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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차우민이 유영하는 세계

푸른 밤, 차우민이 유영하는 세계.

다크 그레이 핀스트라이프 더블 재킷 Acne Studios.

잘 알려진 집돌이더군요. 아무런 방해 없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전 제가 집에서 늘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집에 오면 “집에만 있어도 바쁘겠다”라고 하더군요.(웃음)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에요? (앞쪽을 가리키며) 여기에 테이블이 있고, 그 앞에 TV가 있고, 그 옆에 스피커가 있어요. 스피커 밑에 LP가 쭉 꽂혀 있고요. (오른쪽을 가리키며) 여기에 어항과 책장이 있어요. 전 그 가운데 앉아 있죠.

좋아하는 것으로 둘러싸여 있군요. 맞아요.

어젯밤에는 그 공간에 앉아 뭘 했나요? 요즘 롯데가 성적이 좋아 야구 보는 재미가 있는데, 어제는 경기가 너무 쉽게 풀려서 보다 꺼버렸어요. 그리고 <카우보이 비밥> OST LP가 눈에 띄어 오랜만에 들었고요. 맥주 딱 두 캔 마시 고, 청소 한 번 하고, 아침 러닝을 위해 일찍 잠들었죠.

매일 아침 러닝을 하나요? 네. 원래는 저녁 러닝을 했는데, 요즘엔 아침으로 옮겼어요. 저녁에는 집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아서요.(웃음)

밤을 맞이하는 모습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죠. 혼자 고요히 보내는 시간이 없으면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랄까.

블랙 카디건 Sacai, 블랙 쇼츠 Songzio Homme.

“부지런을 떨수록 나로부터 멀어진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말한 것만 들어도 분명 내향인인데. 지난달 팬 미팅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선곡이 반전이더군요. 2PM의 ‘우리집’과 태민의 ‘MOVE’. 소속사에서 시킨 건 아니죠? 제가 선곡한 게 맞습니다.(쓰읍) 말씀하신 대로 차분한 이미지가 강해 아무도 예상 못 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연습도 꽤 했겠어요. 한 달 좀 넘게 했어요.

춤에 재능이 있던가요? 제 길은 아니더라고요.(웃음)

작년에 첫 팬 미팅을 했죠? 팬덤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작품은 뭐죠? <밤이 되었습니다> 아니면 <용감한 시민> 인 것 같은데.

넷플릭스 드라마 <밤이 되었습니다>는 데뷔 초기작임에도 ‘고경준’은 꾸준히 회자되더군요. 그러게요. 당시 팔로워가 네 배 넘게 늘어나는 걸 보면서 작품의 인기를 실감했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사실 호감형은 아니거든요. <약한영웅 Class 1>, <밤이 되었습니다>, <스터디 그룹> 등 위험하고 반항적인 역할이 많은데, 좋게 봐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최근 TV조선 프로그램 <제철남자>에서는 둥글둥글하고 수수한 모습이더라고요. 오늘 촬영하면서도 느꼈지만, 얼굴이 참 다양한 것 같아요. 작품에서는 다듬어지거나 강렬한 얼굴을 주로 보여줬는데, 이번 기회에 그냥 있는 그대로 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날것 그대로, 부담 없이 촬영했죠.

이를 계기로 차우민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분도 많겠어요. 그러면 좋겠어요. 동네에서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친근한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어요.(웃음)

그레이 스트라이프 롱 코트 Ferragamo, 화이트 슬리브리스 Bottega Veneta, 블랙 쇼츠 Moonsun.

2021년, 그러니까 서울예대 연기과 재학 중 데뷔했어요. 꽤 빠른 속도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데, 만약 아직 데뷔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차우민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필름메이커스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오디션이 뭐가 있을까’ 쭉 훑어보고, ‘요새 오디션이 없네’ 하고 신세 한탄을 하겠죠. 그런 다음 고양이한테 밥 주고 어항을 청소한 뒤 다시 필름메이커스에 들어가보는, 아마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웃음)

배우 외 다른 꿈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1초도 망설임이 없네요. 전혀. 돌고 돌아 결국 연기를 했을 것 같아요.

요즘도 여전히 오디션을 보는 입장인가요? 그렇죠. 그래도 오디션에서 저를 알아봐주시거나, 예전과 다른 온도를 느낄 때가 많아요. 가끔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럴 때 성취감이 크겠어요. 음, 그렇지도 않아요.

그럼 언제 성취감을 느끼는데요? 촬영장에 있을 때요. 현장에서 내가 연기하고 있음을 체감할 때 성취감을 느껴요. 완성된 결과물을 마주하는 순간보다, 연기하는 시간 그 자체가 큰 성취예요. 결과물은 이미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거든요.

블랙 팬츠 Sacai, 네이비 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시 <제철남자> 이야기를 꺼내볼게요. 밤에 신동미, 서현우, 김상호 배우와 마을을 걸으며 휴대폰으로 ‘ 별이 진다네’를 틀었잖아요. 그건 본인 선곡이었나요? 맞아요. 초입에 귀뚜라미 소리가 나오잖아요. 그날 밤, 그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과연 2000년생의 선곡일까, 궁금했어요. 아버지의 영향이 커요. 학창 시절 처음 MP3를 선물받았을 때 아버지가 본인 휴대폰에 있던 음악을 모두 다운받아주셨어요. 그 음악만 몇 년을 들었죠. 곡 제목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올드팝 100선’ 같은 문구가 적혀 있던 기억도 나요. 김광석, 이문세, 유재하의 노래도 많았고요. 그런 음악에 노스탤지어를 느껴요. 학창 시절 추억도 떠오르고.

촬영지였던 진도군 관매도는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 우민 씨에게도 힐링이 되는 장소였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간이 있나요? 마지막 날, 소주 한 병 들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갔어요. 안주 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혼술을 했는데, 참 좋더군요.

무슨 생각을 했어요? 아, 내일 집에 가네. 그냥 멍~.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소주도 마시나 봐요. 주로 맥주 아니면 위스키를 마시는데, 최근 한라산 맛을 알게 되어 간간이 즐겨요.

그 섬에선 소주가 잘 어울렸을 거예요. 맞아요. 기분과 상황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 아무리 맛있고 비싼 위스키라도 유독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럼 위스키가 가장 맛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딱 두 가지 상황이 있어요. 낮에 일정을 끝내고, 특히 촬영을 마친 날이면 더 좋고. 아무튼 스케줄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왔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요. 그때 한잔 마시면 기분이 황홀하죠. 아니면 쉬는 날 종일 빈둥거리다 느긋하게 마시는 낮술 한잔도 좋고요.

안주는요? <제철남자>를 보니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던데. 안주 없이 마셔요. 안주는 아니지만, 요즘은 상호 선배님이 주신 들기름으로 막국수를 만들어 먹고 있어요. 아니면 나물 사다가 간단히 비벼 들기름을 살짝 뿌려 먹기도 하고.

앞서 말했지만, 요리 외에도 취미가 많잖아요. 다독가이고, 사진도 찍고, 커피도 전문가 수준으로 즐기고. 여전히 예전 같은 온도로 다 하고 있나요? 네. 바뀐 게 있다면, 요즘은 전자책을 읽어요. 얼마 전 집을 청소하다 보니 쌓여 있는 수백 권의 책을 정리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러닝도 하고, 물고기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물고기는 몇 마리죠? 12마리요. 꽤 큰 수조가 두 개 있어요.

물고기한데 말도 걸어요? 제게 말을 안 걸어서 좋아요.(웃음) LP 틀어놓고, 위스키를 홀짝이다 수조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한 번씩 눈이 마주치거든요. 그럼 “뭘 봐” 하면서 중얼거리긴 해요.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 많은 취미를 꾸준히 같은 온도로 유지하는 것만 봐도 성실한 사람 같아요. 그보다는 호기심이 많아서. 취미를 만드는 게 취미였어요.

옐로 니트와 그레이 니트, 핑크 스트라이프 팬츠,
브라운 바이커 부츠 모두 Prada.

흠, 부지런한 게 확실해요. 중학생 때 낚시를 하고 등교했다는 이야기는 적잖은 충격이었거든요. 맞아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낚시하러 나갔어요.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쪽지 하나 남겨놓고.

꾸준히요? 한 2년은 그 패턴이었죠. 당시 꿈이 낚시 프로였어요. 아버지는 지금도 저를 ‘차 프로’라고 불러요. 원래 낚시꾼은 성 뒤에 프로를 붙이잖아요. 그때는 ‘김 프로’라고 불렀죠. 제 이름이 김민우니까요. 낚시도 아버지에게 배웠어요. 함께 낚시하러 다녔고, 낚시하려고 캠핑도 시작했죠.

그런 시간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겠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 취미는 전부 혼자 하는 거예요. 침묵 속에서 하는 일들이죠. 방식이 다를 뿐, 명상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어항을 청소할 때도 손은 어항을 닦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요. 그날 읽은 책 속 한 문장을 다음 날 종일 곱씹기도 하고요. 혼자 술 마실 때도, 러닝을 할 때도, 낚시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론 뭔가를 하고 있지만, 어지러운 생각을 정돈하는 시간이죠. 연기는 결국 사람과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이니, 이런 습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20대의 절반을 달려왔어요. 10대 때 생각했던 20대 모습과 많이 닮아 있나요? 제가 그리던 모습 그 이상이라 감사해요. 아버지는 처음엔 배우가 되는 걸 말리셨지만, 막상 연기학과에 입학하니 “10년은 무조건 버텨라” 하며 응원해주셨어요. 저 또한 너무 조급해지지 않으려 했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있어 감사할 뿐이에요.

에디터 이도연 사진 채대한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이아 스타일링 남주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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