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자? 요즘 핫한 뮤직 크리에이터 요룰레히
‘요즘 클래식’을 대표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룰레히와의 인터뷰.
요룰레히
활동명 ‘요룰레히’에 담긴 일화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본명인 ‘전희조’를 그대로 썼다. 그런데 스페인 친구들이 발음을 어려워하며 희조를 ‘희요’ 라고 읽더라. 그게 재밌어서 닉네임으로 쓰려는데 이미 있었고, ‘요희’로 바꿔 쓰려니 그 역시 있어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요룰레히가 됐다. 이름 때문에 종종 “요들 잘하냐”, “외국에서 왔냐”는 말도 듣는다. 팬들은 ‘요룰님’ 또는 ‘레히님’ 등 다양하게 부른다.
처음 스트리밍과 유튜브는 ‘디시트’라는 게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시작했고, 나중에 친동생의 추천으로 주제를 첼로로 변경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도 몰랐다. 동생 덕에 잘됐지.(웃음) 동생에게 컴퓨터도 사줬고, 용돈도 자주 준다.
첼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바이올린을 선택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첼로부 선생님은 혼도 잘 안 내고 김밥도 사준다고 해서 부서를 옮겼다.(웃음)
특별활동으로 시작한 악기가 전공이 되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초2 때 교내 콩쿠르에 나갔는데, 금상을 탔다. 바이올린을 일찍 시작한 친구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거다. 그때부터 엄마가 “어머, 얘 좀 봐라” 하고 적극적으로 첼로를 권했다. 여담이지만, 가족 중 음악을 하는 분은 없다.
클래식 연주자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지. 사실 모든 게 변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먼저 수입. 그리고 프리랜서다 보니 생활 패턴도 자유로워졌다. 음악계에서 알아봐 주는 분도 늘었고,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 2024년 4월 한경 아르떼TV 채널의 <아르떼 유레카>라는 클래식 소개 프로그램 고정 MC를 맡았다. 일반 연주자라면 없었을 일인데, 유튜브 채널을 보고 연락했다고 하더라. 출연 초창기에는 개인 방송과 달리 눈치도 보이고 많이 어색했다. 방송하는 내 모습을 기대하고 섭외했다고, 좀 더 편하게 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긴장이 풀리는 와중에 시즌 1이 끝났다. 감사하게 시 즌 2에도 나올 예정이다. 오늘 같은 화보 촬영도 신기하고 놀랍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크리에이터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강점은 뭐라고 생각 하나. 친숙함. 말도 재밌게 하고 친근해서 좋아해주신다. 어른들도 딸내미 같다고 종종 말씀해주신다.
채널이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클래식을 너무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게 봐줬으면 한다. 연주도 일부러 뉴에이지나 애니메이션 OST를 주로 해왔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도 궁금하다. 뉴에이지. 클래식도 좋아하지만 직업병처럼 ‘이 사람은 이 부분에서 왜 이렇게 연주했지?’ 자꾸 생각하고 분석하게 돼서 자주 듣진 않는다. 반면 뉴에이지는 좀 더 편하게 즐기면서 들을 수 있고, 연주할 때도 흥미롭다.
거의 매일, 4시간 동안 방송하면서 다수의 신청곡을 연주하는 게 어렵지는 않은지. 익숙해져서 괜찮다. 모니터를 계속 봐야 해서 목과 어깨는 아프지만. 얼마 전 악보를 보관해주는 매니저님이 외장 하드에 지금까지 연주한 악보가 5000곡 있다고 하더라.(웃음) 내가 가진 악보만 해도 1000곡 정도 되니까 정말 많이 연주하긴 했다.
방송을 하면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도 있나. 많은 신청곡을 받았는데, 그중 아키하바라에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 OST곡이 있었다. 순식간에 연주하고 지나가버려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박자나 멜로디가 독특해서 새로웠다. 또 나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호전됐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리고 연주를 듣고 놀랄 만큼 큰 금액의 도네이션을 보내주실 때. 실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 진심으로 뿌듯하고
감사하다.
지금의 요룰레히를 있게 한 영상이 있다면.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보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해준 영상은 있다. 친구인 ‘기타소년’이 나온 영상이다. 원래 연주하는 콘텐츠만 올리다 처음 초대석을 한 건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대금을 전공한 친구와 함께한 영상이 여전히 최다 조회 수를 유지하는 걸 보면 친한 분들과 함께할 때 방송 분위기도 재밌고, 시청자들도 그걸 느끼는 것 같다.
초대석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게스트와 합주가 있는지. 하피스트 한승희와 함께한 초대석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함께 다닌 후배인 데다 하프와 첼로의 조화가 새로웠다. 페달이 없는 켈틱하프 중에서도 레버 하프라고, 우리나라에 전공자가 드문 전자 하프를 들고 나와서 더 신선했다. <이누야샤> OST ‘시대를 초월한 마음’, <기쿠지로의 여름> OST ‘Summer’ 등을 연주했는데, 구독자들도 ‘소리가 신비롭다’, ‘첼로와 생각보다 조화가 좋다’는 반응이었다. 아름다운 하프 소리를 들으며 같이 연주할 때 귀가 황홀했다.
요룰레히가 생각하는 첼로의 매력이란? 음역대가 부담스럽지 않고 듣기 편한데, 또 음역대가 생각보다 넓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 연주가 가능하다. 전공으로 공부할 때는 몰랐지만, 방송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많은 곡을 할 수 있다는 것. 국악이나 트로트와도 잘 어울린다.
사용 중인 첼로에 대해 소개해주면 좋겠다. 초등학생 때 재능을 알아봐준 부모님이 사주신 악기다. 브랜드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1919년쯤 장인이 직접 만든 것. 가격을 말할 순 없지만, 굉장히 고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느껴도 어떻게 어린 나에게 초고가의 악기를 선뜻 사주고 투자해주셨는지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여전히 쓸 수 있고, 애착도 간다.
‘요룰레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곡은?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코로나19 시절 ‘창현거리노래방’ 채널 ‘스트리머악기대전2회’에서 연주했고, 예선 우승까지 했다. 올린 연주 영상 중 반응도 좋고, 첼로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진행하는 연주회는 어떤 기회로 여는지. 현재 회사인 제이메이저와 이야기를 나눈 뒤 주최한다. 대부분 객석은 라이브 방송 시청자나 유튜브 구독자로 채워진다. 이전에도 내가 주인공인 연주회를 했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때 손님은 주로 가족이나 친구처럼 지인이었고 초대권을 나눠줘서 자리를 채웠다면, 이제는 직접 표를 사고 나를 진심으로 보고 싶어 오는 손님들이 객석을 메워주니까.
첼로 연주가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사실 원하는 건 이미 다 이뤘다. ‘유튜브 구독자 10만 찍기’, ‘스스로 잘 먹고 잘 살기’가 목표였다. 다음 계획을 정하지 못한 상태로 생각보다 금방 이뤄서 말로는 ‘구독자 40만 찍기’라고 종종 하지만 아직 고민 중이다. 앞으로 시간이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