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날것 그대로의 효린

신곡 ‘Wait’으로 돌아온 효린. 숨길 수 없는 그녀의 본색에 관하여.

실버 슬리브리스 톱 51percent,
검지와 약지에 낀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감기 때문에 큰 소리를 못 내던데. 다음 주 ‘Wait’ 컴백 무대에 차질이 없을지 걱정되네요.
에이, 오늘 촬영하면서 텐션이 조금 올라왔으니 금방 나을 거예요.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대신 이 정도 목소리로 대화하는 건 이해해주실 거죠?

당연하죠. 아무래도 얼마 전 다녀온 미국 공연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KCON LA 2024’에서 선공개한 ‘Wait’ 무대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오, 보셨나요? 다행히 (미국 관객이) 좋아할 거라고 예상한 안무는 모두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힙을 강조하는 트월킹 파트가 많았거든요.(웃음)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면역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미국 공연을 해본다는 건 아티스트에게 큰 경험인 것 같아요.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갈 때마다 관객들이 저보다 더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그러면 저도 공연을 온전히 즐기게 돼요. ‘이건 조금 과하겠지?’, ‘이건 조금 약하겠지?’라고 계산하고 망설일 겨를이 없어요. 그만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거죠. 무대에서 내려와 모니터링하다 보면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해요. 그게 참 새롭죠. 저는 아직 경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은가 봐요.

씨스타로 활발하게 활동한 효린 씨도 못해본 게 많나요? 의외인데요.
여전히 많죠. 씨스타가 해체된 지 거의 7년이 되어가는데, 아직 못해본 것을 이뤄보고 제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아!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이런 재밌는 댓글을 본 게 생각나요. 이전에도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내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답했는데, ‘대체 언제까지 찾아가기만 할 거냐’고 댓글을 달아주셨더라고요.(웃음)

그분 입장에서는 인터뷰 답변이 상투적으로 느껴졌나 봐요.
그러니까요. 저는 진심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찾아가는 기간이 꼭 정해져 있어야 하나 싶어요. 저는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거든요. 제가 하는 음악도 그렇고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이번 ‘Wait’ 같은 아프로비트 장르에 새롭게 도전한 것도 그래서예요. 이번에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되면 (이 장르가) 제 색깔과 맞는지 가늠할 수 있거든요. 리스너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듣는지, 좋아해주는지에 따라서요. 이제는 좀 더 능동적으로 그 가능성을 찾아나가려고요.

리스너 입장에서는 그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어요. ‘Wait’이라는 후렴구 가사가 지워지지 않더군요. 곡을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감사합니다.(웃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심플 이즈 베스트’ 즉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안 그래도 복잡한 제 머릿속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곡은 싫었거든요. 그래서 안무도 곡과 비슷한 무드로 가야 했지만..(고개를 떨구며)

틀어졌군요. 편안한 무드로 보기엔 이번 곡의 트월킹이 매우 감각적이죠.
맞습니다. 결국 나 자신과의 타협에 실패한 거죠. 나름 타당한 이유도 있어요.(웃음) 저는 이제 한 곡 안에서도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이 완전히 나뉘는 시대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가지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인 거 죠. 그런 시점에 ‘내가 굳이 이 곡에 맞춰 안무까지 편안한 무드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련의 과정 이후 힘들게 준비한 이번 안무는 ‘효린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안무에도 저다운 색깔을 조금 녹여내고 싶었거든요. 안무 디렉팅은 비욘세의 투어 메인 댄서로 활약 중인 알리야 자넬에게 부탁했어요. 6년 전쯤 ‘달리(Dally)’라는 곡을 작업할 때도 함께했죠.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이 나뉜 시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항상 느껴요. 같은 곡을 노래해도 음원을 녹음할 때와 무대에서 노래할 때 전혀 다른 느낌이니까. 그래서 녹음할 때마다 항상 아쉬워요. 아무런 형식 없이, 제 기분대로 훅훅 움직여야 오히려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편이거든요. 근데 ‘내가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하는데’, ‘저렇게 해야 하는데’ 생각하기 시작하면 곡 안에도 고민하는 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그 의도를 들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곡 안에 아티스트의 의도가 드러나는 건 긍정적 부분이 아닐까요?
글쎄요, 아닌 것 같아요. 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정체성보다 저라는 개인을 먼저 보여주는 행위니까요. 가수로서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죠. 그리고 녹음 작업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영원히 존재할 뭔가를 기록 한다는 점 같아요. 제가 죽을 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남는 거잖아요. 그래서 늘 가장 어렵고 아쉽죠.

언젠가 씨스타 시절 촬영한 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본 적이 있어요. 효린 씨가 보컬 녹음을 하던 중 프로듀서인 용감한 형제가 몇 번이나 수정을 요청했고, ‘악착같이’ 자기 목소리를 터득해갔죠. 방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지 이해되네요.
저는 스스로에게 스트릭(strict)한 사람이에요. 그중에서도 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음악 이지만, 나머지 부분을 대할 때도 그 혹독함은 여전하죠. 피를 말릴 정도예요.(웃음) ‘이 정도면 됐어’라는 어떠한 기준 자체가 없어요.

어린 시절부터 데뷔를 준비하고 활동한 만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걸까요?
음, 아닐 거예요. 저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가수를 준비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단기간에 다른 친구들을 따라가기 위해 더 열심히 달려왔죠. 그런 걸 떠나 제가 만족하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물론 음악을 통해 메시지와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제 몫이지만, 그냥 전달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주 잘해야죠. 예를 들어 사과 박스 하나를 배송하더라도 딱 문 앞에 두는 게 아니라, 정말 예쁜 모습으로 포장해서 놓고 가는 거죠.

정리해보면 ‘아주 구체적인 욕심’을 갖고 있는 거군요.
맞아요. 뭐 하나 대충 하지 못해요. 이번 ‘Wait’ 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고. 곡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홀연히 떠났거든요. ‘스테레오타입스’라는 프로듀싱팀인데 브루노 마스, 니요, 저스틴 비버 등 다양한 팝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써왔어요. 옛날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팀이지만, 이전에도 몇 번 미팅만 하고 곡 작업은 못했죠. 마침내 미국에서 그들과 만났고, 10일 만에 작업이 끝났어요.

욕심 이상의 노력을 쏟아부은 셈이네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힘들 때는 없나요?
과정만큼 결과가 좋으면 감사하겠지만, 늘 (결과가) 특별할 수는 없으니 기대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 스스로 좋은 게 가장 중요하고, ‘이 노래 듣고 진짜 좋았다’, ‘이 뮤직비디오 보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그게 현실적인 결과 이상으로 크게 와닿아요. 단 몇 명에게 듣더라도. 물론 순위가 높으 면 감사하죠. 정말 왜 안 높아지는지 모르겠어요! 농담이에요.(웃음)

음악은 여전히 제게 ‘산소통’ 같은 존재예요. 이걸 안 한 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이제는 순위가 다가 아닌 시대다.
맞는 말이지만, 순위가 올라갈수록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도 많긴 해요. 여전히 많은 분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톱 100’이나 상위권에 있는 곡을 의도치 않게 더 자주 듣거든요. 그게 반복되면 리스너의 머릿속에 이미 그 곡이 자리 잡고요. 상위권이 아닌 곡이 그 위로 반등하기란 참 쉽지 않아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귀에 익은 곡만 계속 듣게 되겠다 싶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세상에는 미처 빛을 보지 못한 좋은 가수, 좋은 곡이 많거든요. 그들도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얘기하면서 가수에게 결과가 왜 중요한 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결국은 이런 현실적인 것과 온전한 나를 위해서인 것 같아요. 너무 오랫동안 긍정적 피드백이 없으면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의지가 떨어지면 그 순간 지치고요. 저 또한 그랬죠. ‘내가 계속 이걸 해야 할까?’, ‘내가 계속 이걸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음악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던가요?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산소통’ 같은 존재로 여겨져요. 물론 나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내 음악을 함께 만들어주고 고생하는 주위 사람들, 회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음악은 꼭 해야 해요. 혼자만 만들 수 있는 작업물이 아니잖아요. 제가 좋은 결과를 내서 그 사람들만은 꼭 행복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 그래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속상해요. 제가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부분은 결국 이런 것들이에요.

뭐든 척척 도전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현실적인 불안감도 남아 있었군요. 그래도 솔로 가수로서 창모와 함께 부른 ‘BLUE MOON’이나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한 ‘날개뼈(Hot Wings)’ 같은 곡을 보면 여전히 리스너에게 사랑받고 있잖아요.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어요?
후회스럽지 않게 만든 것 같아 만족해요. 작업 과정이 힘들었지만 참 잘한 일 같아요. 10년, 20년 뒤 혹은 내가 죽고 나서 다른 세대의 친구들이 제 뮤직비디오나 음악을 들을 때 촌스럽지 않게 느끼길 바라거든요.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멋있는 음악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는 게 제 목표예요.

그러고 보니 유독 이성 아티스트와 듀엣을 할 때 더 큰 시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곡을 소화하는 방법에서 다른 부분이 있나요?
어떤 걸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듀엣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남녀의 극명한 대비죠. 곡 안에서 남자는 누구 보다 남자처럼 느껴져야 하고, 여자는 누구보다 여자처럼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이야기를 조화롭게 이루는 포인트는 역설적이게도 ‘대비’가 아닐까 싶어요.

재밌는 포인트네요. 동성과의 듀엣은 또 다른 느낌이겠죠? 얼마 전 씨스타19로서 11년 만에 발표한 ‘NO MORE (MA BOY)’ 때는 어땠나요?
보라언니와 함께 노래하면 일단 마음이 편해요. 오랜만에 녹음했다고 해서 설레거나 떨리는 감정이 아니라, 익숙한 상태에서 우리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거죠. 멤버들은 해체 이후에도 자주 만나고 있거든요. 오히려 팀 활동을 할 때보다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됐어요. 그게 아주 큰 변화 같아요.

퍼 숄과 레이스 보디슈트, 브라톱 모두 Hannahshin, 레더 쇼츠 Doucan, 레드 퍼 부츠 Seesafar, R 18 100 Years 모터사이클 BMW Motorrad.

앞으로는 저 자신에게 덜 혹독하려고요. 뭐, 어차피 죽을 때까지 할 음악인데, 잠시 쉬어가는 정도는 여유를 부려도 좋잖아요.

개인적으로 20대가 아닌 30대의 씨스타19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로웠어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시간은 왜 이리 빠르게 흘러갈까요?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많은데.(웃음)

그만큼 뜨겁게 달려왔다는 방증 아닐까요. 스스로 원했던 30대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나요?
아직까지는 그래요. 좋아하는 공연도, 음악도 줄곧 하고 있으니까. 생각보다는 30대라는 나이가 한창인 느낌이에요.

왜, 축구 선수의 전성기가 통계상 20대가 아닌 30대라고 하잖아요. 가수 또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러면 좋겠어요. 어릴 때는 ‘20대가 넘어가면 끝이야’ 이런 막연한 걱정이 있었거든요.(웃음) 근데 막상 이 나이가 되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폭넓게 음악을 할 수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요. 체력이 조금 떨어진 것 말고는 여전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해도 기운이 넘쳤는데.

아까 촬영할 때 보니 기운이 넘치던데요. 힘들 때마다 효린 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뭘까요?
제 모습을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봤을 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더라고요. ‘채움’으로 움직이는 편인가 봐요. 물론 사람들의 칭찬도 감사한 부분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아요. 그런 걸 보면 저는 아직 마음이 여유로운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죠. 늘 여유를 갖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맞아요. 그래도 더 자유로워지려면 자기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저 자신에게 덜 혹독하려고요. 더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고요. 시간이 난다면요. 뭐, 어차피 죽을 때까지 할 음악인데, 잠시 쉬어가는 정도는 여유를 부려도 좋잖아요.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일 것 같은데, 인터뷰 내내 오간 효린 씨만의 자유로움과 불안함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되네요.
있는 그대로 녹여내주세요. 이만큼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이거 하나면 돼요.

에디터 박찬 사진 채대한 헤어 지승현 메이크업 장정금 스타일링 이우민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