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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정글 속으로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영국 3인조 밴드 정글. 그들이 남긴 필름 로그.

ⓒGeorge Day 왼쪽부터_조쉬 로이드 왓슨, 리디아 키토, 톰 맥팔랜드.

런던 출신 3인조 밴드 정글(Jungle)은 얼굴을 알리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정체는 몰라도 음악을 아는 사람은 있다. 게임 ‘FIFA 15’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Busy Earnin’’,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넘긴 ‘Casio’가 대표적일 거다. 최근 틱톡과 방탄소년단 뷔를 통해 바이럴된 ‘Back On 74’도 빼놓을 수 없고. 2013년 조쉬 로이드 왓슨(Josh Lloyd Watson)과 톰 맥팔랜드(Tom McFarland)가 결성한 정글의 음악은 침실에서 시작됐다. 침실은 이들의 녹음실이었다. 이들은 “스네어드럼을 사용해 녹음을 ‘기깔나게’ 하는 대신 형편없는 마이크를 가지고 콜라 캔을 부수고, 테이블에 건반을 던지며 재미있는 사운드를 찾아나갔어요. 마이크가 없는 프리앰프를 들고 침실에서 녹음하다 엄마가 조용히 하라면 다른 곳에서 작업을 이어갔죠”라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때 영국 레이블 XL 레코딩스와 계약해 두 장의 앨범을 발매 하기도 했지만, 이후 자체 레이블을 설립해 자유롭게 음악을 만드는 길을 택했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그 선택은 통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4집 <볼케이노>로 2024 브릿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그룹’ 상을 거머쥐는가 하면,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비는 밴드로 거듭났다. 지난 5월에는 2024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우리는 정글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들의 손에 필름 카메라를 쥐여주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출국일에 건네준 3개의 필름에는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그들에겐 생경한 한강과 서울의 거리가 담겨 있었고, 그들에겐 일상이지만 우리에겐 호기심으로 남아 있던 무대 뒤 모습이 있었다. 서울에 머무는 이틀 동안 세 멤버의 시선이 멈춘 찰나와 공연 전 대기실에서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그날 오갔던 여러 말을 함축해본다면 정글은 자유를 열망하고 본능을 믿는, 그런 밴드다.

세 멤버가 서울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첫 한국 방문 아닌가? 환영한다.
Josh(이하 J) 그래서 더 기대된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이 좋았 다. 도시가 깔끔하고 예쁘더라. 음식도 맛있고. 특히 스타일이 다들 멋있더라.

곧 무대에 오를 텐데, 4집 <볼케이노> 수록곡 중에서도 ‘Back On 74’ 무대를 기다리는 팬이 많을 거다. 개인적으로 그 곡은 정글에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J <볼케이노>는 이전 앨범과 이어지는 내러티브도 있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 영역으로더 깊이 들어가 새 지평을 연 앨범이기도 하다. 늘 새 앨범을 만들 때 전작의 영향을 받는다. 3집 <러빙 인 스테레오> 이후 성숙해지고 더 깊어진 측면이 있는데, 그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인터뷰에서 정글의 음악을 ‘다프트 펑크’와 밴드 ‘시크’ 그 사이 어디쯤이라고 표현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한가?
J 어떤 인터뷰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그때 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웃음) 그때 한 말 취소한다.(모두 웃음)

그럼 정글을 일렉트로닉 밴드라고 소개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글의 음악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
Tom(이하 T) 우리는 음악 스타일을 딱히 정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너무 좁은 틀에 갇히는 것 같다. 우리 세 멤버의 영혼을 담은 음악이니 어떤 장르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 성격이라고 해두고 싶다.
J 사람들의 혈관에 리드미컬한 맥박을 설정하고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음악. 소울, 펑크 등 친숙한 장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독특한 맛이 있는 음악. 쉽게 말하면, 정글식 트위스트다.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음악’. 그래서 정글의 음악을 말할 때 댄스 비디오를 빼놓을 수 없다. 음악을 댄스 비디오로 비주얼라이징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했나?
T 단순하고 쉬운 것을 좋아하는데, 춤이 그렇다. 복잡한 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J 춤은 정글 음악의 리듬과 에너지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시각적 매체라고 생각한다.

  • 정글은 데뷔 초부터 자신들의 음악으로 댄스 비디오를 제작해왔다. 모두 원 테이크로 촬영되며, 멤버인 조쉬 로이드 왓슨이 감독한다. 초기 앨범 제작 시 가진 돈이 300파운드가 전부였지만, 그 돈을 모두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데 사용할 만큼 댄스 비디오는 정글 음악의 중요한 부분이다. 4집 <볼케이노>에서는 14개 전 트랙의 댄스 비디오를 만들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세트장에서 댄서들이 가상 TV 쇼에 출연하는 콘셉트로 촬영했다.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하는 이 영상들은 정글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video poster
4집 <볼케이노>의 댄스 비디오 중 한 장면. 14개 모든 영상의 말미에 방송국 조정실 장면이 등장한다.

활동 초기에는 본명과 얼굴 대신 ‘J’와 ‘T’라고만 밝히고 정체를 숨겼다. 데뷔 초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다프트 펑크와 고릴라즈를 자주 언급했던데, 그들의 영향도 있나?
J 사실 특별히 의도한 건 없다. 항상 음악이 우선이었기에 팀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깊이 생각한 적은 없다.
T 우리는 PR을 하지 않았다. 음악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음악을 디렉팅하는 게 맞다고 여겼다.

조쉬와 톰은 아홉 살에 만난 친구라고 들었다. 음악을 매개로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놀랍다.
J 어릴 때부터 음악 취향이 비슷했다. 좋은 음악은 늘 공유했고, 같이 기타도 치며 성장했다. 우리에게 음악은 유대감을 넘어 야망과 표현의 수단이었다.

다행히 시작부터 반응이 좋았다. 2014년 데뷔 앨범 <정글>이 머큐리상 후보까지 올랐으니. 2집 <포 에버>가 나오기까지는 4년이 걸렸는데, 전작에 대한 관심이 압박감으로 다가왔나? 각자 연애하느라 공백이 있었다는 말도 있더라.(웃음)
J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웃음) 농담이고, 본질적으로 음악이 이유였다. 우리가 만족할 만한 음악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곡을 쓸 소재가 실제 삶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난 LA에서, 톰은 영국에서 실연을 겪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2집 <포 에버>를 만들었다.

2집까지만 XL 레코딩에서 발매하고, 자체 레이블 카이올라 레코즈(Caiola Records)를 만들었다. 대형 레이블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J 이건 톰이 대답하는 게 좋겠다.
T 창작 활동에 대한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주위 목소리가 우리의 작업 환경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요리사가 너무 많아지는 느낌이다. 독립 레이블에서는 자유가 주어지고,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법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아 좋다.
J 음악의 진정한 가치는 회사 구조에서 벗어나 하루가 끝날 때까지 기타를 연주하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이 좋다.

10년 동안 여러 변화를 시도하면서 정글에 맞는 방식을 찾았나 보다.
J 그렇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는데, 경험이 쌓일수록 직감을 신뢰하게 됐다. 더 이상 특정 장르에 맞추거나 누군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 관심이 없다. 자신의 취향을 믿어야 한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악, 우리가 누구인지 드러내는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는 더 대담하게 탐구 하고 실험할 수 있게 해줬다. 우리만의 독특한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고.

4집 <볼케이노>부터 리디아 키토(Lydia Kitto)가 합류했다. 10년 가까이 듀오를 유지하다 새 멤버를 영입하는 건 큰 결심이었겠다.
J 리디아의 음악이 좋았고, 함께하면 시너지가 생길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전에도 라이브 무대에서 몇 번 호흡을 맞췄는데, 그녀가 우리 작업실을 오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리디아는 정글 프로젝트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T 리디아가 합류한 뒤 음악을 만드는 게 더 재미있어진 건 사실이다.
Lydia(이하 L) 정글은 좋은 음악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밴드였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있다.

정글의 댄스 비디오와 라이브 무대를 본 사람들은 정글을 종합예술인이라고 칭하기도 하더라. 창작을 하는데 도움을 받는 것이 있다면?
J 난 낚시를 좋아하고, 톰은 골프를 친다.
T 리디아는 수영을 하더라. 리디아는 릴랙스하기 위해 목욕도 자주 하지 않나?(웃음)
L 목욕을 하면 마음과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가끔 낚시도 한다.(웃음)

정글에 눈독 들이는 K-팝 레이블이 있을 것 같다. 안무를 짜기 좋은 음악 아닌가. 중동석도 강하고. 혹시 K-팝 A&R로부터 의뢰받은 적은 없나?
J 메이저 K-팝 레이블로부터 곡 의뢰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일급비밀이라 말하면 안 된다.(웃음)

사실인가? 그 작업은 성사되었나?
J 일급비밀이다. 벌써 내뱉었으니 더 이상 완전한 비밀은 아니지만, 사실이다.(웃음)

올여름과 가을에 투어 스케줄이 꽉 차 있던데, 꼭 서고 싶은 무대가 있나?
T 10년 전엔 2024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오는 게 꿈이었다.(웃음)
J 희망컨대, 2044 올림픽 오프닝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다.

정글 음악을 듣기에 딱 좋은 날씨라 이따 관객들이 어떻게 놀지 기대된다. 문득 궁금한데, 정글은 여름에 찾아 듣는 음악이 있나?
J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T 여름을 여는 곡으로 딱 좋은 것 같다.

에디터 이도연 사진 정글(조쉬, 톰, 리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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