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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가든?’ 카더가든과 오존이 만난 이유

‘오더가든’이라는 장르.

재킷과 블루 피케 셔츠, 블랙 팬츠, 투톤 로퍼 모두 Amiri, 볼드한 디자인의 링 Golden Goose, 안경 Ray-Ban by EssilorLuxottica.

이 조합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텐데 콜라보 EP 는 언제부터 계획한 건가요? 오존 3~4개월 됐나? 형과 유튜브 채널 ‘카더정원’의 콘텐츠를 촬영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나온 이야기였어요. 형이 “할래?”라고 물어서 “좋아요”라고 했죠.

즉흥적으로 제안한 거예요? 카더가든 막연하게 누군가와 콜라보 앨범을 하나 내고 싶었는데, 잘하는 사람과 당연히 하고 싶잖아요. 준호(오존)가 잘하니까.

그런데 3~4개월이면 상당히 빠른 속도 아닌가요? 카더가든 제가 좀 밀어붙였어요. 사실 이번 앨범은 저와 준호, 그리고 프로듀서 친구와 함께 작업한 건데, 생각보다 이 친구들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더라고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는 거라. 전 이 정도 수준이면 이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 못지않다고 생각했어요.

두 분 모두 싱어송라이터인데, 역할 분담 같은 게 있었나요? 오존 처음 데모를 던진 사람이 그 곡을 리드하고 마무리는 다 같이 하는 식이었어요. 주로 형이 주도했죠.

카더가든 저와 준호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요. 둘 다 코드에 멜로디를 얹는 스타일이긴 한데, 각자 습관 같은 게 있어요. 딱 들어보면 누가 쓴 멜로디인지 아실 거예요.

타이틀곡 ‘Big Bird’를 미리 들어봤는데, 예상과 다르더라고요. 전자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카더가든 우리는 프렌치 팝이라고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1990년대 발라드 같은 걸 해볼까도 싶었어요. 그런데 장난스러워질 것 같더라고요. ‘카더정원’을 본 분들은 우리가 뮤지션처럼 안 보일 수도 있단 말이에요. 어찌 됐건 우리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으려면 더더욱 장르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프트 펑크나 에어처럼 유럽에는 전자음악 듀오가 많잖아요. 그걸 떠올린 거죠.

그래서 나머지 다섯 곡도 기대돼요. 그런데 또 예상을 빗나간 게 있어요. 가사. 두 분 모두 귀에 꽂히는 한글 가사를 잘 쓰는데, 굳이 다 영어로 쓴 이유가 있나요? 카더가든 이번 앨범은 사운드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영어 가사를 일종의 악기처럼 쓴 거죠. 영어 특유의 소리나 리듬이 있잖아요. 그리고 음반을 몇 장 내면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사를 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디스트레스드 팬츠 Acne Studios, 부츠와 블랙 코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확실히 멜로디가 중독적이긴 했어요. 오존 형이 후렴을 진짜 잘 만들어요. 저는 인트로를 만드는 건 비교적 수월한데, 후렴에서 늘 막혀요. 그래서 더 잘 맞다고 느꼈어요. 퍼즐처럼 착착.

인트로에 오존 씨 목소리가 확 꽂히더군요. 카더가든 제 파트의 벌스가 좀 느끼해서 도입부를 준호가 불렀는데, 딱 붙더라고요.

오존 제가 부르긴 했지만, 가사는 형이 썼어요. 형이 생각하는 저의 냉소적인 모습을 1절에 넣었고, 후렴에는 형의 감정이 담겼죠.

카더가든이 보기에 오존은 냉소적인가요? 카더가든 무관심이 더 맞겠네요. 심드렁해 보일 수도 있는데, 침착한 사람일수록 그렇다고 생각해요. 준호는 모든 결정을 내릴 때 자기 안에서 답을 찾는 친구예요. 무슨 말이냐면, 저는 (나쁜 의미일 수도, 좋은 의미일 수도 있는데) 반대로 다른 사람과 저를 비교하면서 무언가를 결정해요. 그래서 후렴 가사에 ‘나는 너의 숫자가 보이지 않네’라고 썼어요.

어떤 의미일까요. 카더가든 돈 얘기예요, 돈. 저는 같은 직업군의 사람을 돈벌이로 보기도 해요. 돈이라는 게 사실 그 사람의 능력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되게 두려워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 친구는 저 같은 생각을 안 할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쓰게 된 가사예요.

가사를 악기처럼 활용했다고 했는데, 허투루 듣고 넘길 가사는 아니네요. 오존 스트리밍 사이트에 한국어로 번역한 가사도 올리긴 할 거예요.

레드 슬리브리스 톱과 프린팅 팬츠 모두 Acne Studios, 블랙 재킷 Stefan Cooke, 선글라스 Gentle Monster,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라도 피처링으로 참여했죠. 유라의 보컬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나요? 카더가든 여성 보컬이 꼭 필요했어요. 우리 두 사람 목소리만으로 2절까지 끌고 가려니 지루하더라고요.

EP에 총 여섯 곡을 수록한 걸로 알아요. ‘Big Bird’ 외 각자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카더가든 사실 전 ‘Better’라는 곡을 타이틀로 하고 싶긴 했어요. 제 귀에는 확 산뜻하게 꽂히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오존 ‘World’라고 독특한 곡이 있어요. 이 앨범을 대하는 유쾌한 정신이 담긴 곡인 것 같아 좋아요.

카더가든 2002년 월드컵 주제가 같은 곡이에요.(웃음) 재밌어요. 준호가 가사를 붙였는데. 서로 사랑하고, 주변을 살피고, 물을 아껴야 하고, 손을 잡아야 하고. 뭐 이런 캠페인송 같은 유쾌한 가사예요.

오존 형이 그렇게 디렉팅을 해줬잖아.

카더가든 맞아요. 제가 너무 진지하게 가사를 쓰지 말자고 했어요. 각자 음악에서 말투가 좀 진중하잖아요. 그걸 이번 앨범에서도 똑같이 느끼게 하는 순간 사운드의 매력이 떨어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트랙을 아우르는 주제가 있어요? 카더가든 둘이 교집합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주제가 되겠네요.

교집합은 뭔가요? 오존 다르다고 생각을 했는데, 저와 형, 프로듀서 친구 모두 음악적 취향이 많이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작업하기 좋았어요.

재킷과 블루 피케 셔츠 모두 Amiri, 볼드한 디자인의 링 Golden Goose, 안경 Ray-Ban by EssilorLuxottica.

그럼, 작업하면서 많이 들었던 음악이 있나요? 카더가든 본 이베어요. 이번 앨범과 별개로 그냥 좋아서 많이 들었어요. 한때는 오토튠 걸어서 음악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크게 관심 갖지 않았어요. 무식한 소리였죠. 이번에 이 친구들 통해 제대로 듣다 그 뮤지션의 매력에 완전 빠졌어요.

오존 테임 임팔라의 음악도 자주 들었어요. 예쁘고 듣기 쉬운데, 뻔하지 않고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멜로디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들었죠. 나다운 멜로디는 뭘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답을 좀 찾았나요? 오존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해보는 거죠.

카더가든 저는 준호가 기존에 하던 음악과 이 앨범 분위기가 잘 안 붙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꽤 잘 어울리더라고요.

카더가든 _ 블랙 베스트와 리브드 슬리브리스 톱 모두 COS, 실버 링 Tom Wood, 화이트 셔츠와 레더 타이,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존 _
레더 베스트 EENK, 옐로 와이드 팬츠 Acne Studios, 브레이슬릿 Omnipeople, 슬리브리스 톱과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물어요. 2021년쯤 첫 정규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을까요. 오존 고집을 좀 많이 부린 것 같아요. 내년 아니면 올해 말에는 나오지 않을까요.

이번 EP 작업이 자극이 된 건가요? 오존 다음 앨범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긴 했어요. 늘 혼자 작업하는 버릇이 있는데, 여럿이 작업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주위에 부탁도 많이 하려고요. 고집을 좀 버리고. 노력 중이에요.

카더가든도 자극받은 게 있나요? 카더가든 저는 반대예요. 이 음반뿐 아니라 여태까지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왔어요. 정규 앨범은 대부분 2~3명의 공동 작곡가나 사운드 엔지니어가 있었어요. 다음 앨범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한번 해보려고요.

여러모로 각자 음악 작업에 변화를 준 계기가 됐네요. 그간 하지 않던 장르인 만큼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카더가든 지금쯤 이런 걸 해야 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새 사람들이 생각보다 음악을 듣지 않아요. 근데 그걸 강요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유쾌한 콘텐츠로 도움을 받고 있단 말이죠.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서 준호와 함께 내는 음반은 우스워지면 안될 것 같았아요. 장르로든 뭐가 됐든,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음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음악 외 콘텐츠로 도움을 받는 만큼 음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 거군요. 예능 속 이미지 때문에 힘든 점도 있나요? 카더가든 신비로움에 싸여 음악을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폼을 잡을 거면 시작부터 딱 폼을 잡아야 해요. 참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베일에 가려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저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에요. 사람들이 제게 관심이 없어 몰랐던 거지.(웃음)

오존 그렇죠. 우리는 원래 이런 사람들이었어요. 음악 외 콘텐츠로 대중과의 허들을 낮출 수 있는 건 좋은 기회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음악을 잘 듣지 않는 시대에 음반 발매만으로 사람들 귀에 닿는 게 쉽지 않거든요.

블랙 베스트와 리브드 슬리브리스 톱 모두 COS, 화이트 셔츠와 레더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데 오존도 원래 수다스러운 편인가요? 오존 말이 많지는 않아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걸 좋아하죠.(웃음)

유머스러운 면모가 있으면서도 두 사람의 음악을 들여다보면 진중하잖아요. 이걸 겸비한다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인데, 음악을 만들 때 그 말랑말랑한 감성은 어떻게 키워진 건가요? 카더가든 전 옛날 연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이젠 뭘 이야기해야 하나 싶어요. 아마 저와 만난 분들은 기분 나쁠 거예요. 뭐,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부모님 이야기도 많이 했고, 과거 제 이야기도 다 했고. 감정적으로 다 털어내서 이제 제 안에 말랑말랑한 건 없어요. 과거의 차정원에 대해 안쓰러운 것도 이젠 없고요.

그럼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할 건가요? 카더가든 요새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남의 인생을 한번 추측해볼까. 남의 감정을 상상해볼까.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듯 가사를 써볼까 싶어요.

최근 연기를 한 영향인가요?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에서도 연기했고, 카메오지만 <바이러스>에도 출연한 걸로 아는데. 카더가든 <바이러스> 아직 안 보셨죠? 그거 카메오도 아니에요.(웃음) 눈 한 번 깜빡거리면 못 볼 수도 있어요. 그냥 (장)기하 형이 영화를 찍는다니까 궁금해서 촬영장 갔다가 잠깐 출연한 거죠.

한번 찾아볼게요. 그럼 오존의 감성을 키워준 건 뭔가요? 오존 친구들과 있다 보면 제가 아이 같은 부분이 많다는 걸 느껴요. 그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죠.

카더가든 근데 제 주변에 오혁이나 실리카겔 등 좋은 뮤지션의 대화를 보면 준호 같더라고요. 유명하든 아니든, 본인의 순수한 부분을 꺼내 얘기 나누는 걸 서슴지 않죠. 전 그걸 꺼리던 사람이었어요. 보통 남자들의 대화에서 감상에 젖는 이야기를 하면 ‘이 자식,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러죠. 제가 음악을 하기 전 경험한 세상은 그랬어요. 20대 후반까지 직장 생활도 해봤고, 주위에 터프한 친구도 많았거든요.

이제 좀 바뀌었나요? 카더가든 저도 많이 적응됐죠. 부끄럽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속내를 표현하려고 해요. 감정에 솔직해지는 거죠.

오존 그런데 형은 모르겠지만, 형도 확실히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이 있어요.

레더 트렌치코트 Coach, 페이드 데님 팬츠 We11 done, 스니커즈 Asics, 브라운 이너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악인으로서 서로에게 탐나는 재능도 있나요? 카더가든 일단 노래를 잘해요. 가수가 음정이 정확한 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기타도 잘 다루고. 이번 공연 때 준호의 곡을 불러야 해서 계속 듣고 있는데, 곡 구성이 참 ‘신박’해요. 저는 전형적인 스타일로 빌드업한다면, 준호는 예상을 빗나가죠. 그런 게 센스거든요.

오존 형은 자신의 본능과 직감에 따라 몸을 던지는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건데, 부럽죠. 재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그런 점이 순수해 보이기도 해요.

카더가든 그러고 나중에 후회하는 거지.

‘아니면 말고’, 그런 성향이군요. 카더가든 그런 면이 있죠. 이미 어쩔 수 없다.

오존 또 그렇다고 하기엔, 형은 평소 생각이 너무 많아요.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해요? 카더가든 공연이죠.

이번 콘서트에서 솔로곡도 들을 수 있나요? 카더가든 티켓값이 아깝지 않게 하려면 잘 아시는 노래를 해야죠. 그래서 편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준호의 음악은 괜찮은데, 제 음악은 이번 앨범과 궤가 좀 어긋나기 때문에. 신디사이저 사운드 나오다가 갑자기 바이올린 선율이 깔린 ‘나무’를 부를 수 없으니 편곡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두 분에게는 딱 떠오르는 대표곡이 있어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카더가든은 ‘명동콜링’, 오존은 ‘Down’. 반면, 아픈 손가락 같은 곡도 있나요? 묻힌 최애곡. 오존 저는 ‘Loner’를 좋아해요. 그래서 공연에서 이 곡을 항상 불러요. 이번 공연에서도 준비했습니다.

카더가든 <Harmony>에 수록된 ‘내일의 우리’. 너~ 무 좋아합니다. 요즘 대학교 축제에서 부르면서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저는 멜로디가 명확하게 확 펼쳐지는 걸 좋아해요. 이 곡이 그래요. ‘나무’와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 곡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라줄까요.

이제 EP는 거의 마무리 단계인가요? 카더가든 사실 지금이 판단력이 가장 흐려질 때예요. 정신없죠. 프로듀서 친구가 지금 제일 힘들 거예요. 오늘 아침에 담 걸렸다고 연락이 왔어요. (웃음)

오존 믹스 단계인데, 빠르게 진행한 것 치고는 결과물이 되게 마음에 들어요.

페스티벌에도 잘 어울리는 곡인데, 올여름에 자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디에서 이 노래가 많이 들리길 바라세요? 카더가든 사람들의 핸드폰.

에디터 이도연 사진 박배 헤어 & 메이크업 이서현 스타일리스트 박태일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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