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달음
가야금과 거문고, 국악 듀오 황혜영과 하수연의 인터뷰.
달음 국악 현악기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 듀오. 가야금은 하수연, 거문고는 황혜영이 맡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는 ‘국악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로 선보이는 곡의 연주나 해외 투어 영상을 주로 올리고 있다.
질문지를 쓰면서 달음의 음악을 들었어요. 흥겨우면서 가볍지 않은 선율이 일의 효율을 높여주더라고요. 저는 ‘파도(The waves)’가 좋았는데, 두 분의 최애곡은 무엇인가요?
수연 저도 ‘파도(The waves)’를 제일 좋아해요. 끊임없이 일렁이는 마음을 그린 곡이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다 사라지는 걸 표현한 부분이 연주할 때나 들을 때 모두 좋아요. 혜영 저는 ‘탈(TAL)’이요. 1집 타이틀곡인데, 전통적 요소가 가장 많이 들어간 곡이에요. 작업할 때 고생하기도 했지만, 그 만큼 결과물이 잘 나왔어요. 힘든 것도 지나고 보니 추억이더라고요.
달음이라는 팀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활동명이자 유튜브 채널명의 유래도 궁금합니다.
수연 약 10년 전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에 입단하면서 인연이 닿았어요. 둘 다 내성적인 편이라 인사만 하고 지내다 혜영이가 악장, 제가 부악장을 맡으면서 서로 음악적 얘기를 자주 하게 됐죠. 2018년쯤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국악 창작 지원 사업이 있길래 함께 지원했어요. 간절한 진심이 통했는지 선정되었고, 덕분에 영상을 만들고 공연도 할 수 있었어요. 혜영 달음은 ‘어떤 행동을 끊임없이 해나가다’라는 의미예요. 국악에서 다음 장단으로 넘어갈 때 ‘달아가다’라고 쓰이는 관용어가 있어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 명사형으로 찾아봤는데, 있더라고요. 어감도 괜찮고 발음이 ‘다름’으로 들리기도 해서 가야금과 거문고 팀이니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유튜브 채널 콘텐츠의 기획력이나 영상미가 좋던데, 보통 어떻게 작업하나요?
혜영 미팅하면서 영상화할 곡의 느낌을 말씀드리고 감독님이랑 곡의 분위기에 맞춰 기획 방향이나 색감, 구도 등을 정해요. 2018년에 데뷔하면서 ‘월간 달음 프로젝트’라고 한 달에 하나씩 신곡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어요. 그때 총 다섯 편을 올렸고, 영상미도 잘 담겨 달음을 알리는 기회가 됐죠. 신곡이 나오면 비슷한 방법으로 기획해 연주 영상을 올리고, 투어나 공연 영상도 업로드하고 있어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은?
수연 조회 수는 ‘허물어지는 시간’이 제일 높아요.(웃음) 5년 전 처음 올린 영상이죠. 혜영 그 영상의 구도가 재밌다는 평이 많았어요. 보통 연주를 하면 둘 다 정면을 보지만, 연습할 때는 마주 보고 하거든요. 그걸 알고 감독님이 평상시처럼 하되 천장에 카메라를 달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디어를 준 거죠. 국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인데, 멋지게 나왔더라고요.
데뷔 당시에는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자 두 사람이 활동하는 팀이 흔하지는 않았죠?
수연 젊은 창작 국악 쪽에서는 처음이었어요. 혜영 가야금과 거문고는 한참 선배분들이나 앙상블로 주로 활동했어요. 기음의 지속이 짧은 편이라 현악기만의 조합을 대부분 기피하죠. 우려와 달리 둘의 만남은 새롭고 조화로웠어요. 거문고는 술대를 사용해 발현하는데 여린 소리를 낼 때도 있고, 술대를 세게 내려치면 타악기 같은 음향을 내기도 해요. 멜로디를 낼 수 있는 건 두 현뿐이라 음의 폭은 제한적이지만, 한정된 음역대 안에서 베이스를 담당하거나 멜로디를 연주하는 등 표현 범위와 음량의 폭이 넓은 편이죠. 수연 가야금은 현대에 개량이 많이 돼서 25현 가야금까지 있어요. 음역이 늘어나 기타처럼 다양한 코드 연주가 가능하고, 더 많은 음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도 있죠. 줄을 뜯으면서 박을 잡아주는 리듬적 역할을 할 때도 있어요. 각자 특징이 명확해 현악 조합임에도 아름다운 울림과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혜영 우리로 인해 젊은 현악팀도 많이 생겨 뿌듯해요.
국악과 다른 장르를 결합한 ‘국악 크로스오버’를 주로 선보이며, 두 분 모두 작곡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퓨전음악은 작곡이나 편곡을 할 때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 어디에 가장 중점을 뒀나요?
혜영 쉬운 접근은 아닌 것 같아요. 전통음악을 공부하던 두 사람이 낯선 음악에 뛰어든 거잖아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국악 크로스오버는 <풍류대장>이라는 국악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때 지은 거예요. 그때는 가요와 국악의 결합이 촌스럽지 않도록 고민했고, 악기적 특성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신경 썼죠.
처음에는 서로 비슷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2년 정도 활동하다 각각 고유의 소리가 있는데,
장점을 살려 맞춰보자는 쪽으로 바뀌었죠.
독일 레이블에 소속된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해외 레이블에 합류하게 됐나요?
혜영 2020년 예술경영센터에서 주최하는 ‘저니투코리안 뮤직(Journey to Korean Music)’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됐는데, 그때 초청으로 온 독일 음반사 CEO가 듣고 함께 앨범을 내보자고 제안했어요. 저희가 레이블이 없던 때이기도 했고, 동시에 2집 연장 계약까지 한 기회였죠. 유럽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했더니 부킹 에이전시를 소개해주더군요. 덕분에 유럽 투어 일정도 지속적으로 잡혀 있어요.
첫 앨범 <시밀러 앤 디퍼런트(similar & different)>는 비슷해 보이지만 악기 구조와 음색이 다른 두 현악기의 울림을 조화롭게 담고자 했어요. 두 사람이 시너지를 내고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혜영 처음에는 서로 비슷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최대한 같은 음색으로 연주하려고요. 그렇게 2년 정도 활동하다 같은 현악기지만 가야금과 거문고 각각 고유의 소리가 있는데 왜 바꾸려고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히 한길을 걷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장점을 살려 맞춰보자는 쪽으로 바뀌었죠.
국악 연주가로 활동하며 보람을 느낄 땐 언제인가요?
수연 생각하고 느끼는 감 정을 음악으로 만들어 연주한다는 것 그 자체죠. 그리고 그걸 다른 분들이 들어주고 공감해줄 때요. 혜영 해외 투어 때 생각이 나요. 매일 공연이 있는 데다 계속 도시를 이동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들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 공연이 어서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그러다 한번은 이탈리아 작은 섬에서 공연을 열었어요. 페스티벌 티켓을 예매한 사람만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공연인데, 이틀 전에 표가 매진됐더라고요. 바닷가 앞이라 준비하기 쉽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멀리서 약 200명의 사람이 막 몰려오는 거예요. 그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를 보러 와주는데, 그런 생각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시간을 내서 보러 와주는 분들에게 감사해요.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면?
수연 해외 투어를 다니니까 한 곡을 정해 가는 지역마다 연주 영상을 찍는 거예요. 예쁜 곳도 정말 많거든요. 같은 곡을 연주하는 동안 앵글은 같지만 장소가 계속 바뀌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혜영 다큐를 찍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군데를 다니는데 그 기록을 담고 싶은 바람도 있고, 우리나라 전통음악에 대한 해외 반응이 꽤 좋다는 것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목표나 앨범, 공연 등 앞둔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혜영 9월에 ‘공존 (Co-Existence)’이라는 이름의 정규 2집이 나와요. 발매 후 해외 투어가 예정돼 있고요. 1집을 ‘너와 나’로 놓고 봤다면 이제는 ‘우리’로 키워드가 확장됐어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느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을 담았죠. 2집은 온전히 둘이 작업한 만큼 달음의 색이 잘 드러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무너지고 갈라지는 세상 속에서 그래도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희망, 생명에 대한 예찬을 다뤄요. 수연 일상에서 느끼는 고민과 아픔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만큼 우리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를 얻고, 인간과 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