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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샘의 결

초심은 그대로, 결은 다르게. <청담국제고등학교2>와 <S라인>으로 복귀하는 이은샘의 변화를 기록하다.

프릴 디테일의 베스트와 스커트 모두 McQueen.

올해 프랑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의 경쟁 부문에 한국 콘텐츠로는 드라마 <S라인>팀이 유일하게 초청되었죠. 어떤 작품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아직 편성 미정인 만큼 많은 걸 설명드리지 못해 속상해요. <S라인>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머리 위에 육체적 관계를 맺은 사람과 이어지는 ‘붉은 선’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하루아침에 사생활이 드러나는 세계 속에서 인간 군상과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판타지 스릴러죠.

이번에 맡은 역할에 대해 조금만 힌트를 준다면요. 제 캐릭터는 ‘안경’을 통해 특별한 힘을 얻어요. 그 힘을 마주하는 것이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드라마를 통해 확인하셔야 할 거고요.(웃음) 저는 이 캐릭터가 권력을 쥐게 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는 어떤 인상이었나요? 이 작품의 웹툰 원작이 워낙 유명하거든요. 근데 사실 웹툰보다 대본을 먼저 접했어요. 뒤늦게 웹툰을 쭉 읽어봤는데,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흥미롭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소름 끼치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이게 잘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 콘텐츠가 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그래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초청받은 칸에서는 많은 걸 보거나 느끼고 왔나요? 그럼요. 한 극장에서 우리 작품을 상영했는데, 살면서 관객들과 함께 제 연기를 본 건 처음이었어요. 제가 나올 때마다 웃거나 반응을 보이는 그 느낌이 짜릿하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반응을 해주는구나. 그런 점이 제게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요.

관객의 반응이 인상 깊었겠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뜨거웠죠. 신기하게도 감독님이 일부러 웃기게 연출한 장면에서 딱 웃어주시는 거예요. 그게 정말 놀라웠어요. 국가가 달라도 감정적 교집합이 분명 있다는 걸 체감했죠.

행사 외에도 여유가 있었나요? 공식 스케줄은 이틀 정도였는데, 저는 3일간 더 머물렀어요. 하루에 2만 보 넘게 걸으면서 칸 거리를 마음껏 즐겼죠.(웃음) 쇼핑도 하고, 젤라토도 먹고. 그냥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자’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오버 숄더 디테일의 코트와 화이트 셔츠 모두 Push Button, 레더 스커트 Coach, 스타킹과 스틸레토 힐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생각해보니 <지금 우리 학교는>도 웹툰 원작 드라마였잖아요. 판타지, 스릴러 장르라는 성격도 비슷하고요. 비슷한 분위기의 장르를 연달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저는 장르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같은 학생 역할이라도 인물마다 결이 전혀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박미진’이 되게 쿨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었다면, <청담국제고등학교>의 ‘김혜인’은 훨씬 더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인물이에요. 같은 장르 속에서도 늘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는 결국, 매 순간 다른 얼굴을 꺼내 보여주는 사람이잖아요.

곧 <청담국제고등학교> 시즌 2가 돌아오죠. 작품을 기다리는 해외 팬이 많던데,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해외 팬들이 한국의 교복 문화나 학교 시스템에 굉장히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펜트하우스>나 <선의의 경쟁> 같은 드라마도 그렇고, 교복 입은 학생들 사이의 경쟁 구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회적 구조처럼. ‘청담국제고등학교’는 물론 픽션에 가까운 공간이지만, 외국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이나 인간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나 봐요. 한국의 학교생활을 조금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김혜인은 작중 저소득층 출신으로 당돌하면서도 욕심 있는 캐릭터죠. 자신이 목격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하고요. 그런 복잡한 내면을 지닌 배역을 연기할 때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혜인이는 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캐릭터예요. 본인조차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거든요. 고등학생이고, 아직 인격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매 순간 감정에 휘둘리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와 정반대 성격을 지닌 만큼 연기하면서도 감독님과 논의할 일이 많았어요. 그런 낯선 인물에 몰입하는 과정이 오히려 재미있기도 했어요. 현실에서는 해볼 수 없는 감정이나 상황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시즌 2에서는 김혜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네, 시즌 1에서는 날카롭고 뾰족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시즌 2에서는 조금 귀여운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보다 훨씬 입체적인 인물로 느껴질 거예요. 혜인이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성장’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거라고 믿어요.

배우 이은샘 또한 함께 성장했다고 믿나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 주의였는데, 팬분들의 사랑을 몸으로 느끼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달까요.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은 좋은 작품,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노력해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는지. 아직은 없어요. 전 아홉 살 때 연기를 시작했죠. 대입을 앞두고 부모님은 평범하게 공부하며 지내는 건 어떻겠느냐고 조언해주셨는데, 이 일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일을 해보면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도 여러 가지 해봤죠. 서빙, 편의점, 의류점, PC방. 아, 인력 사무소에 간 적도 있어요. 정말 다양한 일을 해봤는데, 어떤 일도 연기만큼 애착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하루하루가 똑같고, 지루하고, 시간도 안 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몸이 힘들어도 시간이 훅 지나가고, ‘아, 이게 내 일이었지’ 하는 확신이 생겨요.

이 일에 확신이 있다는 거네요. 맞아요. 책임감도 느끼고요. 부모님이 자주 그런 말씀을 하세요. “원하는 길을 개척하기 위해선 선택과 책임 모두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라고. 이제 그 말이 점점 더 실감 나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박미진 역을 맡고 화제가 됐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엄청났죠.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들한테도 자랑했어요. 그때의 기쁨이 여전히 생생해요.(웃음)

캐릭터가 소위 ‘센’ 이미지잖아요. 실제 성격을 오해받은 적도 있을까요? 너무 많죠.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본 분들은 꼭 이런 말씀을 하세요. “어, 생각했던 이미지와 정말 다르네요?” 되게 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귀엽다고 하세요.(웃음) 실제 저는 정반대 성격이에요. 딱 하나 비슷한 게 있는데, 쿨한 면이죠. 깊게 고민하기보다 행동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런 건 조금 닮은 것 같아요.

모든 작품 중 ‘이은샘’이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른다면, 역시 박미진일까요? 음,(골똘히 고민하며) 네, 그래도 미진이가 아닐까 싶어요. 열정이 가장 많은 시기였거든요. 사실 제가 웹툰을 거의 안 보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예외였어요. 중학생 때 딱 한 번 처음으로 본 웹툰이었는데,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이거 드라마로 제작하면 정말 재밌겠다. 그리고 난 꼭 박미진 역할을 해야지.’ 그게 저만의 꿈 같은 거였어요. 그런데 정말 그 역할을 하게 됐잖아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열정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죠.

실제로 방송이 나가고, 반응이 엄청났잖아요. 이후로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무래도 드라마가 너무 잘되니 알아보는 분도 훨씬 많아졌고, 팬도 많이 생겼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크고요.

좋은 동기부여네요.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 태도나 연기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죠? 어릴 때는 주어진 대본을 그냥 잘 해내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내가 왜 이 대사를 해야 하는지,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자꾸 고민하게 돼요. 감독님과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 나누고요. ‘이 장면은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이 감정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다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그 과정이 어렵기도 하지만, 더 보람 있고 즐거워요.

연기란 경험이 쌓일수록 조심스러워지는 분야일까요, 혹은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분야일까요? 굳이 고르자면,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표현 방식도 예전보다 훨씬 다채로워졌고요. 정확히 말하면, 더 유연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마음이 변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더 나은 모습으로는 변화하고 싶어요. 이게 무슨 말인지… 독자들에게 잘 전해질까요?

어떤 마음은 그대로 두고 싶고, 다만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고 싶은? 맞아요. 연기를 대하는 마음 자체는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이 질문이 특히 어렵게 느껴졌어요. ‘내가 어떻게 달라졌지?’를 처음으로 곰곰이 생각해봤거든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 마음이 그대로라는 거예요. 초심만은 잃지 말자, 그런 책임감이 늘 마음속에 있어요.

울 재킷과 메탈 톱, 벨트 디테일의 플리츠스커트 모두 Prada.

성인이 된 후 배우로서 중심을 더 또렷하게 잡은 계기가 있었나요? 아, 있어요. 드라마 <블랙독>을 촬영할 때 회식 자리에서 김홍파 선배님이 제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1초도 망설임 없이 “제 꿈은 배우예요”라고 답했죠. 근데 선배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그럼 너는 꿈을 이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아, 내가 이 감사함을 잊고 살았구나. 지금도 배우가 되고 싶어 애쓰는 친구가 많은데. 나는 이미 현장에서 연기를 하고 있고, 꿈을 이뤘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은 거죠. 그리고 선배님은 한마디 덧붙이셨어요. “그 나이에 꿈을 이룬 건 정말 대단한 거다. 이제는 꿈을 좇으려고 하지 말고, 목표를 세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라고요. 그 말이 무겁지는 않지만 단단하게 느껴지더군요. 이후로 노트에 목표를 하나둘 적기 시작했어요.

어떤 목표였나요? 단순한 것들요. 1년에 영화 몇 편 찍기, 이런 식으로요. 근데 그렇게 적는 과정에서 제가 얼마나 감사한 환경에 있는지 자각하게 됐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 조언을 들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아, 꿈이라는 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구나. 언젠가 이뤘다면 그다음 꿈을 어떻게 채워갈지, 어떤 식으로 이어갈지가 더 중요하구나. 그 전까지는 ‘배우가 되는 것’만 생각했는데, 그날 이후로는 ‘배우로서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를 생각한 것 같아요.

좋은 선배들을 만난 게 큰 행운이었네요. 정말요. 그 현장이 저한테는 큰 선물 같았어요.

반대로 또래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장은 어땠나요? <지금 우리 학교는>도 그렇고, <청담국제고등학교>도 또래 연기자와의 호흡이 많았잖아요. 같은 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친구들이죠. 말도 잘 통하고요. 물론 모든 사람과 마음이 잘 맞을 순 없지만, 특히 잘 맞는 친구가 현장에 있으면 진짜 큰 힘이 돼요. 힘든 것도 털어놓고, 으쌰으쌰 하면서 버티고 웃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촬영이 끝나더라고요.

조금 단순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 언제 가장 힘들다고 느껴요? 저는 되게 긍정적인 편이에요. 단순하고요. MBTI가 ESTP거든요. 그래서 생각이 많지는 않아요. 그냥 ‘그럼 그런 거지, 뭐 어떻게 해?’라는 마인드예요.(웃음) 그래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은 것 같고요. 오히려 진짜 힘든 걸 꼽자면, 날씨요.

결국 물리적 고단함이군요. 네. 그냥 추우면 추워서 힘들고, 더우면 더워서 힘들고.(웃음) 몸으로 느껴지는 피로감이 제일 커요. 물론 고민할 때도 있지만, ‘내가 고민한다고 이게 달라지나?’ 싶은 생각이 들면 그냥 바로 행동으로 바꾸려고 해요.

비대칭 형태의 미니드레스 Ferragamo.

제가 찾아봤는데 ESTP는 관심 있는 분야 외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은샘 씨는 연기 외에는 크게 다른 데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한 인상도 있어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오롯이 이 길에 집중해온 것 같아요. 타인과의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편도 아니라서, 그냥 세상에 무던하게 섞여 사는 느낌이에요.

활동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생각이 많아질 것 같다 싶으면 몸을 움직이려고 해요. 밖으로 나가 뭔가 활동적인 걸 하거나, 반대로 넷플릭스만 하루 종일 보기도 해요. 근데 진짜로 생각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 있어요. 레고를 할 때.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레고부터 꺼내요.(웃음)

아까 고민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요즘 가장 몰두하는 생각은요? 아무래도 조만간 공개할 <청담국제고등학교> 시즌 2요. 전보다 더 화제가 되면 좋겠어요. 이야기 자체가 훨씬 단단하고 풍부해졌거든요. 오히려 시즌 1보다 조금 더 무겁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걱정 반, 설렘 반이에요.

시즌 2에도 똑같은 배우에 똑같은 학교, 교복이 나오겠죠? 네. 등장인물도, 학교 배경도 그대로예요.

아까 말한 흥행 공식이니까, 시즌 2도 분명 좋아해주실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니 한시름 놓이네요. 감사합니다.(웃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채대한 헤어 홍현승 메이크업 임정인 스타일링 이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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