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우오모 109 탐방기
109번째 피티 우오모를 면밀히 탐방하다.



포르테차 다 바소(Fortezza da Basso)에 들어서자 프랑스 건축가 마크 레슐리에(Marc Leschelier)의 ‘고대 유적지/신규 부지(Ancient/New Site)’가 위용을 드러냈다. 높이 5m에 달하는 구조물 18개를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구성해 영국의 스톤헨지를 형상화했다. 이번 박람회를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한 이 작품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관람객이 직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더불어 2026 F/W 시즌 피티 우오모가 지향하는 ‘움직임(Motion)’이라는 테마를 구현했다. 2026 F/W 시즌 피티 우오모는 미래를 향하는 남성복 산업이 어떻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지 보여준 장이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에르노, 바버, 피콰도르 등 총 758개의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약 1만2500명의 바이어와 약 1만9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번 시즌 게스트 디자이너로는 동시대 남성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헤드 메이너와 소시 오츠키가 참여했다. 반가운 소식이라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한 한국 공동관 ‘코드 코리아’가 각국의 바이어와 손님을 맞이한 일이다. 석운윤(SEOKWOON YOON), 비건타이거(VEGAN TIGER), 아조바이아조(AJOBYAJO), 비엘알(BLR), 이지앤아트(EGNARTS), 오디너리피플(ORDINARY PEOPLE) 등 각 브랜드의 독창적 개성이 느껴졌고, 부스를 찾는 이들에게 K-패션의 경쟁력을 각인시키는 뜻깊은 기회를 마련했다.

게스트 디자이너 헤드 메이너의 2026 F/W 컬렉션

헤드 메이너가 선보인 오버사이즈의 시적 균형
매 시즌 게스트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주최하는 피티 우오모는 이번 시즌 2명의 게스트 디자이너를 초청했다. 첫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는 파리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헤드 메이너(Hed Mayner)다. 그를 캐스팅한 피티 우오모의 특별 이벤트 코디네이터 프란체스카 타코니(Francesca Tacconi)는 “헤드 메이너는 시적 아름다움과 편안함, 자유로움과 정밀함, 지성과 장인정신의 대비를 통해 섬세한 균형을 이뤄낸 컬렉션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놀라게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헤드 메이너의 2026 F/W 컬렉션은 상징적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하운즈 투스 패턴, 시퀸, 플리츠 등의 디테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꾸준히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리복과 협업한 스니커즈를 다시 한번 선보였다. 리복의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NPC(Newport Classic) 인시그니아(Insignia) 스니커즈를 부츠 형태로 새롭게 해석했으며,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와 스타일링해 룩의 완성도를 높였다.

소시 오츠키가 그리는 남성성
이번 시즌 피티 우오모의 이벤트 중 가장 기대한 것은 LVMH 프라이즈 2025 우승자인 소시 오츠키(Soshi Otsuki)의 쇼다. 이탈리아 피렌체 중심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수도원 레페토리오는 소시 오츠키의 유럽 첫 컬렉션 무대가 됐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수도원은 대표적 르네상스 양식 성당으로,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유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이곳에서 열린 소시 오츠키의 런웨이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콘크리트처럼 보이는 석재로 마감한 아치형 레페토리오를 배경으로 모델들의 캣워크가 시작됐다. 서정적 선율의 사운드트랙이 공간을 채우자 가슴이 웅장해졌다.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참여한, 2000년 개봉 영화 <브라더>의 OST로 만든 음악이었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시작, LVMH 프라이즈 2025에서 우승한 소시 오츠키는 동시대 남성복의 미래를 이끄는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2026 F/W 컬렉션도 일본의 버블 경제 시대 남성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실루엣이 반영됐다.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유연한 소재는 어깨를 강조한 실루엣에 화려함을 배가했다. 이번 컬렉션의 재킷은 어깨가 한층 넓어지고, 바지는 드레이핑을 통해 우아하고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여기에 넥타이와 벨트를 활용해 클래식한 남성성을 아름답게 드러냈다. 특히 담배 모양 반지가 룩의 포인트로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