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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희가 꿈꾸는 완성작

배우 강희가 꿈꾸는 완성작.

스트라이프 슈트 Ernest W. Baker, 더비 슈즈 Ferragamo.

모델이자 배우, 화가다. 강희 씨의 정체가 궁금하다. 모두 강희다. 세 가지 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고. 배우를 꿈꾸다 모델로 데뷔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직업이라기보다는 삶이다.

‘삶’. 어떤 의미인가? 어머니가 화가인데, 내가 고등학교생 때까지 미술 학원을 운영했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하교를 미술 학원으로 했다. 그림 그리는 게 일상이었다. 여동생 두 명도 미대에 진학했다. 그림을 언제 시작했는지, 그 시점이 흐릿하다.

2021년부터 아트 페어에 꾸준히 참가했더라. 모델과 배우로 활동하면서 붓을 놓을 법도 한데. 연기자와 모델은 항상 새로움을 입고, 나를 포장해야 한다. 그와 달리 그림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이기에 놓지 않았다.

작품 이미지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쭉 봤다. 직선의 붓 터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그림 그릴 때만큼은 뭔가 솔직해지고 싶다. 그래서 담백함이 묻어났으면 했다. 그러려고 점점 걷어내다 보니 선만 남은 것 같다.

프린팅 새틴 재킷과 레더 팬츠 모두 Coach, 핑크 셔츠 Stylist’s Own.

얼굴 형상도 특징적이다. 묘한 표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대부분 나의 감정을 투영한 거다. ‘Debut’이라는 작품을 예로 들면, 커튼 뒤에서 사람이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있다. 무대 위, 카메라 앞에 서기 전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거다. 그 무대가 궁금하면서 두렵기도 한, 샤이한 내 모습이다.

작품의 주제는 주로 본인인가? 되도록이면 내 안에서 찾으려고 한다. 혼자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물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영감받을 수 있지만, 외부에서 영향을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모방하게 되더라.

프린팅 새틴 재킷 Coach.

7월 23일부터 그룹 전시 <아트 인 더 미들(ART IN THE MIDDLE)>에 참가한다. 어떤 작품을 준비했나? 신작 위주다. 앞서 말한 화풍과는 또 다르다. 항상 마음속에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있었는데,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올해부터 ‘Youth’라는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30대인 지금, 청춘을 이야기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사진을 찍듯이 2025년 나의 청춘을 기록한 작품이다. 지금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는 것을 담았다.

전시 기회가 쌓일수록 주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본인은 어떤가? 겉보기에 내가 잘 휘둘리는 사람으로 보일 거다. 근데 은근 고집이 있다. 내가 생각한 결과물, 설정한 목표치가 있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배우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10년, 모델 활동까지 치면 15년간 했는데,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기에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장면이 완성될 때까지 하고 싶다.

블랙 턱시도 블레이저와 화이트 셔츠 모두 Coach, 핑크 타이 Stylist’s Own.

왜 배우가 되고 싶었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는데, 두 동생과 나만 남겨두고 나갈 때면 늘 영화를 틀어놓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온 가족이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로 영화를 보곤 했다. 영화도 그림처럼 일상이 었다. 커서도 <토요명화>를 꼬박꼬박 챙겨 봤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건 아마 초등학생 무렵일 거다. 장래 희망 적는 칸에 부모님이 바라던 의사와 검사를 쓰고, 그 뒤에 화가와 영화를 적은 기억이 난다. 배우, 감독에 대한 개념이 없던 때라 ‘영화’라고 쓴 것 같다. 카메라 앞에 서고 싶었던 건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건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TV로 보던 영화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나 보다.

여기까지는 희망이고. 그럼 꿈을 실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어머니는 예술을 업으로 삼아본 경험이 있어, 관련 직종에는 반대하셨다. 그런데 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께 연기를 시켜보라고 권하신 게 계기가 됐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젊은 연극제’를 비롯해 여러 대회에도 참가했다. 특히 ‘젊은 연극제’에서는 본선까지 올랐다. 그때 연기에 재미를 느껴 학교로 돌아와 없던 연극부를 직접 만들었다. 이후 여러 대회에 나가긴 했지만,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다. 뭐, 당연했다. 내가 살던 여수에는 연기 학원도 없었고, 학생들끼리 주먹구구식으로 연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비록 번듯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최근 후배들은 금상도 탔더라.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했다.

그린 보머 재킷 Recto, 그레이 니트와 아이보리 데님 팬츠 모두 Ferragamo, 블랙 부츠 Tod’s.

언젠가 바라는 작품을 꼭 만나길 바란다. 10년 후 강희는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지 상상해보는지. 주인공, 시청률, 상… 눈에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감정을 끌어내보고 싶다. 그림을 그릴 때도 수정을 거듭해 ‘완성했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이른다. 내 연기도 그럴 수 있길 바란다. 이 작품에서 이 한 장면은 내가 잘 완성했다! 적어도 내 기준만이라도 충족되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눈에 보이는 성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에디터 이도연 사진 장기평 헤어 & 메이크업 이담은 스타일링 이필성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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