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 남성 프렝땅/에떼 2027 컬렉션
창대한 변화보다 오래 남을 가치를 선택한 마이클 라이더의 첫 번째 단독 남성 컬렉션.

지난 6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파리에서 열린 2027 S/S 남성 패션 위크. 파리의 뜨거운 열기만큼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지난해 아티스틱 디렉터로 셀린느에 합류한 마이클 라이더가 선보이는 첫 번째 단독 남성 컬렉션 ‘프렝탕/에떼(Printemps/E’te’) 2027’ 컬렉션이었다.
브라질 퍼커션 그룹 바르바투케스(Barbatuques)의 이국적이고 경쾌한 사운드가 쇼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Tough & Tender’. 강인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형질을 클래식과 자유로움이라는 이질적 스타일이 공존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했다. 쇼 노트에 적힌 ‘Packing light, Making do with a few great things.(가볍게 짐 꾸리기, 몇 가지 훌륭한 아이템만으로 충분하다)’라는 문장처럼, 마이클 라이더는 옷장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보다 좋은 옷 몇 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래 입는 태도에 집중한다. 허리 위에서 과감하게 끊어낸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풍성한 벌룬 팬츠, 몸을 감싸는 케이프 아우터 등 1970~1980년대 파리지앵을 연상시키는 여유로운 실루엣이 주를 이뤘다.
스타일링은 더욱 자유로웠다. 커머번드는 니트 위에 무심한 듯 두르고, 셔츠는 터번처럼 머리를 감쌌다. 인도 고아(Goa)의 전통 축제에서 영감받은 프린지 헤드피스, 이마 위 젬스톤 장식은 절제된 테일러링에 이국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비비드한 레드·블루·그린 등 원색에 핑크와 튀르쿠아즈 등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더하며 클래식한 룩을 한층 가볍게 풀어냈다. 프레피와 보헤미안, 포멀과 캐주얼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등 셀린느의 새로운 남성상을 제안한 것도 인상적이다.
‘Heirlooms(유산)’은 이번 컬렉션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키워드다. 앤티크한 주얼리와 세월을 머금은 듯한 타이다이 셔츠, 헤진 듯 마감한 슈즈, 바랜 듯한 가죽 질감으로 연출한 셀린느 최초의 외부 협업인 리복 스니커즈까지. 시간이 쌓인 흔적은 기억과 취향이 스며든 스타일로 승화되어 화려한 런웨이보다 일상에서 빛을 발하는 셀린느 남성복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쇼 노트의 마지막에 쓰여진 문장 ‘Building toward something bigger, Something with legs, and root.(더 큰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기, 깊이 뿌리내리고 오래 이어지는 것)’은 그의 지향점을 가장 잘 나타낸다.
“셀린느는 현실적인 옷으로 패션을 완성하는 브랜드입니다.” 마이클 라이더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닌 실제 구매 욕구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가득하다. 화려한 변화를 좇기보다 하우스의 유산을 현대 감각으로 이어가는 것, 오래 지속될 스타일을 남기는 것. 마이클 라이더가 그리는 새로운 셀린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