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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타임키퍼

브레게의 새로운 파일럿 워치 타입 XX, 그리고 타입 20

파리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발신은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시작점인 브레게. 신제품 론칭에 대한 이벤트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Type XX’라는 문구가 담긴 메시지였다. 타입 XX는 브레게 파일럿 워치 라인업의 명칭이다. 아마도 브레게 파일럿 워치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일 테다. 약 13년 만에 선보이는 모델은 어떻게 진보했는지 궁금증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일정의 시작은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11km 떨어진 교외에 있는 르 부르제(Le Bourget) 공항이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공항이지만, 현재 소형 자가용 항공기 운항이 주로 이뤄지는 이곳은 100년 역사를 지닌 파리 에어쇼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터미널 건물에는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항공 우주 박물관이 자리한다. 천으로 이어 붙인 날개의 글라이더부터 나무를 깎아 만든 프로펠러 경비행기, 실린더를 장착한 고속 엔진 수송기까지 잘 보존된 수백 점의 기기가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손자 루이 클레망, 그리고 그의 손자 루이 샤를은 하늘에 매료돼 20세기 초반부터 항공 사업을 시작한다. 헬리콥터의 전신인 자이로플레인 구축을 시작으로 그는 1911년 루이 브레게 항공 공방을 세운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여러 항공기는 20세기 초반부터 국제적 명성을 누렸다. 브레게의 이름이 새겨진 항공기는 박물관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항공기를 제작했던 루이 브레게는 자연스럽게 항공 산업에서 워치메이킹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평온해 보이지만, 하늘길은 위험 요소로 가득한 미지의 공간이다. 변덕이 심한 날씨와 기류, 가시거리, 연료 한계 등으로 항공 조종사들은 믿을 수 있는 나침반이 필요했다. 그것이 브레게 파일럿 워치가 탄생한 배경이다. 1910년 전설적 파일럿이자 항공 제작자인 알베르토 산토스-뒤몽(Alberto Santos-Dumont)이나 1918년 프랑스에 주둔한 미국 비행사, 1920년대 프랑스를 방문한 일본 비행사 등 많은 파일럿이 브레게 워치를 착용했다. 이처럼 브레게 파일럿 워치의 뿌리는 파리에서 숨 쉬고 있었다. 1950년대 초부터 브레게는 항공 워치 전문가로 인정받아왔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바로 초음속 콩코 (Concorde). 1930년대로 접어들며 브레게는 이미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손목시계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었다.조종사에게 시간은 항공기에 탑승했을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였고, 안전상 이유로 반드시 중복 원칙을 확립해야했다. 항공시계는 조종사, 더욱 포괄적으로 승무원의 생명을 수호하는 길라잡이였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강도 높은 활동을 수행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타입 XX를 착용했던 여성 비행사 자클린 오리올.
브레게의 크로노그래프는 뛰어난 정확성으로 초음속 콩코드 비행기에 탑재됐다.
브레게 크로노그래프의 설계 도면.
브레게 매뉴팩처에서 4년의 개발 과정 끝에 완성한 셀프와인딩 칼리버728과 군용 버전을 위한 칼리버 7281.

타입 XX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은 1950년대 초다. 당시 항공 산업 전용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했던 브레게는 프랑스 공군에서 야광 인덱스를 탑재한 블랙 다이얼, 야광 핸드, 기압 변화 및 가속 시에도 견고함을 유지하는 고품질 무브먼트, 회전 베젤, ‘플라이백’ 가능 같은 주요 요소를 충족하는 조종사용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여러 브랜드와 경합한 끝에 계약을 따낸 브레게는 군용 타입 20과 민간용 타입 XX를 제작한다. 브레게는 1952년 프로토타입을 제안했고, 이듬해 항공 기술 서비스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1971년 선보인 2세대 타입 XX는 더욱 큰 사이즈의 폴리싱 처리한 스틸 케이스, 두툼한 러그, 블랙 베젤이 특징이다. 12시간 토털라이저는 상황에 따라 적용했지만, 15분 카운터는 꾸준히 탑재했다. 1995년 탄생한 3세대 타입 XX(레퍼런스 3800)는 날짜 창이 없는 ‘아에로나발’ 모델과 날짜 창을 탑재한 ‘트랜스애틀랜틱’ 두 가지 모델로 부활한다. 기존 모델의 블랙 다이얼과 회전 베젤, 플라이백 기능을 고스란히 계승했으며, 여기에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해 편리성을 더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홈이 파인(fluted) 케이스 밴드를 적용해 브레게 특유의 유산을 가미했다. 2004년에는 타입 XXI(레퍼런스 3860), 여성용 타입 XX(레퍼런스 3810)를 선보였고, 2010년에는 고진동 기술과 실리콘 소재를 활용한 화려한 디자인의 타입 XXII(레퍼런스 3880)를 출시하며 컬렉션에 풍성함을 더했다. 브레게 파일럿 워치의 모든 역사가 르 부르제 공항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다. 아카이브 박물관이나 연구소 같기도 한 공간에는 타입 XX의 주요 피스와 100년 넘도록 창공을 넘나든 역사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타입 XX 역시 특별한 곳에서 공개했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위해 파리시가 건설한 프티 팔레 미술관(Musée du Petit Palais)이 역사의 현장이었다. 19세기 르네상스 시대 작품으로 가득한 고풍스러운 미술관에서 군용 버전인 ‘타입 20(레퍼런스 2057)’과 민간용 ‘타입 XX(레퍼런스 2067)’를 공개했다. 두 모델은 모두 브레게 매뉴팩처에서 4년의 개발 끝에 완성한 민간용 버전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728, 그리고 군용 버전을 위한 칼리버 7281로 완성했다. 이 무브먼트는 칼럼 휠, 수직 클러치, 5Hz 진동수, 0으로 초기화하는 혁신적 활성화 시스템처럼 현대 크로노그래프를 위한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또 정밀한 시간 측정을 의미하는 크로노메트리 분야의 최신 기술로 구현한 획기적 설계를 담았다. 밸런스 스프링과 이스케이프 휠, 팰릿 레버 혼은 실리콘 소재로 제작했다. 실리콘 소재는 내식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난데다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시계의 정확성을 높인다. 또 이 무브먼트는 6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두 모델 모두 ‘플라이백’ 기능을 탑재했으며 백케이스에는 항공기 날개를 닮은 형태에 브레게 로고를 인그레이빙한 블랙 로터를 포함한 무브먼트의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1950년대부터 브레게는 항공 워치 전문 브랜드로 인정받아 다양한 비행기에 크로노그래프를 제공했다.
군용 파일럿 워치의 유산으로 탄생한 타입 20.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브레이슬렛의 교체를 손쉽게 할 수 있다.

먼저 군용 유산인 타입 20(레퍼런스 2057)은 1955년 프랑스 공군에 공급한 타입 20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로마숫자의 타입 XX로 기재한 해군항공대 모델을 포함한 여타 모델과 달리, 아라비아숫자로 제품 이름을 새겼다. 블랙 다이얼은 모델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아라비아숫자와 베젤의 삼각 디테일, 그리고 모든 핸드는 야광 처리한 민트 그린 컬러로 제작했다. 3시 방향에 자리한 30분 토털라이저는 9시 방향의 60초 토털라이저보다 큰 사이즈로 완성했으며, 4시와 5시 사이에는 날짜 창을 추가했다. 42mm 스틸 케이스는 인그레이빙 디테일 없이 홈이 파인 양방향 베젤을 탑재했고, 오리지널 모델의 배(pear) 형태를 반영한 크라운은 중립 포지션인 1번, 날짜를 조정하는 2번, 시간을 설정하는 3번 총 세 가지 포지션으로 조절 가능하다. 2시 방향에 자리한 푸셔로는 크로노그래프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4시 방향의 푸셔로는 플라이백 기능이 활성화된다. 클래식하면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가장 파일럿 워치다운 면모로 탄생한 피스임을 디자인과 성능으로 입증한다.

민간용 버전 제품인 타입 XX(레퍼런스 2067)모델은 1950년대 등장한 최고급 민간용 타입 XX, 특히 1957에 제작해 개별 번호 2988을 부여받은 모델의 직계 후속작이다. 다이얼은 2057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3시 방향에는 15분 토털라이저가, 6시 방향에는 12시간 토털라이저, 9시 방향에는 러닝 세컨드를 장착했다. 군용 버전과 마찬가지로 토털라이저는 서로 다른 사이즈로 제작해 전체 다이얼에 더욱 역동적인 매력을 가미하는 동시에 가독성을 높였다.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와 핸드, 베젤의 삼각형 디테일에는 아이보리 야광 코팅 처리했고, 날짜 창은 4시와 5시 사이에 자리한다. 지름 42mm 스틸 케이스는 홈이 파인 양방향 눈금 디테일 베젤을 탑재했으며, 직선 형태의 클래식한 크라운은 중립 포지션인 1번, 날짜를 조정하는 2번, 시간을 설정하는 3번 총 세 가지 포지션으로 조절 가능하다. 2시 방향 푸셔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시작하거나 중단할 수 있으며, 4시 방향 푸셔는 플라이백 원칙을 기반으로 크로노그래프를 즉시 초기화 및 재시작한다. 민간용과 군용 두 모델 모두 항공기 날개를 연상시키는 하바나 컬러 가죽 소재 프레젠테이션 박스에 담아 출시한다. 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룩을 연출할 수 있도록 카프스킨 스트랩 외에도 블랙 나토 스트랩을 추가로 제공한다.브레이슬릿 교체 시스템을 활용하면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스트랩을 분리, 장착할 수 있다.

민간용 버전인 타입 XX. 1950년대 선보인 레퍼런스 2988 모델의 직계 후손이다.
새로운 칼리버 728을 탑재해 6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새로운 타입 모델은 모두 푸셔 버튼 한 번에 크로노그래프를 초기로 되돌리는 ‘플라이백’ 기능을 갖췄다.
에디터 조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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