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찬희
소년처럼 해맑다가도 일순간 남성미를 풍기는 SF9 찬희, 그리고 배우 강찬희.

얼마 전 SF9이 컴백했죠. 영화 <귀신들> 개봉도 앞두고 있어요. 요즘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해요.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설레는 마음과 공개될 결과물 반응에 대한 떨리는 마음요.
이번 앨범 좋던데요. 특히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LOVE RACE’ 인트로가 공개됐을 때 짧은 멜로디만 들었는데도 기대됐어요. 트렌드에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퍼포먼스도 있어서 들을 때 신나고, 무대 공연 영상으로 보면 더 멋진 곡입니다.
팬클럽 판타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YOUR FANTASY’로 시작한 3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이기도 해요. ‘질주하는 레이서’ 콘셉트인데, 본인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나요? 전에 없던 야성미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팬들도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이번 화보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저도 생각지 못한 제 모습을 봤거든요. 영화 <메소드연기>에서 라이징 스타 역을 할 때 한쪽만 넘긴 스타일은 해봤지만 이렇게 머리를 다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동안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시도할 생각도 못 했죠. 오늘 자신감을 얻어 앞으로 종종 도전해볼까 합니다.(웃음)
타이틀곡 챌린지도 있나요? 그럼요. 이번에 ‘이지 버전 챌린지’가 있는데 안무 선생님과 함께 포인트 안무를 살려 직접 만들었어요. 오토바이를 타는 듯한 동작이에요. 그 부분과 콘셉트의 거친 느낌을 살려 완성했죠.

팬츠 Saturday of Us,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역시 메인 댄서네요. 영화 <귀신들>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예전에 황승재 감독님과 <썰>이라는 작품을 함께 했어요. 이후 좋은 관계를 이어오다 감독님이 새로 만드는 영화가 있다고, 저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죠. 감독님이 불러주면 언제든 가겠다고 했거든요.(웃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어땠나요? 여건이 안 돼서 하루 만에 작품을 찍었는데,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영화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도 거의 하루라 진짜 그 이야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덕분에 몰입하기도 쉬웠어요. 개봉 전이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반전 캐릭터를 맡은 점도 재밌었어요. 아, 그리고 학생 역이라 오랜만에 교복을 입었어요.(웃음) 롯데월드에 놀러간 것처럼 풋풋한 기분을 느꼈죠.
영화는 SF 장르에 AI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의적이고 미래적이에요. 준비하면서 특별히 참고한 부분이 있나요? 감독님의 전 작품 <구직자들>이 확장된 영화예요. 가장 먼저 그 영화를 봤죠. 유튜브에 AI가 발전하면서 사람의 지능보다 높아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고 예측하는 내용이 많으니, 그런 영상도 보면서 상상하고 준비했습니다.

얼마 전 드라마 <춘화연애담>이 종영했어요. 데뷔작인 드라마 <선덕여왕>, 아역으로 나온 <화정>, <가시리잇고>, <슈룹>,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에서 사극 비중이 높더군요. 본인도 이 점을 알고 있는지, 사극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부끄럽지만, 의상을 준비해주는 실장님이나 분장팀에서 한복이 어울린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어요.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걸 사극 현장에선 느끼고 볼 수 있어 늘 재밌어요. 예쁜 한복을 입고 한옥을 보면서 감상에 젖을 때도 있고요. 저는 상상을 자주 하는데, 산속에서 촬영하다 쉴 때 매니저 형과 둘이 앉아 아래를 보면서 이야기해요. “조상님들은 어떻게 저런 길을 걸어 다녔지? 형은 지금 저 길을 걸어 다닐 수 있겠어?”라는 식으로.(웃음) 그런 사소한 재미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사극 작품을 해왔어요. 이전과 비교할 때 연기하면서 달리 느껴지는 부분도 있나요? 우선 옷 사이즈가 가장 달라졌어요.(웃음) 그리고 어릴 때는 칼이나 활 같은 소품을 주시면 별생각 없이 했는데, 요즘은 새롭고 신기해요. 특히 활을 잡을 때 놀랐어요. 잘 당겨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 단단하거든요. <슈룹>을 찍을 때 왕자 역을 맡은 배우들이랑 활 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어떤 활은 쉽게 당겨지고, 어떤 활은 실제 활에 가까울 만큼 안 당겨지더군요. 결국 가위바위보로 활을 고르기도 했어요.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쉽지는 않죠. 여러 가지 일을 해서 피곤한 건 쉬면 되니까 괜찮아요. 둘 다 잘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 가 가장 아쉬워요. 한쪽에만 100%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여기서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며 자책하기도 해요. 천성이 낙천적이라 몰랐는데 일하면서 완벽주의 성향이 생긴 것 같아요. <춘화연애담> 찍을 때 분장팀 스태프들이 MBTI가 뭐냐고 해서 ENFP라고 했더니 절대 아니라 고, 다시 해보라는 거예요. 재검사하니까 INTP가 나왔어요. 다들 이게 맞다고 하더군요.(웃음) ENFP처럼 친화력 있고 상상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INTP에 가깝게 일할 때 진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면이 있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도 욕심도 많은가 봐요.
연기와 노래, 춤은 모두 어릴 때부터 배운 걸로 알고 있어요. 아역 배우 활동과 연습생 생활을 함께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수에 대한 목표도 생겼죠. 형들이랑 연습하면서 춤이 너무 좋아 놓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무대에 설 때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의 매력은 어떻게 다른가요? 무대 위에서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짜릿해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최고 경험이죠. 그걸 상상하면서 가수를 꿈꿔서인지 실제로 응원 소리를 들으면 더 감격스럽더라고요. 연기는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하나의 상황에 몰입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말하고, 표정을 짓고, 상대방이랑 얘기를 나눈다는 게 재밌어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배웠거든요. 자유롭게 대사를 뱉고, 그 순간 몰입할 때 가장 행복해요.
두 가지를 꾸준히 병행한 만큼 서로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도 분명 있겠죠? 춤을 추다 보니 액션처럼 몸 쓰는 연기를 할 때 보다 쉽게 익힐 수 있고, 가수 활동할 때는 표정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활동을 시작할 무렵엔 카메라 시선 처리가 어려웠어요. 아이돌은 무대에서 카메라를 잘 봐야 하고, 배우는 카메라를 보면 안 되니까 그게 어색하더라고요.(웃음)

슈즈 Bottega Veneta, 진주 네크리스 Portrait Report.
17년 차 배우이자 10년 차 가수입니다. 한결같이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돌아보니, 한 분 한 분에게 받은 응원 덕분이더군요. 저도 최근에 깨달았어요. 팬들과 친한 형·누나, 동료들이 보내주는 격려가 결코 작지 않죠. 그런 게 모여 큰 힘이 되거든요. 그리고 어릴 때 들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그 신념을 갖고 살아요. 때로 힘이 빠지고, 열정이 식을 때도 있어요. 사람이다 보니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과 버텨온 마음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진심으로 응원해요. 한 인터뷰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계속 도전하고 싶다. 느리지만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했죠. 본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크고 작은 목표가 많아요. 배우로서는 모든 사람이 인정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시청자나 관객에게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100%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배우요. 앞으로 영화제에도 많이 가보고, 한 번쯤 상도 받으면 좋겠어요.(웃음) 예전부터 말했지만, 가수로서는 많은 관객이 있는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저희 곡 중 ‘My Story, My Song’이 있어요. 좋아하는 노래라 유튜브에 곡을 검색하다 우연히 어떤 분이 큰 라이브 홀 버전으로 믹싱해 올린 버전을 들었어요. 울컥하더군요. 언젠가 큰 공연장에서 실제로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과 연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예요? 삶의 전부죠. 거창해 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라 다른 걸 한다고 상상하면 오히려 두렵고 막막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그냥 이 일이기에. 어떻게 보면 멋있어 보일 수도 있고, 슬프기도 한 이중적인 말이죠. ‘나’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하고 있을 때 모습이 나일까, 혼자 있을 때 모습이 나일까’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모두 나니까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어떨 때는 이런 모습을 꺼내고, 어떨 때는 저런 모습을 꺼내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