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당장 이번 주에 잡힌 일정은 기억하고 실행하지만, 나중에는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어떻게든 돼 있겠지. 뭔가 되어 있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배우 한수아에게 연기란?
평생 함께할 업 같은 것. 숙제 같아요. 숙제도 과목마다 하기 싫어 최대한 미루는 게 있고, 쉽고 재미있어 빨리빨리 하는게 있잖아요. 그래도 어쨌든 해야 할 일인 건 변함없어요.
안 할 수도 있고, 그만해도 되는 거잖아요.
아직까진 그만둘 생각이 없어요. 좋아하고 재밌는 일도 많지만, 연기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감정을 다루는 직업이니 솔직해지기도 하고, 나 자신을 더 알아가기도 하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