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나가 뜨겁다
THE HOTTEST SAUNA.

사우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우나가 이제는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힙한 웰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단순히 땀을 빼는 기능적 공간을 넘어 정신적 회복과 예술적 체험, 사회적 유대감을 나누는 커뮤니티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대 로마의 목욕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페인의 ‘아이레 고대 목욕탕(Aire Ancient Baths)’은 뉴욕·런던 등으로 지점을 확장하며 스파의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다. 럭셔리 호텔과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에서도 사우나는 이제 핵심 시설로 꼽힌다. 지난 1월에는 이솝(Ae-sop)이 웰니스 브랜드 레세스(Recess)와 협업해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우나 공간을 선보이며 이 열기를 방증하기도 했다. 사우나, 이제는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주목할 때다.




술잔 대신 수건을 든 소셜 클럽
사우나는 더 이상 홀로 열기를 견디는 고독한 수행이 아니다. 2019년 LA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첫선을 보인 후 뉴욕까지 확장한 ‘레메디 플레이스(Remedy Place)’는 사우나를 사교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파트너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며 영양제 주사(IV Drip)를 맞거나, 적외선 사우나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림프 마사지를 받는다. 소셜 웰니스의 흐름을 선도하는 또 다른 곳, ‘아더십(Othership)’ 역시 사교 문화에 뿌리를 둔다. 찬물 입욕이 정서적 장벽을 허문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동 창립자 로버트·에밀리 벤트 부부가 자택 뒷마당에서 술 없이 즐기는 ‘아이스 배스’ 모임을 연 것이 시초다. 이후 차고에 사우나와 티룸을 추가하며 1000명 규모로 성장한 이 커뮤니티는 2024년 맨해튼에 정식 오픈했다.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를 바탕으로 라이브 음악과 대화 세션을 결합한 30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우나를 하나의 공연이자 소통의 무대로 탈바꿈했다.
전 소호하우스 디렉터와 신경과학 박사가 설계한 ‘아크(Arc)’ 역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같은 온도와 호흡을 공유하며 하나의 리듬을 만들고, 사우나와 냉수욕 사이에 커뮤니티 라운지를 배치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다. 프라이빗한 모임을 지향한다면 ‘리베이스 리커버리(Rebase Recovery)’가 적합하다. 런던 메릴본에 위치한 이곳은 두세 명이 적외선 사우나와 아이스 배스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스위트를 갖췄다. 또 북극의 아이스 배스부터 멕시코의 테마스칼까지 망라하는 것은 물론, 고압 산소 챔버와 영하 110 。C의 크라이오테라피 등 최첨단 장비를 도입해 웰니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예술이 된 사우나

요즘 사우나 내부에는 정적이 아닌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흐른다. 전 세계 웰빙족을 사로잡은 ‘아우프구스(Aufguss)’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독일어로 ‘붓다’를 뜻하는 아우프구스는 핀란드의 전통 습식 사우나 ‘뢰윌뤼(Lo¨yly)’에서 유래해 독일에서 꽃을 피웠다. 본래 뢰윌뤼는 뜨거운 돌에 물을 부어 증기를 만들고 수건을 휘둘러 습도를 조절하던 행위였으나, 현재는 매년 세계 챔피언십이 열릴 정도로 하나의 예술 장르가 되었다. 아더십을 비롯해 아크 등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브랜드는 앞다투어 아우프구스 프로그램을 도입 중이다. 뜨거운 돌 위에서 아로마 얼음이 녹아내릴 때 사우나 마스터가 투우사처럼 수건을 휘두르며 증기를 조절하는 모습은 마치 경건한 의식처럼 다가온다. 오케스트라나 R&B 선율 속에 땀 흘리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15분의 짧은 연극은 사우나를 지루한 인내의 공간에서 ‘가장 뜨거운 공연장’으로 변모시킨다.
뜨거운 유토피아
압도적 조망과 인테리어는 방문객을 현실 너머로 안내하는 또 다른 치유의 장치다. 로크웰 그룹이 설계한 ‘배스하우스 플랫아이언(Bathhouse Flatiron)’은 신화 속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돌아온다는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의 서사를 공간에 투영했다. 거대 피라미드 구조물과 검은 돌로 가득한 지하 공간은 고대 유적을 탐험하는 듯 경외감을 준다. 특히 소금 풀에 누워 천장의 광섬유가 수놓은 ‘무한한 우주’를 바라보는 경험은 누에고치 안에 들어온 듯 안락함과 판타지적 분위기를 선사한다.
대부분의 사우나가 밀실 구조인 것과 달리 도쿄 근교 야마나시현의 ‘사이클(CYCL)’은 자연과의 합일을 보여준다.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후지산과 야마나카 호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곳은 탕을 과감히 없애는 대신 90 。C 이상의 건식 사우나와 냉수욕, 휴식 공간에 집중했다. 핀란드 헬싱키의 ‘뢰윌뤼’ 또한 건축적 미학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해안가 바위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4000여 개의 나무 판재를 쌓아 올려 만든 외관은 내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바다를 조망하는 블라인드 역할을 하며 건축적 미학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이 매혹적인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