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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로이

있는 모습 그대로의 로이킴을 만났다.

새틴 블랙 셔츠 Wala Design Lab, 블랙 팬츠 Juun.J, 블랙 앵클 슈즈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십자가 실버 네크리스 Swarovski, 커머번드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쪽으로 오더니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입고 있는 티셔츠 뭐예요?”

아, 이거요? 자주 다니던 바 사장님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모아 만든 티셔츠예요.(존 콜트레인과 피쉬맨즈, 서태지와 아이들, DJ 쉐도우 등 장르를 초월한 이름이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쉽게도 로이킴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데미안 라이스는 없다.) 바가 어디에 있는데요?

대구에 있어요. 콘서트 투어 때 가보면 좋을 텐데. 콘서트 마치면 보통 뭐해요? 쉬죠. 웬만하면 술도 안 마시고 바로 숙소로 가거나 호텔 스파에서 몸 좀 풀거나.

로이킴을 찍기로 하면서 생각한 단어가 있어요. ‘마침내’. 저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슈퍼스타K4>에서 본 모습이 적당히 근사했어요. 분명 다르겠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겠다 싶은. 대박. 그 땐 남성 팬이 귀했는데. ‘마침내’ 맞네요. 고마워요.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9월부터 확 바빠지거든요. 앨범 준비도 하고 연말 단독 콘서트 투어도 준비해야 하니까. 누나가 뉴욕에 살고 있어 2주 정도 다녀왔어요. 돌아온 지 이틀 정도 됐나. 이제 거기서 쓴 돈 열심히 다시 메워야죠.(웃음)

누나랑 친해요? 자주 연락하는 건 아닌데, 뭐든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이니까. 원래 친하고 편한 사이일수록 막역하게 지내잖아요. 갑자기 연락해도 어제 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는.

그럼 김상우라는 인간은 가족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글쎄요, 그건 저보다 가족이 더 잘 알 텐데. 학창 시절만 생각하면 큰 굴곡 없이 부모님의 기대에 걸맞게 잘 걸어온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뿌듯하게 생각하고요. 저나 가족이나 제가 가수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요. 예상치 못하게 가수 활동을 하면서 따라오는 유명세 때문에 가족도 덩달아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가 있었죠. 가족도 조금 힘든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제는 각자 삶을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뿐일 거예요.

블랙 슬리브리스 COS, 블랙 레더 팬츠 Zara, 블랙 앵클 슈즈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골드 브레이슬릿 Chrome Hearts,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퍼스타K4>에서 ‘꼭 우승해야겠다’ 이런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네요? 아유, 그럼요. 공부하기 싫으면 기타 잡고 유재하, 김광석, 이문세 같은 선생님들 노래 따라 부르거나 또래 중 음악 좀 좋아하는 아이였지, 가수라는 직업은 제가 감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나름대로 목표한 것을 이뤘으니 마음 편히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싶었던 거죠. <슈퍼스타K4>에서 떨어지면 여행도 다니고, 중국어도 배우려고 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릴 때 주로 누구의 영향을 받았나요? 대부분 엄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미술을 전공하셨거든요. 미술 말고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접한 것 같아요. 어릴 때 차에서 듣던 음악도 여전히 즐겨 듣고요.

굉장히 간만에 로이킴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로이킴의 계절이 왔구나’ 싶었어요. 무슨 곡 들었는데요?

1집 ‘할아버지와 카메라’, ‘12 o’clock’ 그리고 2집 <HOME>의 몇 곡 들었습니다. 굉장히 간만에 맞네요. 10년이 넘었으니. 너 무 오랜만에 들은 거 아니에요? 너무하네. 으하하.

(못 들은 척)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가을 냄새가 나더라고요. 2집이 특히 그렇죠. 최근 콘서트 셋리스트를 짜면서 그동안 낸 곡을 쭉 들어봤는데, 대부분의 창작자가 그렇겠지만 옛날에 낸 음악을 들으면 대체로 부끄럽기도 하고 좀 아쉬워요.

블랙 슬리브리스 COS, 블랙 레더 팬츠 Zara, 블랙 앵클 슈즈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골드 브레이슬릿 Chrome Hearts,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래도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은? 4집은 ‘맞아, 이런 음악 했었지’ 정도로, 지금 들어도 완성도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요즘 꽂힌 노래는? 요즘은 노래를 막 찾아 듣진 않아요. 계속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부럽긴 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만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그럴 수 있죠. 그래도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어떤 음악이 소비되고,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는지 공부해야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음악을 듣는 시간보다 쓰고 만드는 시간이 많죠.

그렇다면 지금 만들고 있는 곡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이번 신곡은 그저…. (로이킴은 정적 대신 짧은 추임새를 연신 뱉었다. 모호한 지점에 숨은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부모님 세대나 그보다 전 세대에 비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사랑에 관한 믿음이나 영원함에 대해 의심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아요.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하는 거잖아요. ‘잘’ 사랑하는 법에 관한 정답도 사실 없고요. 조건 없이 순수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관계가 사랑이고, 많은 사람 중 나와 당신이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만 구전동화는 아니잖아요.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고, 친구의 이야기고. 그런 사랑을 그저 영화에나 존재하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처럼 대하는 태도가 슬프게 느껴진 것 같아요.

체크 패턴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니트 베스트 모두 Polo Ralph Lauren, 화이트 스트라이프 팬츠 Recto, 타이 Brooks Brothers.

사회가 진화하는 만큼 퇴색되는 것이 있죠. 나이를 먹을수록 건조해진다는데, 저는 반대인 것 같아요. 살면 살수록 세상은 각박하다는 걸 느끼잖아요. 길어야 100년 아등바등 살면서 외로움이나 슬픔을 나눌 사람 한 명 없이 살다 떠나고 싶진 않아요.

사랑에 진심이네요. 한국 사회에서 우스갯소리로 “아직도 안 헤어졌냐”,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해라” 이런 말이 하나의 밈처럼 소비되는 것도 싫어요. 다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진짜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거란 말이죠. 저런 장난과 문화에 사람들이 녹아들고 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되게 단호한 사람 같은데.(웃음)

그런데 로이킴은 어떤 사람한테 끌려요? 내면은 진지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유쾌한 사람.

베이지 롱 코트 Kenzo, 화이트 이너 톱 Heute, 데님 팬츠 Stitch Comes Blue by Beaker, 슈즈 Sacai.

어떤 작가는 자기가 글을 잘 쓸 수 있는 이유가 커피 덕분이래요. 그래서 카페인의 약발이 떨어지면 잠잘 준비를 한다고. 어쩌면 자기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커피가 글을 쓰는 것 같다고. 로이킴도 그런 루틴이 있나요? 딱히 루틴은 없어요. 대신 얕게 매일매일 작업하거든요. 그리고 데드라인이 있으면 곡이 나와요. 공부할 때도 항상 그랬어요. 지금부터 안 하면 진짜 끝난다. 이런 압박을 받으면 혼신의 힘으로 해내는 것 같아요.(웃음)

이번에 내는 곡은 진행이 어느 정도 됐어요? 일단 가사는 다 됐어요. 한두 글자 정도는 바꿀 수도 있지만. ‘이제 곡이 써졌으니 슬슬 앨범을 내볼까?’ 이런 마인드는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새로운 곡을 꼭 만들자는 원동력을 스스로 부여해야 움직이지, 막연하게 곡을 쓰는 상황이라면 영원히 앨범을 안 낼지도 몰라요.

최근 임영웅 씨와 추영우 씨의 곡을 만들기도 했어요. 누군가가 부를 노래를 만드는 것도 큰 만족감이 있을 텐데. 제가 써둔 곡이 100개라면, 사실 세상에 나오는 곡은 30개도 채 안 돼요. 의뢰가 들어오면 한 번씩 뒤져보는 거죠. ‘아 맞아, 이런 곡도 있었지’ 하며 다시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의뢰인을 생각하며 곡을 새로 쓰는 재미도 있죠.

언젠가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서 만든 곡이 있다면요? 만들어둔 건 없는데, 김필 형이 제가 쓴 노래를 불러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어요.

브라운 스웨이드 재킷과 팬츠, 데님 셔츠 모두 Golden Goose, 브라운 슈즈 Versace.

음악에 관한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음악적 지론’을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워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노래할 뿐이죠.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을 때, 나를 괴롭히는 생각으로 가득 찼을 때 조금이나마 사라질 수 있게 해주는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가끔 생각날 때 끄적이는 로이 노트의 인스타그램 활동은 요즘 뜸하네요. 글을 쓰면 대부분 가사로 가니까 아끼게 되는 것 같아요. 대신 새롭게 유튜브를 하고 있잖아요.

레퍼런스가 없는 아주 신선한 기법으로요. 콘텐츠를 보면서 ‘이 사람 되게 선을 넘지 않는 미친놈이구나’ 했어요. 아하하하. 미친놈 맞아요. 주변 사람들은 “드디어 네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하는데,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어요. 다만, 대중적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있다 보니 ‘로이킴상우’를 보는 사람들은 파격적이라지만 제 일상을 보여줄 창구가 없었을 뿐, 대단히 큰 결심이나 도전을 한 건 아니에요.

뭐랄까. 웃기려고 웃긴 사람은 아닌 듯한 느낌. 술 취한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반려동물한테 고민을 털어놓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이랄까. 로이킴의 정리되지 않은 휴대전화 사진첩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일반 사람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연예인을 보잖아요.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의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유튜브 또한 미디어의 일환이지만, 많은 사람이 ‘로이킴상우’를 통해 또 로이킴을 알게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죠. 그 계기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에 더 많은 분이 찾아와주면 좋겠고요.

아이보리 재킷과 블랙 팬츠 모두 Valentino, 블랙 이너 톱 COS, 소지에 착용한 골드 링 Cartier, 골드 브레이슬릿 Chrome Hearts.

뜬금없지만, 소년과 남자의 차이는 뭘까요? 글쎄요. 뭘까요?

<슈퍼스타K4>의 로이킴은 소년인가요, 남자인가요? 그땐 소년이죠. 세상에 대한 겁이 없었으니까요. 굳이 남자를 정의한다면 세상을 좀 더 깨우친 존재일 텐데, 혹여 그게 ‘나는 이제 세상을 좀 알겠어’라는 자만이라면 죽을 때까지 소년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도태를 경계하는 거네요? ‘내가 너보다 좀 더 살아봐서 아는데, 이게 이렇고 저렇고…’ 이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예순 살이 돼도, 일흔 살이 돼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위기가 있을지 모르는데, 한평생 바쳐 얻은 것에 대해 함부로 확신을 갖는 건 현명하지 못한 것 같아요.

로이킴에게 로이킴은 마음에 드는 가수인가요?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자랑스럽다는 표현은 조금 낯간지러운 것 같고. 그래도 마음이 건강한 아티스트로서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요. 살다 보면 마음이 아프고 힘든 순간이 많은데, 그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게 해준 부모님이나 친구, 동료, 팬분들에게 감사하죠.

끝으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 말한 것 같은데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피곤한가요? 저는 피곤하네요. 해병 정신으로 이겨내야죠.(웃음)

에디터 강승엽 사진 임유근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이영 스타일링 이한욱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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