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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리듬

기꺼이 낯선 곳으로 흘러드는 송중기의 리듬.

켄트 핸드 테일러드 슈트 재킷과 리넨 샘브레이 셔츠, 그레고리 핸드 테일러드 슈트 트라우저, 송아지 가죽 피셔맨 샌들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정제된 우아함과 화려함이 깃든 로즈 골드 케이스 RL867 워치 Ralph Lauren Watch & Jewelry.

운이 좋게도 오늘 날씨가 화창하네요. 지금쯤 이탈리아도 햇살이 환상일 텐데, 곧 가나요? 상황에 따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데, 당장은 한국에 좀 더 머무를 생각이에요.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는 삶은 만족스러운지. 많은 사람의 로망이기도 할 거예요. 저와 아내는 “복 받았다”고 자주 말해요. 감사한 일이죠. 이런 삶도 살아보고, 저런 삶도 살아보고.

이탈리아에서 살아보니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있나요? 모든 게 여유롭게 흘러가다 보니 가끔 답답할 때도 있어요.(웃음) 아직 제 안에는 조급함이 있나 봐요.

아무래도 삶의 속도나 패턴이 한국과는 다르죠. 그래서 재미있어요. 그 덕에 여유를 찾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 제게는 좋은 변화죠.

핸드 테일러드 리넨 혼방 재킷과 크림색 캐시미어 케이블 니트 스웨터, 핸드 테일러드 스트레치 치노 쇼츠, 윤기 나는 송아지 가죽 쿠퍼 백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로즈 골드 케이스 RL867 워치 Ralph Lauren Watch & Jewelry.

최근 드라마 <마이 유스> 촬영이 끝났죠? 7개월 정도 <마이 유스> 촬영을 했고, 그 와중에 <보고타> 홍보도 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지냈어요. 지금은 모처럼 쉬고 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이후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에요. 게다가 멜로 장르라 벌써부터 관심이 크던데.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10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도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어요. 생각해보니, 이런 일상적 멜로물은 처음이더라고요.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연기하는 기분이랄까. 천우희 배우와의 소소한 감정 연기를 주고받는 호흡도 잘 맞아서 즐겁더라고요. 오랜만에 멜로물을 작업해서라기보다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를 할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생활 밀착형 연기를 더 해볼 참인가요? 욕심은 났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새로운 걸 좇는 성격이라 ‘또 뭐 색다른 거 없나’ 찾고 있더라고요.(웃음)

네이비 스웨이드 재킷과 케이블 니트 스웨터, 그레고리 핸드메이드 파나마 위브 트라우저, 벨빈 모노그램 스웨이드 슬리퍼, 송아지 가죽 베드포드 더플백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스털링 실버 케이스 RL867 워치 Ralph Lauren Watch & Jewelry.
네이비 코튼 니트 소재 반소매 카디건과 캐시미어 반소매 스웨터, 그레고리 핸드 테일러드 슈트 트라우저, 스카프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스털링 실버 ID 체인 팔찌 Ralph Lauren Watch & Jewelry, 크리스털 소재 레미 샴페인 플루트 Ralph Lauren Home. 모엣 & 샹동 퍼렐 윌리엄스 리미티드 에디션 브뤼 임페리얼 골드 Moe‥t & Chandon.

인터뷰에서 ‘지루해지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더군요. 해외 오디션을 보는 것도 배우로서 환기가 필요해서인가요? 이유는 단순해요. 호기심이 생겼죠.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제 모습이요. 한국어로 연기하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새로운 언어를 쓰면 제 연기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기도 하고 경험도 해보고 싶어요. 다른 문화권 스태프들과 작업하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 같고요. 낯선 환경에 놓일 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요즘도 오디션을 보나요? 틈나는 대로 봐요. 작년에도 몇 차례 도전했고. 별다른 소식이 없다는 건 결국 다 떨어졌다는 얘기겠죠?(웃음)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 긍정적 시그널이 있으니, 계속 도전하는 거겠죠? 긍정적 시그널은 종종 받아요.(웃음) 줌으로 해외 프로듀서들과 미팅할 때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 내심 기대한 적도 많죠. ‘이번에는 되겠다.’(웃음) 언젠가는 될 거라고 믿으며 계속 도전하는 거예요. 그런데 해외 오디션을 보면서 재밌는 건 제가 나이를 밝히면 다들 생각보다 어려 보인다고 놀라요. 계속 떨어져도 그런 문화 차이, 다름을 경험해보는 것도 굉장히 재밌는 지점이긴 해요. 실제로 현장에 가면 이런 재미가 더 많겠죠.

그래도 계속 낙방하면 힘 빠지잖아요.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실패’라는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결과는 제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잖아요. 대신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남들이 실패라고 평가해도 괜찮아요. 결국 제가 마음먹기 나름이니까요. 부정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보다 과정, 새로운 경험이 곧 동력인 셈이네요. 그런가 봐요. 생각해보니 제가 해외에서 촬영한 작품이 유독 많더라고요. <보고타>는 남미에서 찍었고, <로기완>은 5개월 동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했고. 작품을 선택할 때 은연중에 제 성향이 드러난 게 아닐까 싶어요.

켄트 핸드 테일러드 슈트 재킷과 리넨 샘브레이 셔츠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랄프 로렌의 뉴욕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의 주소를 반영할 만큼 하우스의 정수가 담긴 RL 867 워치. 정사각형 로즈 골드 케이스의 균형미와 로마·아라비아숫자를 혼용한 인덱스 디자인 등 클래식과 아르데코를 향한 찬사를 담았다. Ralph Lauren Watch & Jewelry.
해들리 핸드 테일러드 텍스처 재킷과 핸드메이드 프렌치 커프 포플린 셔츠, 캐시미어와 실크, 리넨 혼방 소재의 케이블 니트 베스트, 그레고리 핸드메이드 파마나 위브 트라우저, 웰링턴 페린 로퍼, 송아지 가죽 베드포드 더플백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울 소재 노샘 스로우 필로우와 메리노 울 & 캐시미어 혼방 베르켄 스로우 블랭킷 모두 Ralph Lauren Home.

그간 맡았던 캐릭터도 천차만별이었고. 독특한 캐릭터가 많았죠. <빈센조> 처럼 다소 과장된 히어로 캐릭터도 맡았고, <아스달 연대기>는 고대 판타지 세계인 데다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 대왕을 연기했고, ‘늑대인간’도 되어봤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승리호>도 있고. 주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소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이 유스>가 오히려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나 봐요.

나열하고 보니 참 다이내믹했네요.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관객 입장에서 새로운 ‘송중기’를 발견했던 작품은 <화란>이 아닐까요. 많은 분이 놀라시더라고요. 기존 제 이미지와 달리 어둡고 거친 누아르 장르라 의외라고 느끼는 분도 있었고요.

사실 저는 작품보다 송중기의 연기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송중기 표 보스를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았어요. 소년미와 남성성이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신선했죠. 사실 저는 치건을 ‘보스’라고 인지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가정 폭력을 당한 두 어린 소년(치건과 연규), 여기서 제가 어린 소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성장이 멈춘 캐릭터라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 두 어린 소년의 가슴 아픈 공감대를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랑을 못 받고 자란 두 아이가 결국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불신하는, 그 감정이 되게 현실감 있어 선택했던 게 컸죠. 작품의 외피는 누아르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단 한 번도 ‘보스’라는 이미지를 떠올린 적은 없었어요.

개봉 당시 인생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여전히 그런가요? 저한테는 ‘인생작’의 기준이 있어요. 제가 얻고 배운 양으로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맞죠. 선택하는 순간부터 개봉 후까지 정말 많은 것을 얻었거든요. 칸 국제영화제에도 처음 가봤고,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니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어요. 적은 예산으로 알차게, 효율적으로 만든 작품인데 당시 프로듀서님이 배우와 스태프들을 현장에 집중시키는 힘이나 프로듀싱 노하우를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죠. 일 잘하는 좋은 어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에요.

핸드 테일러드 재킷과 뱅갈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고리 핸드 테일러드 슈트 트라우저, 네커치프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핸드 테일러드 울 거즈 스포츠 코트와 라일 크루넥 티셔츠, 핸드 테일러드 스트레치 치노 쇼츠, 네커치프, 모노그램 버클 카프 스웨이드 벨트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노샘 스로우 필로우와 노샘 스로우 블랭킷, 테이블 위에 놓인 크리스털 소재 레미 디켄터, 레미 샴페인 플루트, 손에 쥔 레미 더블 올드 패션 세트, 과일을 담은 가렛 트레이 모두 Ralph Lauren Home. 모엣 & 샹동 퍼렐 윌리엄스 리미티드 에디션 브뤼 임페리얼 블루 Moe‥t & Chandon.

제작에 관심이 많은 건 익히 알려져 있더군요. 실제로 <화란>과 <로기완> 공동 제작에 참여한 걸로 아는데, 앞으로 연출가나 제작자 송중기를 자주 볼 수 있을까요? 연출에는 전혀 관심 없어요.(웃음) 그건 또 다른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고, 저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제작, 특히 기획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프로젝트 만드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언젠가 기획자로 참여해보고 싶어요.

확실히 스스로를 끊임없이 환기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요즘 자신에게 채우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 질문에 한 대답과 같아요. 전 늘 모든 일을 빨리빨리, 그리고 잘 해내야 하는 사람이었어요. 서둘러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죠. 실수해도 괜찮고, 잘 못해도 괜찮은데 말이죠.

플래드 트윌 셔츠와 텍스처드 실크-캐시미어 크루넥 스웨터, 그레고리 핸드메이드 파나마 위브 트라우저, 보스워스 모노그램 캔버스 에스파드리유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스털링 실버 케이스의 RL 876 워치 Ralph Lauren Watch & Jewelry.

달리 보이네요. 여유가 묻어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다들 여유로워 보여도 물속에서는 열심히 발을 젓고 있을 거예요. 오늘 촬영할 때도 보셨잖아요.(웃음)

아, 맞아요. “해 떨어지기 전에 어서 찍읍시다!”라고 하셨죠. 그랬죠. 서둘러 배에 올라타 리드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해서 의상도 재빨리 갈아입었어요.(웃음) 알게 모르게 제게 박혀버린 습성인데, 이탈리아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제가 서두르면 아내가 옆에서 “릴랙스~”하며 속도를 늦추게 해주죠. 삶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숨 좀 고르겠네요. 이탈리아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건가요? 제일 먼저요? 다른 거 없죠. 항상 먹는 게 중요하니 맛있는 요리를 먹겠죠. 와이프와 단골 식당에 가서 파스타를 먹을 생각입니다.

에디터 정유민, 이도연 사진 안주영 헤어 오종오 메이크업 최수일 스타일링 박태일 어시스턴트 김지수, 박수빈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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