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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하는 진선규

한낮의 골목, 소리 없이 나타난 진선규.

블랙 재킷 Mugler,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제 비가 많이 내렸는데,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셨더라고요. 해방감 넘치는 하루였어요. 뛰다가 우의를 벗었는데, 어릴 때 쫄딱 젖은 채로 노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리고 뉴스 기사에도 나왔어요.(웃음) 스타트라인에 서 있는데, 김연아 선수가 앞에 있는 거예요. 연예인 처음 본 아저씨처럼 구경하다가 등장했죠. 하하.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해요? 비 맞으면서 뛰는 걸 좋아해요. 일탈 같기도 하고, 달리다 보면 금방 체온이 올라가는데 비가 몸을 식혀주니까 심박수가 줄어들기도 하고요.

가족과 함께 뛰기도 하죠? 아이들이 자라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늘고 있어요. 종종 같이 뛰죠. 다음 달에 가족 전원 달리기 대회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따로 훈련도 하나요? 아직 훈련할 정도는 아니고요. 식사를 가장 맛있게 할 수 있을 만큼 달리는 게 우리 가족의 훈련법이에요. 그리고 집 근처에서 개운하게 외식하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겠는데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하루하루가 그저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래서 대단한 걸 바라거나 좇지 않죠. 생일이나 기념일을 굳이 챙기지도 않고요. 얼마 전 생일이었어요. 장모님이 끓여주신 미역국 먹고 애들이랑 생일 핑계 삼아 인형 뽑기 하고 왔는데, 이런 게 행복 아닌가 싶더라고요.

아빠인 동시에 배우이기도 합니다. 연습이 필요할 땐 독립 공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동네 커피숍에 가요. 시끌벅적한 곳으로요. 소음이 있는 곳에서 대본 숙지가 더 잘되더라고요. 그리고 너무 조용하면 저도 대본을 소리 내서 읽기가 눈치 보이고요. 감정이 고조되는 연기가 필요할 땐 교회의 개인 기도실에 갑니다. 좋은 연습실이자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간이거든요. 배우마다 다르지만, 저는 연습할 때 실전처럼 모든 걸 쏟아내는 편은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건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맞출 때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야 하니까요.

그레이 재킷과 팬츠 모두 Vaquera by Boontheshop, 안경 Prada by EssilorLuxottica, 셔츠와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 나에게 뭐가 제일 중요한지 묻는 거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내가 가장 중요하고, 그걸 하고 있는 순간이면 된 거잖아요. 나의 노력에 관해서도 인정하고 칭찬을 해줘야죠.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금방 지쳐요.

현장에서 100퍼센트를 해내지 못할까, 그런 압박감은 없습니까? 없을 리가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거나 특정 장면을 찍을 때 생각이 많으면 꿈을 꿔요. 공연이 있는 줄 모르고 연습을 하나도 안 했는데, 당장 무대에 올라가야 한대요. 꿈인 걸 알고 깨어난 뒤에도 한참 동안 아찔하죠.

극복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당장 어디 부러지거나 몸이 아파서 도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비참한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침에 눈뜬 그 자체에 감사하고 ‘그래 좋아,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어’ 하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거죠. 걱정 때문에 내 모든 것을 다그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일종의 최면술 같은 거네요? 지금 내게 뭐가 제일 중요한지 스스로 물어보는 거예요. 연기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값지고, 그걸 하고 있는 순간이면 된 거잖아요. 내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지치거든요.

그린 레더 재킷 Black Means, 블랙 레더 팬츠 Ernest W. Baker, 빈티지 그래픽 톱과 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감추기만 하면 아무도 몰라요.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주고, 오히려 오해가 생길 수 있고요. 무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그냥 흘려보내면 돼요. 나를 좋아해주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진짜 동료들이 있어요.

솔직히… 저는 그게 좀 어렵던데요. 그래도 해야 해요. 오늘 하루 진선규라는 사람을 만나 사진 찍고 이야기 나눈 게 기자님부터 즐거워야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신경 써가며 준비했는데, 정작 기자님이 즐겁지 않다면 너무 속상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다들 걱정하고 떨어요. 저마다 감추는 능력이 생긴거지. 저는 모자라면 모자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부족한 모습을 들키는 게 두렵지는 않나요? 감추기만 하면 아무도 몰라요.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주고, 오히려 오해가 생길 수 있고요.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그냥 흘려보내면 돼요. 나를 좋아해주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진짜 동료들이 있어요. 후배들이랑 리딩할 땐 부족한 걸 먼저 드러내는 편이기도 해요. 그래야 후배들도 저한테 고민을 이야기하거든요. 한배를 탄 사람끼리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워줘야 해요.

후배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제 장점 중 하나가 들어주는 거예요. 제가 고민을 해결해줘서가 아니라 같이 앉아 들어주기만 해도 어떤 고민은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핑크 재킷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스트라이프 셔츠 Tonywack.

배우의 삶이 고단하게 느껴진 적은 없나요? 연기를 시작할 때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않아도, 배가 고파도 고단하게 느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요즘 부쩍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요?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내 연기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비쳐질까’, ‘더 이상 진선규라는 배우는 매력이 없어’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런 의식도 욕심에서 비롯된 것 같거든요. 그래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죠. ‘선규야, 정신 차려. 너는 연기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잖아’라고.

지금보다 젊은 진선규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정말 평범했어요. 특이한 취미라든가, 남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고요. 연기하는 게 즐겁고, 좋아하는 연기를 직업으로 삼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이었죠. 사람들이 더러 ‘언젠가 큰 작품에서 유명한 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냥 동료 배우들이랑 연기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게 좋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곧 방영을 앞둔 <UDT: 우리동네 특공대>에서 곽병남 역을 맡았습니다. 곽병남은 창리동에서 ‘꿈나무’라는 문방구 겸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창리동 청년회장으로서 마을 구석구석 신경 쓰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문방구와 철물점을 운영하는 친절한 동네 아저씨. 진선규라는 사람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기도 한데요? 겉보기엔 전형적인 동네 아저씨 같지만, 그 속에 유니크한 면모가 숨어 있어요. 은근히 멋쟁이인 데다 전직 HID 대테러 부대 출신이거든요. 저랑은 다른 구석이 많은 인물이에요.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폭파 사고가 일어나요. 동네 사람들이 각자 가정과 동네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야기죠.

흥미진진하네요.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직 한창 촬영 중이거든요. 아주 재밌을 겁니다. 그리고 계상이랑 <범죄도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작품이거든요. 깊은 케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니트 집업 재킷 Aape by Bape, 안경 Prada by EssilorLuxottica, 데님 팬츠와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케미가 좋았던 배우들이 다른 작품에서 재회하면 관객도 반가운 기분이 들어요. 배우도 마찬가지죠? 반가운 걸 뛰어넘어 사기가 오르죠. 계상이는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왔어요. 제가 연극 공연을 하면 보러와주고, 계상이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고민이 있으면 제가 또 들어주고. 그렇게 수년간 쌓아온 정이 있어서 이번 작품은 더욱 특별했죠.

연기를 할 때 동료 배우에게 의견을 구하는 편인가요? 연기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잖아요. 작품을 함께 이 끌어가는 상대 배우한테 제일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아내 박보경 씨가 좋은 배우이자 저를 가장 잘 아는 동료이기도 해서 물어볼 때가 많죠. 이런 소중한 동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해요.

연기가 어렵진 않나요? ‘얼마큼 배역을 이해하고,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끝없는 숙제를 풀어요. 같은 대사를 수없이 되뇌고 이리저리 변화시키고, 상대 배우를 만났을 때 같이 호흡하면서 가장 완벽하게 조립되는 지점을 찾는 거죠.

연기에 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촬영의 모든 것을 서포트하는 스태프, 그리고 동료 배우와 치열하게 맞춰가는 과정에서 싹트는 고통, 희열, 배려 등이 연기가 아닐까 싶어요. 완성물이 작품으로 나왔을 땐 오로지 관객들의 몫이고요.

공개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시죠? 어제도 마라톤하고, 새벽까지 촬영하고 왔어요. 얼른 집에 가서 장모님이 해주시는 저녁 먹어야죠.

생각해둔 저녁 메뉴가 있나요? 반찬에 토 달지 않는 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팁 중 하나예요.(웃음) 우리 아이들에게도 엄마랑 할머니가 해주시는 밥 감사히 맛있게 먹으라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왼쪽 _ 레더 재킷과 베스트, 팬츠 모두 Kamiya by Mue, 티셔츠와 워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_ 스웨이드 재킷 Bode by Boontheshop, 화이트 이너 톱과 레더 팬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디터 강승엽 사진 김참 헤어 박정환 메이크업 이세라 스타일링 이종현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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