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와 나사, 60년의 신뢰를 기록하다
오메가와 나사, 60년의 신뢰를 기록하다.

지구의 시간을 달로 가져간 유일무이한 시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보유한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이 생기게 된 여정은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옛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며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후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라는 역사적 선언과 함께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 선언은 ‘머큐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미국 최초의 인간 우주 비행 계획이자 머큐리 세븐(Mercury Seven)으로 불리는 일곱 명의 우주비행사를 중심으로 전개한 프로젝트다. 1963년, 프로젝트가 공식 종료된 후 나사(NASA) 우주비행사들은 운영 책임자 디크 슬레이튼에게 다음 임무를 대비해 신뢰할 수 있는 시계를 요청했다. 우주선의 디지털 타이머가 고장 날 경우, 기계식 시계는 우주비행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기에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시 나사는 다음 단계인 제미니(Gemini)와 아폴로(Apollo) 임무를 준비하며 장비 전반을 재검토 중이었다. 1964년 디크 슬레이튼은 고품질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여러 브랜드에 요청했고, 총 4개의 브랜드가 응답했다. 나사는 시계 역시 모든 장비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기준에 따라 평가했다. 안전성, 신뢰성, 그리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테스트한 인물은 엔지니어 제임스 레이건. 그는 유인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이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시계를 선별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ST 105.003은 우주 임무에 적합한 장비로서 자격을 입증한 모델이다. 이 시계는 나사가 설정한 고온, 저온, 진공, 습도, 부식, 내충격성, 가속, 저압, 고압, 진동, 사운드 등 총 11가지의 혹독한 테스트를 견뎌냈다. 오메가가 우주 기술 분야에 남긴 위대한 첫걸음이다.
자격이 부여되고 3주 후인 1965년 3월 23일, 스피드마스터 ST 105.003은 제미니 3호 임무 중 버질 ‘거스’ 그리섬과 존영이 최초로 착용했고, 공식적으로 우주를 탐사했다. 이때, 시계의 유일한 변경 사항은 우주복 위에 착용할 수 있도록 긴 벨크로 스트랩을 추가한 것뿐이다.
이후 스피드마스터는 미국 최초 우주 유영에 나선 에드 화이트와 1968년 처음으로 달 반대편을 본 아폴로 8호 승무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궤적을 넓혀갔다.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했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2시간 30분 동안 달 표면을 걸었다. 이 역사적 장면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에 달에서 착용한 최초의 시계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부여하며 오메가의 위상을 우주까지 확장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그 믿음의 이유
나사의 엄격한 공식 테스트가 스피드마스터의 신뢰를 입증한 출발점이었다면, 그 신뢰를 완성한 계기는 우주비행사의 실사용 평가였다. 당시 나사는 스피드 마스터를 포함한 여러 시계를 제공해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했다. 오직 성능만으로 평가한 결과, 승무원들은 정확성, 신뢰성, 가독성, 조작 편의성 등 전 항목에서 스피드마스터를 만장일치로 선택했다. 오메가는 기술을 넘어 신뢰까지 입증하며, 우주비행사의 손목 위를 차지한 단 하나의 시계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압도적 선택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주에서 믿을 만한 도구로 자리잡은 스피드마스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견고함. 1957년, 오리지널 스피드마스터를 선보일 당시 오메가는 오링 개스킷과 나이아드 크라운의 밀폐 기술 덕분에 수심 200피트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 여기에 충격에 강한 헤잘라이트 글라스를 탑재해 우주처럼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파손을 방지했다. 두 번째는 디자인. 스피드마스터는 다이얼 대신 베젤에 타키 미터 눈금을 적용해 레이싱 드라이버를 위한 정밀한 도구로 탄생했다. 세 번째는 가독성이다. 처음 출시할 당시부터 스피드마스터는 움직이는 차량 내부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직관적 다이얼을 구현했다. ST 105.003 모델에는 배턴 핸드와 아워 마커에 삼중수소를 적용해 어둠 속에서도 시인성이 뛰어났다. 마지막은 정확성. 오메가는 30분 및 12시간 카운터를 갖춘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27 CHRO C12를 시작으로 1949년에는 칼럼 휠 시스템을 적용한 전설적 칼리버 321을 완성했다. 이 무브먼트는 오늘날까지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성을 겸비한 표본으로 평가받으며 스피드마스터의 신뢰성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오메가가 스피드마스터를 생존과 임무 성공을 위한 장비로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바로 이 점이 스피드마스터가 오늘날 많은 이의 손목 위에서 특별한 가치를 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