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즈 홍중과 중호의 에너지 속 시너지
새로운 챕터를 여는 에이티즈 홍중과 종호의 동력.
지난 4월, K-팝 보이 그룹 최초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오른 에이티즈는 외신의 눈을 홀리기 충분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한 풀 밴드 무대에서 멤버 여덟 명은 에이티즈만의 무한한 세계관을 빈틈없는 퍼포먼스로 승화했고, 전통악기를 활용한 무대연출로 국내외 팬들에게 신선한 임팩트를 안겼다. 하지만 에이티즈의 모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년 1월부터는 프랑스 리옹 LDLC 아레나를 시작으로 2025년 ‘투워즈 더 라이트: 윌 투 파워 인 유럽’ 투어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들의 새로운 여정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글로벌 팬과의 소통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그중 팀 캡틴 홍중과 메인 보컬 종호는 KBS 2TV 프로그램 <나라는 가수> 촬영을 위해 독일 뮌헨으로 음악 여행을 다녀왔다. 버스킹을 접목한 게릴라 공연은 에이티즈로서 보여주지 못한 음악적 방향성을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머나먼 여정을 끝내고 돌아온 홍중과 종호가 인터뷰를 위해 입을 열었을 때, 이국에서의 특별한 일상과 인상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뮌헨의 여정에서 이들의 음악은 한층 깊고 진해졌다는 것, 그리고 새롭게 보여줄 음악만으로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촘촘히 아우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이 둘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에너지를 머금은 채 긴 수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촬영 내내 두 멤버의 체력이 대단하는 걸 새삼 느꼈어요. 자카르타에서 귀국한 지 몇 시간도 안 됐다면서요.
홍중 감사합니다.(웃음) 저희 둘 다 즐거웠어요. 보여드릴 기회가 없는 콘셉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종호 ‘음악적 여정 안에서 쉬어간다’는 개념이 <나라는 가수>의 취지와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이번 화보는 음악 여행 중 각자 숙소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죠. 실제로 독일 뮌헨에 갔을 때 숙소나 연습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연을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홍중 아침에 목을 푸는 습관이 있어요. 저는 팀 내에서 랩을 하다 보니 음의 높낮이보다 압력을 기준으로 목을 풀곤 하는데, 가장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조금씩 목소리를 내다 보면 랩을 하기가 한결 편해져요. 뮌헨에서는 그날 밤 공연할 일이 많아 무리하게 풀지 않으려고 한 것 같아요. 아, 소향 선배님이 목 푸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참 유용해요. 선배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인상적이라 지금도 뮌헨에서의 일상을 이어가는 느낌이에요. 오늘 밤에도 당장 선배들과 선곡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할까.(웃음)
11월 방영 예정인 <나라는 가수>는 다른 나라의 음악과 문화를 경험하며 ‘나’라는 가수를 찾아가는 음악 여행 콘텐츠죠. 준비하면서 새롭게 채워가는 부분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호 버스킹 공연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잘 짜인 것보다는 현장에서 합주하며 맞춰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할까. 저희보다도 음악적 내공이 훨씬 깊은 선배님들과 함께했지만, 소통은 자유로웠어요. ‘이 부분에서 피아노 소리가 조금 줄어들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기타 소리가 들어오면 어떨까요?’ 이런 제안도 다들 흔쾌히 받아주셨죠.
홍중 그간 에이티즈로서 선보인 무대는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하는 공연이 많았어요. 그리고 주로 에이티니(에이티즈의 공식 팬클럽) 앞에 선 공연이 많았죠. <나라는 가수>는 ‘버스킹’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공연이잖아요. 이 형태가 익숙지 않아 선곡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목소리’와 ‘노래’만으로 현장에서 감동과 즐거움을 줘야 하니까. 안 해본 음악도 접하게 되고, 선곡 장르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음악적 바운더리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수 김홍중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 같아요.
첫 버스킹 공연을 해외에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더 색다른 감정이었을 것 같아요.
종호 종종 월드 투어를 다녔지만, 버스킹은 또 달랐어요. 버스킹 특성상 도심 속 거리의 정경과 함께하다 보니 그간 접하지 못한 현지의 생생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공연하면 전 세계 어느 도시든 느낌이 다르겠구나 싶었죠. 그게 버스킹의 매력인 것 같아요.
홍중 저희가 준비한 곡 중에는 팝송도 있었지만, 한국어 가사로 이루어진 곡이 많았거든요. (뮌헨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K-팝 팬이 아닌데도 우리 노래에 감동받거나 즐기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음악에는 언어가 없구나’ 하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하는 순간이었죠.
“음악에는 언어가 없구나”라는 말이 유독 깊숙하게 느껴지네요. 그 깨달음이 내년 1월부터 펼치는 월드 투어 ‘투워즈 더 라이트: 윌 투 파워 인 유럽’에 큰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싶어요.
홍중 그러면 좋겠어요. 요즘 투어 준비에 한창이거든요. 고민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무대가 어떤 좋은 결과물을 맺을지 기대하게 돼요.
2019년 ‘더 익스페디션 투어’ 이후 벌써 네 번째 월드 투어라고 들었어요. 여전히 흥분되나요?
홍중 공연을 준비하는 긴 시간보다는 무대 리허설 때부터 짜릿한 감정이 차츰 커지는 것 같아요.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콘서트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최고 퍼포먼스를 위해 모두가 집중해야 하니까 설렘을 느낄 새가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본 무대에 서면 전율이 차오르기 시작해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등 굵직한 해외 활동 이후 에이티즈를 인식하는 글로벌 팬이 점점 많아지고 있잖아요. 달라진 반응을 느끼나요?
종호 음, 공연할 때마다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에이티니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해주시는지 공연하지 않으면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니까요. 공연장이 커질 때마다 팬들의 ‘에너지’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우리는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힘을 찾게 되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공연장을 찾아온 에이티니를 생각하면 나도 몰랐던 힘이 나오곤 해요. 아직 접하지 못한 무대, 팬이 많다는 부분에서 우리는 여전히 보여줄 게 더 많은 팀이에요.
결론은 늘 이렇게 나더라고요. ‘우리 꿈의 끝에 다다를 때,
그 어떤 아티스트도 보여주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다’라고. 그 목표를 찾아나가기 위해 우리는
‘에이티즈’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에이티즈 음악에는 에너지의 가치가 새겨져 있다”고 말하는 리스너가 많더군요. ‘WAVE’, ‘WIN’, ‘WONDERLAND’ 등의 곡을 두고 특히 그랬죠. 멤버 모두 그 가치를 염두에 두고 곡을 소화하는지 궁금해요. 홍중 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표현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래서 각자 (그 곡을) 연구하는 시간도 충분히 갖죠. 그 고민의 기반에는 ‘에너지’가 항상 자리하는 것 같아요. 사랑에 관해서나, 세계관의 ‘혁명’에 관해서나, 조금 더 자전적인 이야기를 할 때나 멤버들의 욕심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멤버 각각 에너지, 그리고 여덟 명의 시너지가 더해질 때 우리만의 직관적 힘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어요.
최종적으로 에이티즈로서 증명하고 싶은 K-팝 아티스트의 모습이 있나요?
홍중 멤버들끼리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결론은 늘 이렇더라고요. “우리 꿈의 끝에 다다를 때, 그 어떤 아티스트도 보여주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다”라고. 그 목표를 찾아나가기 위해 ‘에이티즈’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배님, 어떤 아티스트의 분위기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만의 무대, 음악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어떤 장르의 곡을 발매하든, 어떤 무대를 선보이든 “이건 에이티즈다”, “이건 에이티즈밖에 못한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다른 K-팝 선배님들이 닦아준 길을 걸어온 것처럼, 성장하는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길을 열어주고 싶은 바람이 있죠.
HONG
JOONG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발망 2025 S/S 컬렉션에 참석한 직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다녀왔어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곡 작업을 이어가는 비결이 있나요?
여러 국가를 오간다는 건 그만큼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죠. 영감에 대한 ‘입력값’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해외에 오갈 때도 그 영감을 최대한 분출하고자 노력해요. 이를테면 이번 뮌헨 음악 여행도 그래요. 그때만 느끼고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있거든요. 이런 경험이 팬들이 주신 20대의 소중한 기회인 만큼 새로운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다른 창작 욕구네요. ‘홍중’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2021년 린킨 파크의 ‘Numb’을 커버한 영상이었어요. 린킨 파크 멤버 마이크 시노다의 칭찬을 받기도 했죠. 원래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장르 음악 속에서 새로운 걸 추구하는 편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특히 대중적인 곡 커버를 할 때 나만의 포인트를 더 넣으려고 노력해요. 그러지 않으면 커버에 대한 재미와 보람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Numb’은 워낙 유명한 록 음악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커버한 ‘Numb’은 록 장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편곡하면서 기존 곡의 에너지는 살렸지만, 일렉 기타 소리를 일부러 안 넣었거든요. 제 기준에서는 과감한 시도였지만 감사하게도 오리지널 린킨 파크 팬들, 멤버인 마이크 시노다 모두 좋게 봐주셔서 뿌듯했어요.
창작자 입장에서 최근 가장 큰 영감을 받고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주변 사람들이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데뷔 2~3년 차까지는 영화, 드라마 같은 창작물 안에서 주로 영감을 받았어요. 우리의 세계관에 더 몰입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팬들과 멤버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됐어요. 팬 사인회에서 들은 에이티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곡 주제를 연상할 때도 있고, 뮌헨 버스킹에서 종호와 나눈 대화에서 영감받기도 했어요. 이렇듯 자연스럽게 영감이 찾아와요. 그래서 요즘 한창 즐겁고요.
일본 싱글 4집 <버스데이(Birthday)> 속 모든 작사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어요. 이번 앨범 구성이나 스토리에 대해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요?
우리 스스로 가치를 되돌아보고자 한 앨범이에요. 타이틀곡 ‘버스데이’는 당당하게 맞서며 매일을 생일처럼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멤버 민기가 처음 작곡한 수록곡 ‘로열(ROYAL)’은 본인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곡이에요. 이 곡의 교집합은 우리의 가치를 찾는 데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우리 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난 것 그 자체가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죠.
대화하다 보니 매 순간 홍중만의 큰 그림이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오디션도, 연습생도 없던 작은 회사에 홍중이 믹스테이프를 보내면서 팀이 꾸려졌죠. 목적지가 KQ 엔터테인먼트였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회사가 제시한 비전, 이유는 그것 딱 하나였어요. 새로운 팀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저는 본래 ‘없던 것을 만들어가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 만큼 딱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저는 ‘아이돌’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고 그저 곡 쓰고 음악 하는 게 좋았지만, 그 비전 하나만큼은 굵직하게 다가왔어요. 제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거죠. 그리고 제 음악 자체에 큰 신뢰를 보내줬어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JONGHO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1주 차 이후 보컬 레슨을 바로 잡았다면서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느꼈어요.
에이, 특별한 게 없어요. 메인 보컬로서 꾸준히 트레이닝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별히 코첼라 페스티벌이 끝나서라기보다는 LA까지 갔으니까 레슨을 받고 싶었던 거죠.(웃음) 마침 쉬는 날이 그날밖에 없었고요.
휴일인데도 개인 시간을 냈군요. 스스로 보컬로서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한 가지만 꼽을 수 없죠. 이 세상에는 노래 잘하는 분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의 노래를 듣거나 영상을 볼 때면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덟 명이 분담하던 3~4분가량의 곡을 온전히 혼자 소화하게 됐을 때 긴장과 부담감이 크게 찾아오더군요. 보컬 레슨을 곧바로 잡았던 이유도 단순히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역량과 근성을 아우르는 보컬이네요. 그간의 곡 중 도전 의식을 크게 느낀 곡은?
데뷔 앨범 <TREASURE EP.1:All To Zero>가 아닐까요. 그때의 저는 에이티즈라는 그룹 보컬을 어떻게 소화하고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당시 녹음하는데 작곡가 형들이 계속 “그게 아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때가 가장 도전적이었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저 스스로 목소리도 그 세계에 맞춰가야 했으니까요. 지금은 ‘큐’ 사인이 들어오면 바로 부를 수 있어요. 그렇게 성장했습니다.(웃음)
시간이 좀 지났지만, 해외 팬들 사이에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OST ‘A Day’가 여전히 화제더군요. 감정 표현이 한층 성장했다는 의견이 많아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뻤어요. 이 얘기는 여기서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곡을 녹음할 당시 일단 컨디션이 준수했습니다.(웃음) 작가님과 작곡가님이 만족하는 모습이었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했죠. 그 곡 안에 감정을 최대한 이입하고 싶었어요. 드라마를 본 분들이 제 목소리와 그 작품의 감정선이 연결된다고 말해줄 때 가장 기뻤어요. 노력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서요. 저는 가사 속 감정을 리스너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직업을 택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OST를 소화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찾은 것 같아요.
“도전 안에서 에너지를 찾는다”는 교집합이 에이티즈를 이끄는 주제인 듯싶어요. 올해로 팀이 데뷔 6주년을 맞았더군요. 지금까지 겪은 많은 일 중 ‘슬로모션’으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요?
음, 역시 데뷔 앨범을 준비할 때요.(웃음) 그때만큼 긴 시간 동안 우리의 음악을 준비하고 고뇌할 수 있는 시간은 없을 것 같아요. 6년 전의 당참, 설렘, 두려움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그때의 모든 걸 극복한 우리를 천천히, 그리고 영원히 기록해가고 싶어요.
6년 전의 당참, 설렘,
두려움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그때의 모든 걸 극복한
우리를 천천히, 그리고 영원히
기록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